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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키 1cm만 살게요
게시물ID : panic_1025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망상다람쥐
추천 : 12
조회수 : 149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1/12/11 21: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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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cm, 10억 맞죠?”

 

 

 

 

 단정한 옷에 손에 끼고 있는 반지는 억 단위가 될 것 같은 남자가 허름한 옷에 키는 180cm가 넘을 것 같은 남자에게 물었다.

 

 

 

 

 “, 요즘에 오르는 추세니까요. 그나저나 한 번에 10cm라니 대단하시네요.”

 

 

 “대단하긴요, 그만큼 할 일 없는 부자라는 거죠. 아무튼 10억 보냈습니다.”

 

 

 

 

 키를 거래하고 한 번 잠을 자고 일어나면 거래한 사람의 키가 조정되어 있다. 10cm를 판 사람은 키가 줄고, 반대로 구매한 사람은 키가 커지게 된다하루도 살아남기 힘든 사람에게 키는 사치였고, 죽을 때까지 못 쓰는 돈을 가진 사람들에게 키는 무료한 삶을 치장해주는 장신구였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은 키를 파는 것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키는 무한대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세는 매일매일 올라갔다.

 

 

 키 10cm10억에 판, 이 남자는 하룻밤 사이에 키가 10cm 줄어들었다. 남자는 자신의 키를 여러 번 재보고 들어온 돈을 확인했다. 분명 제대로 10억이 들어왔지만, 남자는 조금도 행복해하지 않았다.

 

 

 

 

 “이걸로는 제대로 된 집은 살 수 없잖아... 앞으로 몇 cm나 팔아야 하는 거야...”

 

 

 

 

 평생 다 못 쓸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건 집값은 비싸고 물가는 올라가 가난한 사람은 제대로 된 집 하나 살 수 없다는 뜻이다.

지금 시대에 10억은 제대로 된 집을 살 수 있을 만한 돈은 아니다.

 

 

 그러나 매일 키의 시세는 올라가는 중이었다.

 

 

 

 

 [1cm12000만원]

 

 

 

 

 하룻밤 사이에 2000만원이 늘었다.

그러나 남자는 오르는 돈의 양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았다.

‘2000만원 가지고 뭐하라고...’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1cm13000만원]

 [1cm16000만원]

 [1cm16500만원]

 .

 .

 .

 [1cm25000만원]

 

 

 

 

 어느 날부터인가 키의 시세가 높아졌다.

더더 높은 값을 원하던 사람들이 팔지 않고 기다린 결과일 것이다.

 

 

 

 

 *

 

 

 

 

 “2cm 사겠네. 5.”

 

 

 “. 5...”

 

 

 

 

 남자는 여느 때나 다름없이 키를 거래하고 있었다.

 

 

 

 

 “잠시만 기다리게. 내가 사도록 하지 1cm 5.”

 

 

 

 

 순조롭게 거래가 마쳐갈 때쯤 어떤 노인네가 2배의 가격을 불렀다.

 

 

 

 

 “영감님! 제가 먼저 사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시세의 2배라뇨!”

 

 

 “10cm. 50.”

 

 

 

 

 노인은 돈으로 먼저 거래하던 사람을 이겼고, 진 사람은 투덜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자네, 나랑 계약하지 않겠나? 영구적으로 나랑만 거래하는 거야.”

 

 

 “영감님께서 키는 왜 필요하다고...”

 

 

 

 

 말을 이어나가려던 남자의 앞에 노인의 차가 나타났다.

앞에 나타난 차가 노인의 차라는 걸 안 건 운전수가 노인에게 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차는 남자가 보기에도 상상도 못할 가격을 지닌 차 같았다.

 

 

 

 

 “언젠가 모두가 자네와 나처럼 될 거야.”

 

 

 

 

 노인은 남자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지만, 남자는 노인의 돈 때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노인의 차에 타고 노인의 집으로 이동했다.

 

 

 

 

 “시세에 2, 25000만원이라면 5억을, 3억이라면 6억을 주지. 어떤가?”

 

 

 “왜 저에게 이런 기회를...?”

 

 

 

 

 노인은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노인은 남자에게 집을 주고 먹을 것도 주었다. 그 대가는 간단했다. 영원히 노인과만 거래할 것. 노인은 자기가 원할 때마다 키를 거래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노인의 키는 커지지 않았다. 다른 누군가에게 키를 주는 거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20cm. 120.”

 “20cm, 140.”

 “30cm, 240.”

 “40cm, 400.”

 

 

 

 

 키 40cm400억에 팔았을 때쯤 남자의 키는 50cm가 되어있었다.

 

 

 

 

 “저 이제 그만할래요. 이만하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어요.”

 

 

 “잊었니? 영원히 거래한다고 계약했지 않은가?”

 

 

 

 

 노인은 인자한 얼굴로 남자를 계속 바라봤다.

 

 

 

 

 “40cm, 400억 추가로 구매하겠네.”

 

 

 

 

 노인이 인자한 얼굴로 마지막 거래를 하자 남자의 키는 10cm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가장 작은 인간이구나. 너 덕분에 가장 큰 인간도 만들어지고 있어. 너가 시작이야. 곧 인형의 집에 친구들을 더 넣어줄게.”

 

 

 

 

 노인은 한없이 작아진 남자를 인형의 집에 가두며 여전히 인자하게 웃었다.

 

 

 

 

 “! 돈은 얼마든지 돌려드릴테니까! 제 키 돌려주세요! 제발요!”

 

 

 “? 그건 충분해. 이제 죽기 전까지는 재밌게 살고 싶을 뿐이야. 너희들도 똑같잖아. 살아남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하지. 우린 삶의 재미가 없어지면 정말이지 죽을 것 같아. 한 사람 살린다고 생각해. 게다가 내 즐기는 취미는 소박하게 인형놀이란다. 걱정 마렴. 곧 인형들을 넣어줄테니까.”

 

 

 

 

 잠시 후, 남자의 눈 위로 커다란 곰돌이 인형이 떨어졌고, 남자는 10cm 인형이 되어 곰돌이 인형에게 깔렸다.

 

 

 무료한 사람들에게 있어 유일한 재미는 겪어보지 못한 일이다.

사람을 학살하는 일도, 키 큰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도, 커다란 사람을 자신의 부하로 쓰는 것도, 살아있는 인형들을 갖고 노는 것도 모두 무료한 사람들에게 있어 겪어보지 못한 재밌는 놀이이다. 안타깝지만 사람은 원래 이런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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