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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청소기 2편
게시물ID : panic_1027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포소설연재
추천 : 4
조회수 : 6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4/22 16: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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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다음 날 아침이었다. 일어나니 학교 갈 시간을 늦었다. 허둥지둥 교복을 갈아 입고 책가방을 챙겨 엘리베이터에 탔다. 1층에서 내려 밖으로 나가 아파트 정문으로 달려갔다.
근데 분리수거장 쪽에서 사람들이 모여 웅성웅성대고 있었다. 경찰차도 두 대가 와 있고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다. 학교에 아무리 늦었지만 구경하기 참기 힘든 광경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갔다.

"우리 아파트에서 이게 뭔일이래.. 너무 끔찍한 일이야.."

"그러게요.. 아직 어려 보이는데.."

두 아주머니가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대체 무슨 일일까? 나는 조금 더 가까이 가 확인을 했다.
나는 그걸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거기엔 내 동생 혜지가 쓰레기봉투에 갇혀 죽어있는 채 있었던 것이다.

"꺄아아악! 권혜지!!"

나는 실성한 사람처럼 쓰레기봉투에 달려갔다. 형사로 추정되는 한 남자가 나를 재지했다. 나는 재지하거나 말거나 혜지를 확인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동생은 죽었다. 자살로 추정됐다. 100리터의 쓰레기봉투에 스스로 들어가 질식해서 죽은 것이다. 형사들은 그런 생소한 자살 방법을 처음 봤고 타살 가능성을 찾으려 수사를 했지만, 봉투의 묶음이 밖에서 묶이지 않고 안에서 스스로 묶여 있었고, 아파트 cctv에도 동생이 분리수거장에 들어가 스스로 자살한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있었다.

장례식장에서 엄마는 실신했다. 아빠는 동생의 자살소식을 믿지 못하는 듯 연일 멍한 표정으로 조문객들의 인사를 받았다. 나는 장례식장 한 켠에 있는 방에 실신한 엄마를 간호하고 있었다. 믿기 힘든 일이 연이어 이어진 것이다. 동생의 죽음과 그리고 누구도 믿지 않으려 할 기괴한 자살 방법에 나는 어떤 이성적 판단도 불가능 했다.

장례식이 끝나고 아빠는 집으로 돌아와 로봇청소기를 내다 버렸다. 누구도 혜지와 모찌의 죽음이 그 청소기 때문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집에 온 이후로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으니 가져다 버리는 것에 모두가 동의했다.
눈물 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냥 믿기 힘들었다. 동생의 죽음은 저 바다 건너편에서 다가오는, 미래에 도착할 파도처럼 현재의 나에게 아직 당도하지 않은 슬픔이었다.
가족은 말을 잃었다. 서로 각자의 방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집안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저녁이 됐다. 나는 침대에 누워 멍하니 방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휴대폰을 할 의욕도 없었다. 그저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항상 이 시간이면 [위잉-]하는 그 개같은 놈의 로봇청소기 소리가 들려야 하지만 거실은 조용했다.
나는 침대에 뒤척이며 자세를 바꿨다. 잠이 오질 않았다. 이런 상황에 잠이 온다는 게 더 이상한 것이리라 나는 생각했다. 새벽3시까지 나는 잠에 들지 못했다.

[띵]

그러다 밖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 그건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그 이후에는.. 내가 알던 그 개같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위잉-]

[위잉-]

그것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우리집 현관문으로 다가 오고 있었다.

[쿵-]

[쿵-]

그것이 현관문에 몸을 부딪히고 있었다. 나는 공포심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귀를 막았다. 그래도 그 소리는 계속 됐다.

[쿵-]

[쿵-]

[띠리리]

[끼익-]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떻게 열린지는 모르겠지만 도어락은 자동으로 열렸다. 그리고 사람 무릎 높이도 안되는 로봇청소기에 팔이 달린 것도 아닐텐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것은 신발장을 넘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위잉-]

[위이잉-]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내 방문 앞까지 다가온 것이다. 

[쿵-]

[쿵-]

그것이 내 방문을 두드린다. 나는 식은땀으로 온몸이 젖었고 뒤집어 쓴 이불의 끝을 손으로 부여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끼익-]

내 방문이 열렸다.

[위잉-]

그 소리는 점점 커졌다. 내 침대 밑까지 다가온 거 같았다.
나는 이렇게 도망다닐 수만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덮고 있던 이불을 확 재끼고 침대 밑의 그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보니 응급실 병원이었다.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고 부모님은 나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불을 재끼고 확인을 하는 순간 나는 정신을 잃었다.

부모님은 자초지정을 설명해주셨다. 내가 정신을 잃은 그 날 밤 두 분도 새벽까지 잠에 들지 못하셨다고 했다. 죽은 혜지 생각에 새벽까지 깨 있었는데 거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아빠가 거실에 나가 확인해보니 내가 붉은색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들고 거실을 쓸고 있었다고.. 그러니까 동생과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고 아빠는 말씀하셨다.
아빠는 그런 나를 보고 어깨를 잡고 흔들며 소리를 질렀지만 나는 동공이 풀린 눈으로 밖으로 자꾸 나가려 했다고 전해주셨다. 그래서 결국 나를 집에 있는 줄넘기로 몸을 묶고 병원으로 데려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런 이상 행동을 할 때 내 옆엔 로봇청소기가 거실을 청소하고 있었다고 했다.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는 모르지만 그놈은 천연덕스럽게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빠는 화가나서 그것을 망치로 깨부수고 휘발유를 부어 불로 태워버렸다고 하셨다.

나는 병원에 한 일주일정도 입원했다. 갑자기 정신을 잃었고 이상한 행동을 했으니 부모님은 걱정이 돼셨을 거다. 정신과를 다니며 이런 저런 검사를 했지만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의사는 동생의 죽음으로 충격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 나는 부모님이 걱정됐다. 하지만 두분은 집에서 잘 계신 거 같았다. 카톡으로 연락을 해도 니 몸이나 걱정하라며 우리는 괜찮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아빠가 그것을 망치로 부수고 불태운 게 효과가 있었던 거 같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동생의 죽음으로 여전히 집안은 썰렁하고 부모님 표정도 어두우셨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무엇보다 이제 그 로봇청소기가 돌아오지 않을 게 분명하니까.
우리는 거실에 앉아 티비를 봤다. 이런 상황일 수록 가족끼리 단단히 결합해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다. 물론 우리는 드라마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 맨정신을 유지하기란 힘드니까 하지만 평소로 돌아가려는 노력이라도 해야만 했다.

드라마는 끝났고 이제 곧 잘 시간이었다. 나는 솔직히 혼자 방에서 자는 게 무서웠다. 다시 그 청소기가 내 방을 찾아와 문을 두드릴 거 같았다. 부모님도 그런 나를 이하셨는지 우리는 모두 안방에 모여 잠을 자기로 했다.
부모님은 침대에서 주무시고 나는 바닥에 이불을 깔고 그곳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부모님은 쉽게 잠에 들지 못하고 계속 한숨을 내쉬셨다. 나도 잠이 오질 않았다.
몇번 몸을 뒤척이고 휴대폰도 좀 보다가 잠이 슬슬 오기 시작했다. 나는 잠에 들었다.
한참을 자다가 일어나 보니 거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상한 빗자루질 하는 소리가.. 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침대에 엄마 아빠가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바닥에 누워있다 상체를 일으켜 세워 침대를 보니 거기엔 부모님이 없었다.

'하.. 대체 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거실로 나가 부모님이 있는지 확인했다. 
엄마와 아빠가 서로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들고 바닥을 쓸고 계셨다.

"어..엄마"

두분은 내 목소리가 안 들리는지 연신 바닥만 쓸고 계신다. 

"엄마..아빠 제발 정신 좀 차려.."

나는 부모님한테 다가가서 몸을 흔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바닥만 연신 쓸고 계셨다.
나는 엄마의 눈을 쳐다봤다. 동공이 완전히 풀린 채 어딘가에 홀린 듯한 얼굴이었다.
입술은 희미하게 웃는 듯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그 얼굴이 너무 기괴했다. 눈은 잔뜩 커지고 입술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아빠는 엄마가 하는 빗자루질에 쓰레받이를 대며 입으로 [위잉-]하는 소리를 내셨다.
마치 비행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린 남자애처럼 계속 [위잉-] 소리를 냈다.

"씨발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나는 바닥에 주저 앉아 엉엉 울었다. 그런 내 울음 소리도 들리지 않는지 연신 바닥만 쓸고 계신다.

"아아아악! 제발 좀 그만해!!"

갑자기 엄마가 허리를 세우더니 나를 멍하니 바라보셨다.
그리고 빗자루를 들고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셨다.
그리고 주저 앉아 있는 내 귀에 대고 속삭이셨다.

"쓰레기봉투 어디에 숨겼어 혜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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