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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동화] 인형이 된 처녀
게시물ID : panic_1026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젤넘버나인
추천 : 6
조회수 : 142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1/19 05: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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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인형이 된 처녀

 

 

게으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처녀는

오늘도 나무 그늘에 누워 숨만 쉬기를 반복했습니다.


 

농번기가 한창이라 처녀의 가족은

고되고 바쁜 하루의 연속이었지만

처녀는 아프다는 핑계로 빠져나온 것이었습니다.

 

 

보다 못한 처녀의 부모는

처녀를 시집이라도 보내려 곳곳에 알아보았지만

아무도 게으른 처녀를 데려갈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의 성화를 못 이겨 마을로 심부름을 간 처녀는

인형 가게의 창가에 진열된 인형들을 보았습니다.


 

곱게차려 입고 나란히 앉아

하염없이 앞만 바라보는 인형들


 

그날 밤

처녀는 가게에서 본 인형 생각에

좀처럼 잠들 수 없었습니다.


 

내가 인형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주인 만나 예쁨 받으며 살 텐데

그냥 가만히 있어도 모두 예뻐해 줄 텐데...

 

 

그렇게

망상에 빠져 밤새워 뒤척이던 처녀는

먼동이 트고 나서야 잠들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긴 침묵 후에 잠에서 깬 처녀는

눈앞에 보이는 낯선 풍경에 당황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려 해도

몸이 마비라도 된 듯 손가락 하나 꼼짝 못했고

오로지 시야에 가득한 인형들


 

처녀는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가게에 진열된 인형이 되었다는 사실을


 

먹고 살기 위해 일해야 한다거나

더는 귀찮은 일에 얽매일 필요도

듣기 싫은 부모의 잔소리에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을 필요도 없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저 가만히 앉아 세월의 흐름을 관조하는

처녀가 진정으로 꿈꾸던 삶

 

 

처녀는 한없이 기뻤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게의 주인은 처녀를 선반에서

창가에 있는 진열대로 옮겼습니다.


 

움직임 없는 인형들만 마주 보다

거리의 활발한 모습을 보니 정신이 조금 사나울 뿐

이것 또한 나쁘지 않다고 처녀는 생각했습니다.


 

그때

거리를 지나던 한 소녀와 눈이 마주친 처녀


 

창가로 다가온 소녀는 처녀를 유심히 살폈고

소녀의 눈에서 알 수 없는 적의를 느낀 처녀는

안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다행이도 소녀는 금방 자리를 떠났고

안심한 처녀가 다시 창가의 풍경을 보며 넋 놓는 순간

소녀가 또래의 다른 소녀를 데리고 나타나

처녀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언니저년이야


 

이 꼬마 악마들은

성격이 보통 포악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매에게 팔린 처녀는

자매의 집에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아

머리털이 뜯기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그렇게

흉한 꼴로 저녁 식사에 끌려간 처녀는

자매의 부모가 그만하라고 야단을 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포크로 찔리고 목이 졸렸습니다.


 

결국

채 이틀도 되지 않아 갈가리 찢긴 처녀는

창고에 던져져 같은 처지의 인형들과 함께하게 되었고

차례대로 하나씩 땔감이 되어 아궁이로 던져지는 순간


 

꿈에서 깬 처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식은땀까지 흘리는 처녀는

떨리는 두 손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일터로 향하는 처녀의 이웃들은

이른 시간부터 밭에 나와 일하는 처녀를 보았습니다.


 

처녀의 가족이 어찌 된 일인지 물어도

처녀는 말없이 일할 뿐

이후로도 처녀는 게으름을 피우는 일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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