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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대하여
게시물ID : panic_1025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가입:2015-03-21 방문:869)
추천 : 5
조회수 : 81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1/11/16 20: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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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야 씨, 비오는거 봐라. 괜히 산에서 캠핑 한다고 깝죽대다가 물에 쓸려나가는거 아니냐?”

발에 질척하게 엉겨오는 진흙과 후덥지근한 습기 때문에 불쾌해하며 투덜거렸다.

“좀만 참아. 그냥 소나기니까. 잠깐 오다 그칠걸?

진짜 고수들은 이런날 오는거야. 비온 다음날 산 경치가 얼마나 좋은데.”

헤실거리며 말하는 녀석의 말에 조금은 기대를 하면서도 여전히 불안감 떨쳐내긴 힘들었다.

내 불안감에 힘을 실어주듯 금방 그칠거라는 녀석의 장담과는 달리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

“야 안되겠다. 일단은 비좀 피하자. 젖는게 문제가 아니라 빗방울에 맞아죽게 생겼다.”

녀석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나를 따라 텐트 안으로 몸을 피했다.

“괜찮아. 금방 그칠거야. 알지? 나 이런 경험 많아.”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얼굴은 애써 당혹감을 숨기고 있는 듯 보였다.

녀석에게 투덜거리는 대신 작게 한숨을 쉬고는 열려진 텐트문 너머 주변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산은 운치가 있었다.

녀석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수습하듯 감상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진짜 그림 아니냐?

사람발길이 끊긴 고요한 숲속에서 쏟아져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감상에 젖는다....

기가막히지?”

그러거나 말거나 좀처럼 그칠 기미가 없는 비 때문에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위험하지 않을까 심란한 와중에도 녀석은 입을 다물지 않았다.

“저거 봐. 분위기 좋지? 별거 아닌거 같아도 가만히 보다보면......

저거 뭐지?”

갑작스런 말에 난 시선을 돌려 친구가 보는 곳을 바라보았다.

쏟아지는 빗줄기들 사이로 나무나 풀 따위가 아닌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있었다.

제법 거리가 있긴했지만 그 형태는 마치....

“사람... 은 아니겠지?”

내 생각을 대변하듯 친구가 조심스레 말했다.

난 대답하지 않고 미간을 찡그린채 그걸 바라보았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봐도 사람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상식적으로 이런 날씨에 이런 곳에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거기 누구 있어요?”

내가 조용히 있자 친구녀석은 크게 소리쳤다.

“야, 뭐해? 애초에 저거 사람 맞어?”

“그럼 뭐겠어? 길잃어버렸 던가 그랬겠지. 도와줘야될거 아냐.

그.. 저기요!! 저희가 좀 도와드릴까요??”

다시 한번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뭐지? 안되겠다. 한번 가보자.”

“야, 신경 쓰지말고 냅둬. 뭘 굳이 쫒아가서 참견하려고 그러냐?”

말려보려 했지만 역시나 소용이 없었다.

“참견이라니. 당연히 도와줘야 되는거 아니야?

젊은 여자인거 같은데 다친거면 어떻게 해?”

친구녀석은 텐트를 빠져나와 우의를 걸쳐입었다.

“아 몰라. 너 알아서해. 난 여기 있을테니까.”

친구가 빗속으로 사라지자 난 투덜거리며 버너에 불을켜 물을 끓였다.

진짜 길을 잃고 이 빗속을 헤메던 사람이라면 몸을 녹여줄 무언가가 필요했으니까.

만약 그게 아니라도 비에 젖어 축 쳐진 친구 놈의 입을 틀어막는 역할 정도는 해줄 것이다.

‘커피가 나으려나.. 보리차도 있긴 한데.’

커피믹스와 티백따위를 꺼내놓고 기다렸지만 물이 다 끓을 때까지 친구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 새낀 대체 뭐하고 있는거야?”

슬쩍 친구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지만 빗줄기가 굵어져서인지 아까 보이던 형체도 친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답답함을 느낀 나는 한숨을 쉬고는 우의를 챙겨입고 친구녀석이 걸어간 곳으로 향했다.

얼마안가 난 비를 맞으며 멍하니 서있는 친구의 뒷모습을 볼수 있었다.

“야 너 거기서 뭐하냐? 진짜 사람이었어?”

무슨일인가 싶어 녀석에게 다가간 나는 곧 눈앞에 나타난 끔찍한 광경에 헛바람을 들이켜야 했다.

그곳엔 젊은 여자가 있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긴 머릴 늘어트리고 나무에 목을 매단 여자.

새하얀 피부에 물에 불어 퉁퉁 불어난 손은 당장이라도 내게 손을 뻗어올 것 같았고

산 사람이 아닌 것을 재차 강조하듯 아직 감지 못한 눈은 새하얗게 바래있었다.

비바람 때문에 한올 한올 나풀거리는 긴 머리카락은

아름다우면서도 숨이 막힐 듯 섬뜩했다.

“으악!!!!!”

내가 정신을 차리고 친구 녀석을 다시 텐트로 끌고오기 까지는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전화는 안터져. 아무래도 우리 차 세워 놓은곳 까지는 걸어가야 될 것 같은데?”

녀석은 내말을 듣는둥 마는둥 하고 쾡한 얼굴로 연신 물만 들이켰다.

꼴을 보아하니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런 끔찍한 것을 봤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야 정신좀 차려라. 우린 그냥 내려가서 신고만 하면 돼.

이다음부턴 경찰들이 다 알아서 할테니까 신경 끄고.”

하지만 녀석은 여전히 멍한 상태였다.

작게 한숨을 쉬고는 일어나려는데 친구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너. 너도 혹시 봤어?”

“뭐? 시체? 나도 봤지 그럼. 네놈이 하도 안와서 뭔가 싶어 갔다가 봤잖아.

아니 아무리 놀랐어도 그렇지 거기서 그리 멍하니 있으면...”

“아니 그거 말고!!!!”

내말에 친구는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 여자가....... 웃으면서 손짓하는거 봤냐고.”



“웃어? 그게 무슨 소리야. 시체가 손짓은 왜하고 웃는건 또 뭐야.”

녀석은 허탈한 듯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서는 더듬더듬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 여자 나한테 손짓하고 있었어. 꼭 자기한테 오라는 듯이.

목이 매달린채 새하얀 눈으로 날 똑바로 보고.... 웃으면서.”

그 말에 아까본 시체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라 섬뜩함을 느끼며 숨을 멈췄다.

“야씨.. 이새끼가 뭘 잘못 먹었나... 무섭게 왜그래? 무슨 헛걸보고 그러는거야 대체.”

내말엔 아랑곳 않고 녀석은 말을 이어갔다.

“알아? 그여자 날 똑바로 보고 웃고 있었어.

그 모습이 어땠는줄 알아?”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빗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을 때 친구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말을 이었다.

“정말.... 정말... 너무 예뻣어... 그 하얀 피부에... 웃음기 어린 얼굴에...

그래. 분명해. 그여자 나랑 같이 있고 싶었던거야.

맞아. 그녀도 날 운명이라고 생각한거지. 확실해!”

상상도 못한 말에 난 녀석이 웃으며 일어나 빗속으로 달려나갈 때에도 잡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야이 미친, 야! 어디가!!”

난 우의 입는것도 잊고 뒤늦게 친구를 따라 달려나갔다.

“그래, 많이 추웠지? 괜찮아 이제 내가 여기있으니까 안심해..”

난 차마 가까이 가지 못하고 친구가 하는 꼴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녀석은 그 여자를 마치 사랑스런 연인 대하듯 꼭 끌어안고 있었다.

물에 불어 팅팅 부은 얼굴을 쓰다듬으며,

핏기하나 없이 새하얀 손을 마주 잡으며,

여자의 목이 나무에 매달려있지만 않았어도 제법 아름다운 광경이었을 것이다.

“괜찮아. 이제 내가 있잖아. 여기서 평생 너랑 같이 있을게.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어.”

젖은 몸이 덜덜 떨려옴을 느끼며 난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야이 미친새끼야. 너 뭐해? 정신 안차려? 시체에 뭔짓거리야. 너 그러다 큰일나!”

그럼에도 녀석은 내말이 들리지 않는 듯 가만히 시체를 안고 있을 뿐이었다.

난 최대한 시체를 바라보지 않으려 애쓰며 친구녀석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아챘다.

하지만 녀석은 내손을 강하게 뿌리쳤다.

“놔! 그냥 내버려 둬.

확실해. 이여자는 여기서 계속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래. 얼마전부터 미친 듯이 산에가고 싶다 했는데 이거 때문이었어.

이여자가 날 불러서 그랬던거야. 얼마나 외로웠겠어?

괜찮아. 이제 내가 왔잖아. 내가 옆에 있어줄게....”

당혹감에 정신을 차릴수 없었다.

정말 친구가 미쳐버린 것일까? 아니면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것일까?

조심스레 시체의 모습으로 눈을 돌리던 나는 이내 고개를 젓고는 돌아섰다.

세상에 귀신따위는 없다.

그냥 친구놈은 너무 큰 충격 때문에 정신이 나가버린 것 뿐이다.




힘으로 녀석을 떼어놓을 수도 없고 말이 통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친구가 정신을 차리길 기대하긴 힘들었다.

아무래도 경찰에게 도움을 청하는게 맞을 것 같았다.

시체가 수습되면 친구는 병원을 보내든 쉬게하든 하면 될 것이다.

결심이선 나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친구에게 말했다.

“나 내려갔다 올테니까 헛짓거리 하지말고 여기 꼼짝말고 있어. 알아들었지?

경찰 불러올거야. 그때까지만 얌전히 있어.”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지만 이내 뒷골을 간질이는 섬뜩한 느낌에 다시 녀석을 돌아봐야했다.

친구놈은 어느새 시체에게서 한발 떨어져서는 제법 묵직한 돌하나를 손에쥔채 정신나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경찰? 안되지. 우르르 몰려와서 그녀를 데려가게 둘수는 없어.

이해가 안돼? 이여자는 나랑 있을거야. 바로 여기서.

그러니까 어줍잖은 짓거리 하지말고 얌전히 있어.

그게 싫으면... 그냥 여기서 죽던가.”

전에 본적없던 낯선 모습에 난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이 녀석은 이미 눈이 돌아갔고 나를 해치는데 주저함이 없어 보였다.

곧바로 산아래로 뛰어간다면 따돌릴수 있을까?

비가 많이 오니 가능할수도 있었다.

난 녀석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예고도 없이 달려나갔다.

하지만 몇걸음 가기도 전에 뒤통수를 가격하는 고통에 그대로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니새끼가 뭔짓거리 할지는 뻔하지.”

아무래도 내가 도망칠걸 미리 예상한뒤 내게 돌을 집어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넌 안되겠다. 그냥 얌전히 죽어. 난 여기서 그녀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테니까. 알았지?”

아무렇지도 않게 죽으라고 말하는 그 모습에 난 각오를 다졌다.

저건 빈말이 아니었다.

무슨일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녀석은 날 죽이고도 남는다.

난 쓰러진채 숨을 가다듬고는 천천히 바닥에서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들었다.

이제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친구녀석은 바닥에서 큼직한 돌덩이를 양손으로 집어들고서는 내게 다가왔다.

눈으로 위치를 가늠한 녀석이 돌을 머리위로 높게 들어올린 그 순간,

난 벼락같이 기합을 내지르며 녀석의 다리에 나뭇가지를 찔러 넣었다.

녀석이 둔탁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자 난 재빨리 녀석의 몸위로 올라가 친구를 제압했다.

“정신좀 차려라 이 미친새끼야.”

뺨이라도 두어대 갈겨댈 생각으로 손을 올렸지만 순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왠지 친구의 상태가 이상했다.

내가 나뭇가지로 다리를 찌르는 바람에 녀석이 높게 들어올렸던 돌덩이가 녀석 머리로 떨어져 버린 듯 했다.

머리에선 피를 흘리고 있었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채 숨을 헐떡이는 것이 아무래도 위험해 보였다.

“이런 씨발.... 이럴생각이 아니었는데.”

후회도 되었지만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 내려가서 경찰에 신고를 하고 구급차를 불러야 한다.

다급히 일어서 산을 내려가려던 그 순간,

난 그야말로 무언가에 홀린 듯이 고개가 돌아갔다.

그리고 곧 내 시야에 목이매달린 여자가 들어왔다.

삐딱하게 기울인 얼굴. 옅은 미소. 그리고 손짓하는 하얀 손....

아까도 스쳐가듯 느낀 감정이지만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비에젖은채 하얀 이마에 달라 붙은 머리칼부터 공중에서 애처롭게 흔들리는 그녀의 맨발까지.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다.

새하얗게 바랜 눈동자에는 홀린 듯 그녀를 쳐다보는 내모습을 고스란히 비추고 있었다.

난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손은 마주 잡자 서늘했지만 마음속이 따뜻해 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를 끌어안았을 때 온 몸으로 소름돋을 정도의 기쁨이 찾아왔다.

“아.. 이런 거구나...”

뒤에선 숨이 넘어가기 직전의 헐떡임이 들려왔지만 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녀에게서 한순간도 눈을 떼고 싶지 않았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 주변엔 오로지 빗소리만 남아있었다.

마음속을 가득채우는 행복감에 난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괜찮아. 이젠 내가 있잖아. 여기서 평생 너랑 같이 있을게.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어.”


By. neptun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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