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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눈알 공포증
게시물ID : panic_1024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생크림구름
추천 : 1
조회수 : 98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8/24 21: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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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중학생 시절, 나에겐 생선의 눈알을 파먹는 특이 식습관을 가진 친구 A가 있었다.

생선의 살점도 먹기는 했지만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고등어, 굴비, 심지어는 그 작은 멸치까지도 눈알을 파 먹는다고 했다. 


  "집에선 이쑤시개로 멸치 눈알도 파서 먹는다?" 


A가 급식으로 나온 멸치 볶음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왜 눈알을 파서 먹는 거야?" 


내가 물었다. 


  "눈알 공포증 때문에. 나는 눈을 마주치는 걸 무서워하거든. 그래서 먹어 없애는 거야." 


실제로 A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눈을 잘 마주치지 못했다. 


  "말도 안 돼. 무섭다면서 어떻게 먹냐? 너 그러다 생선의 저주에 걸릴지도 몰라." 


내가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A는 검은색 눈동자가 유독 커다란 눈으로 눈웃음을 지어 보이곤 재빨리 내 눈을 피했다. 


어느 가을의 토요일, 나는 A의 집에 숙제를 한다는 핑계로 놀러 가 늦은 오후까지 놀고 있었다.

A의 집엔 윤기나는 하얀색 털을 가진 고양이가 있었다.

나는 동물을 키우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키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던지라 그 고양이를 무척이나 예뻐했었다.

A의 집은 계단이 있는 커다란 2층집으로 어머니의 취향이었는지 거실은 고풍스러운 무늬가 그려진 어두운 빨간색 벽지로 뒤덮여있었다.

A의 방에는 분홍색 잔 꽃무늬가 가득 수놓여 있었다.

A의 어머니는 시간이 늦었다며 저녁식사를 하고 가는 것을 권하셨다.

A의 어머니는 서구적이고 날카로운 큰 눈에 핏줄이 살짝 비칠 정도로 하얀 피부를 지니셨고 다이어트를 혹독하게 하셨는지 아주 마른 몸을 가지고 계셨다. 게다가 짙은 파란색 홈웨어 원피스를 입고 계셔서 웃고 계셨어도 왠지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어머니 역시도 내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셨다.

반대로 A의 아버지는 동양적인 작고 긴 눈에 뻣뻣한 정장 차림이었다. 어머니와 달리 거의 무표정을 유지하고 계셔서 그런지 역시나 서늘한 인상을 풍겼다.

그리고 아버지 역시도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시선을 돌리셨다. 


  '유전인가...' 


나는 의자를 빼 A의 집 식탁에 앉았다. 


식탁엔 갓 만들어져 따끈해 보이는 계란말이, 동태찌개, 멸치볶음, 열무김치, 그리고 각자 한 마리씩 통째로 놓인 굴비가 있었다.

A는 어김없이 굴비의 눈알을 쏙 파냈다.

그러고는 그걸 오물오물 씹으며 나에게 굴비 살점이 그대로 남은 그릇을 밀어주었다. 


  "나는 눈이 정말 무서워." 


웃음기 없는 목소리로 A가 말했다.

A는 동태찌개에 든 동태와 멸치볶음의 멸치마저도 이쑤시개로 눈알을 쏙 빼서 먹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웠던 점은 A의 어머니와 아버지마저도 생선의 살점은 거의 먹지 않고 눈알만 파서 드셨던 것이다.

동태와 굴비 그리고 멸치들은 모두 차례대로 눈알들을 잃어가고 있었다.

눈이 없는 생선들이 가득한 식탁은 왠지 기이해 보였다. 


  '이것도 유전인가...' 


A의 가족들은 남은 살점들을 모두 나에게 권했다. 


  "굴비 좋아하지? 많이 먹거라" 


내 앞엔 양쪽 눈알이 모두 파인 굴비 세 마리가 놓였다.

이상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눈알이 없는 불쌍한 생선들을 맛있게 먹었다. 


주말이 지난 수요일, 학교를 마친 나는 학원에 가기 전에 A와 함께 내가 사는 아파트에 있는 놀이터에서 잠시 그네를 타고 있었다.

  끼익, 끼익••••••.

가을이었던지라 그네를 타며 바람을 맞고 있으니 조금 쌀쌀했다. 


"나 이제 학원 갈 시간이야." 


내가 말했다. 


  "그래. 나도 집에 갈래." 


A가 말했다.

우리는 그네에서 내려 길을 걸었다.

자동차들이 일렬로 주차되어 있던 길목에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검은 물체가 있었다. 


  "A야, 저거 보여?" 


  "저게 뭐지?" 


우리는 검은 물체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조금 더 가까워지자 우리는 그것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헉!" 


나는 깜짝 놀라 재빨리 몸을 뒤로 돌렸다.

그것은 죽은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검은 고양이의 시체였다.

뱃가죽 사이로 내장이 조금 흘러나와있었다.

겨우 중학생에 불과했던 나는 생전 처음 보는 동물 시체에 꽤나 충격을 받았다. 


  '차에 치인 건가?' 


나는 다시 뒤로 돌면서 눈을 가렸던 두 손을 조심스럽게 벌려 손 틈으로 죽은 고양이를 살펴보았다.

고양이의 두 눈은 총명한 빛을 잃은 채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충격이 조금 가시자 나는 죽은 고양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 불쌍하다. 그치?" 


  "..." 


  "우리가 묻어줘야 하나?" 


  "..." 


A는 나보다도 더 놀랐는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어른들 불러올까?" 


  "그냥 가자." 


A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왜? 불쌍한데..." 


  "그냥 가자." 


A는 얼른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건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같은 말만 반복했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서 더욱 충격이 큰 듯했다. 


  "알겠어. 가자." 


내가 말했다. 


나는 조금 멍한 채로 길을 걷다가 A와 헤어졌다.

학원에 거의 다 와가는 도중에서야 놀이터 그네에 책가방을 두고 왔다는 것이 생각났다. 


  '놀이터에 가려면 시체를 또 봐야 하는데...' 


나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곤 어쩔 수 없이 다시 놀이터로 발걸음을 돌렸다.

고양이 시체를 발견했던 그 길목을 재빨리 지나가는데 언뜻 A를 본 것 같았다.

나는 천천히 뒤로 돌아 걸어갔다.

길목 구석에 쪼그려앉아있는 A의 뒷모습이 보였다. 


  '저기는 아까 고양이 시체가 있었던 곳인데.' 


의아해진 나는 A에게 다가갔다. 


  "A..." 


나는 A를 부르려다가 멈칫하고선 그대로 집을 향해 뛰쳐갔다.

놀이터에 있는 책가방도, 지각 위기에 놓인 학원도 잊어버린 채였다.

A는 손가락으로 죽은 고양이의 눈알을 파내고 있었다.

헐레벌떡 뛰어가면서도 머릿속에선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잘못 본 건 아닐까?' 


  '아까 충격을 받아서 헛것을 본 걸지도 몰라.' 


  '고양이의 시신을 처리하려던 걸지도 몰라.' 


나는 주춤주춤 뜀박질을 멈추며 생각했다. 


  '다시 가보자.' 


나는 아까보다 조금 더 쌀쌀해진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길목에 도착하니 A는 사라진 상태였다.

고양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내장을 흘리며 누워있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다가가 고양이의 얼굴을 확인했다.

고양이의 두 눈이 있던 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눈 근처에는 아직 채 마르지 않은 피가 흥건했다.

나는 놀라서 뒤로 자빠졌다.

그리고 곧바로 몸을 일으켜 집으로 뛰쳐가다가 토를 했다.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었어.' 


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A는 왜 고양이의 눈을 파낸 걸까' 


그러다 문득 A의 집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A의 가족들이 생선의 눈알만 모조리 파먹은 후 나에게 눈알이 없는 생선들을 내밀던 모습이 머릿속에서 재생된 순간, 나는 또다시 토를 할 뻔했다. 


  '설마...' 


다음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피곤에 찌든 눈으로 학교에 가자 A는 검은색 눈동자가 유독 큰, 고양이를 닮은 눈망울로 아무렇지 않게 나를 반겼다. 


  "오늘 급식도 생선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차마 A의 눈을 바라보지 못했다. 


  "어제 그 고양이 말이야..." 


내가 말을 꺼냈다. 


  "... 아, 그 죽은 고양이? 불쌍했지? 역시 묻어줄 걸 그랬나?" 


A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런데 고양이의 눈은 참 예쁜 것 같아." 


A가 내 눈을 피해 허공 언저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결국 A에게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묻지 못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겨울방학이 되었다. 나는 집에서 다음 학년 예습을 하고 있었는데 A에게 전화가 왔다. 


  "내일 내 생일이라 생일파티할 거야. 너도 우리 집으로 와." 


  "... 그래, 알겠어." 


나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학교에 다닐 때 가장 친하게 지낸 친구였던 A의 제안을 승낙했다. 


A의 생일날, 나는 조금 이른 시간에 A의 집으로 가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A가 문을 열어주었다. 


  "일찍 왔네? 어서 와." 


A는 생일이라 그런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두 빰이 한껏 상기된 모습이었다. 


  "응. 생일 축하해." 


내가 말했다. 


  "고마워. 들어와." 


나는 A의 집으로 들어갔다.

A의 어머니가 나를 반겨주셨다. 


  "어머, 어서와. 일찍 왔구나." 


A의 어머니는 커다란 부엌에서 무언가에 튀김옷을 묻혀 펄펄 끓는 기름에 퐁당퐁당 담그고 계셨다.

자세히 보니 사람의 것만한 크기의 눈알이었다. 


  "생일에만 먹는 연어 눈알 튀김이야. 엄청 맛있을 거야." 


A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A의 아버지는 낑낑대며 열심히 연어의 눈알을 뽑고 계셨다.

눈알에 붙은 살구색 살점이 눈알과 함께 뚜두둑 뜯겨나왔다. 


  "쇼파에 앉아서 잠시만 기다리렴. 음식은 금방 준비될 거야." 


A의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오래간만에 보아서인지 더욱 창백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눈가의 섀도우는 색감이 진했고 양쪽 귀에는 샹들리에 모양의 반짝이는 귀걸이가 달려있었으며 고급스러운 짙은 보라색 원피스 위에 프릴이 달린 하얀색 앞치마 차림이었다.

A의 생일이라 신경을 쓰신 모양이었다.

위로 한껏 올라간 커다란 눈매에는 기분 좋아 보이는 웃음이 가득했다.

A의 아버지는 저번보다 두꺼운 검회색 정장 차림에 역시나 무표정을 유지하고 계셨다.

내가 쇼파에 가서 앉자 흰색 고양이가 나에게 다가왔다. 기분이 좋은듯 다리에 얼굴을 부비며 그르릉, 그르릉 소리를 냈다.

고양이의 털을 쓰다듬어주고 있었는데 잠시 후 A의 어머니가 나를 부르셨다.

부엌으로 가보니 식탁 위에 갖가지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가득했다.

머리까지 통째로 구운 고등어구이, 도미찜, 머리 장식이 있는 광어회, 연어 눈알 튀김, 멸치볶음••••.

음식은 모두 생선요리였다.

그리고 식탁 한가운데에는 아무런 장식이 없는 하얀색 커다란 생일 케이크가 어울리지 않게 놓여있었다. 


  '왜 음식이 다 생선요리지?' 


기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는데 A의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얼른 이리 와 앉으렴." 


나는 쭈뼛쭈뼛 다가가 의자를 빼서 식탁에 앉았다. 


  "음식 식기 전에 얼른 생일 초를 불자꾸나." 


A의 어머니의 말씀에 A의 아버지가 말없이 생일 케이크 위에 놓인 초에 불을 붙이기 시작하셨다.

A는 거실 등불을 끄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A가 등불을 끄자 우리는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A의..." 


노래가 끝나자 우리는 먼저 식사를 했다.

A는 연어 눈알 튀김을 호호 불어가며 먹었고 A의 아버지는 광어 머리에서 파낸 눈알을 멀컹멀컹 씹고 계셨으며 A의 어머니는 도미찜에서 눈알을 골라내어 밥에 올려놓고 으깨어 양념과 함께 비벼 드셨다.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식탁 위에 사람의 대화는 없었고 오직 생선 눈알을 씹는 소리만 들렸다.

나는 그 기이한 풍경 앞에서 도무지 젓가락을 들 수가 없었다. 


  "안 먹고 뭐해? 맛있어. 먹어봐." 


A가 내 밥그릇 위에 껍질이 반쯤 벗겨져 물컹한 속살이 다 드러나 보이는 연어 눈알 튀김을 올려주었다.

크기가 제법 커 사람 눈알 튀김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입맛이 없나보구나. 밥이 싫으면 케이크 먹을래?" 


A의 어머니가 케이크 칼을 들며 말씀하셨다.

그러고선 민무늬의 하얀 케이크를 케이크 칼로 슥슥 자르셨다.

과일이 가득 들었는지 쉽게 잘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케이크의 단면을 본 나는 화장실로 뛰쳐갔다.

케이크 안에 있던 수많은 눈알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잘린 눈알의 단면들도 더러 있었다.

익히지도 않았는지 눈알에서 나온 거무죽죽한 물들이 케이크 시트를 잔뜩 적시고 있었다.

화장실에 가 변기에 얼굴을 쳐박았다.

헛구역질을 하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이 가족들은 미쳤어. 어떻게든 빠져나가야해.' 


그런데 머리를 들고 일어나보니 화장실 안의 거울이 사라져있었다. 


  '이건 또 무슨 일이지...' 


내가 화장실에서 나왔지만 가족들은 아랑곳 않고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집 안의 모든 거울들을 없앴어. 눈알 공포증이 너무 심해져서 이제는 내 눈을 마주 보는 것도 힘들거든." 


A가 눈알 튀김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저 수많은 생선 눈알들은 어떻게 쳐다보는 거지?' 


혼란스러워하는 나에게 A의 어머니가 고상하게 고등어 눈알을 빼며 말씀하셨다. 


  "눈알 공포증이 없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란다. 감사하게 생각하렴." 


A의 아버지는 아까부터 계속해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계셨다.

나는 얼른 선물만 주고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방에서 A의 생일 선물을 꺼냈다. 


  "A야, 나 바빠서 이만 가봐야 될 거 같아. 이건 선물이야. 생일 축하해." 


  "우와, 고마워. 뭘까나?" 


내가 준비한 선물은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커다란 손거울이었다.

고풍스러운 집에서 사는 A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용돈을 털어 산 거였다. 


  "아, 맞다. 그런데 그거..." 


내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A는 이미 포장지를 뜯었다.

커다란 손거울이 번쩍 빛을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가족들은 일제히 젓가락질을 멈추고 그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실에는 침묵이 가져온 싸늘한 공기가 가득했다.

손거울을 든 A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손거울에 비치는 A의 눈은 곧 튀어나올 것처럼 크게 띄어있었다.

입가에는 생선 눈알에서 나온 육즙이 반들반들하게 묻어있었다.

나는 이상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얼어있었다. 


그때였다.

A가 갑자기 거울을 바닥에 던졌다.

엔티크 한 디자인의 거울은 사방에 파편을 튀기며 요란하게 깨졌다.

그리고 A는 곧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나는 눈알이 무서워... 나는 눈알이 무서워..." 


A가 읊조렸다.

A의 눈동자는 뒤집히기 일보 직전인 것처럼 흰자를 가득 내보였다.

흰자에는 실핏줄이 금방이라도 피를 터뜨릴 것처럼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A의 부모님은 처음으로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계셨다.

나는 벌벌 떨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때 A가 경련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세명이 가진 여섯 개의 눈동자와 케이크 속에 든 수많은 눈동자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A가 다시 읊조렸다. 


  "나는 눈알이 무서워... 나는 눈알이 무... 눈알이... 눈알이

.

.

.

.

.

먹...고싶...어...!" 


A가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었다.

A의 부모님도 나를 보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셨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A를 뿌리치고서 현관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간신히 A의 집을 탈출하여 우리집을 향해 뛰어갔다.

다리가 잘 움직여지지 않자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결국 얼마 가지 못해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고 말았고 나는 곧바로 뒤를 돌아보았지만 A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A의 집에선 귀가 찢어질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마치 지옥에서 들려오는듯 섬뜩한 웃음소리가 섞여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 끔찍한 소리에 나는 두 귀를 막고 벌벌 떨다가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게 내가 A를 본 마지막 기억이었다. 


나는 주민의 신고로 인해 병원으로 실려갔고 다음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TV 뉴스를 통해 A의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A의 가족은 비명소리를 들은 주민의 신고로 인해 발견되었고 발견 당시 양쪽 눈알이 모두 파여진 채 피를 흥건하게 흘리며 죽어있었다고 한다.

하얀 고양이도 함께 말이다.

그들의 입안에는 각각 누구의 것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눈알의 잔해들이 가득했다고 한다.

A의 가족들이 사람들의 눈을 피했던 이유는 눈알 공포증 때문이 아니라 '눈알 집착증' 때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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