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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엘리베이터
게시물ID : panic_1028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망상다람쥐
추천 : 4
조회수 : 95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6/04 00: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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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학생. 일어나봐.”

 바닥에 누워있는 한 학생을 한 할아버지가 깨웠다.

 

 

 “할아버지? 여기가 어디예요?”

 “어디냐고 묻는다면, 일단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란다.”

 

 

 학생은 주변을 둘러보는데, 자신을 포함해서 5명이 처음 보는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어디로 올라가는 걸까요?”

 “, 아마 올라가 보면 알겠지?”

 “우리는 전부 올라가야 하는 거죠?”

 “그렇겠지?”

 

 

 학생은 다른 사람들에게 차례차례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나는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이야.”

 “나는 얼마 전에 입대한 군인이야.”

 “나는 자동차 관련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30대 형이란다.”

 “나는 그냥 별거 없는 70대 할아버지란다.”

 

 

 “저는 어제 1학기 중간고사 친 고등학교 1학년이에요.”

 

 

 할아버지를 제외한 모두는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엘리베이터가 끝에 도달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데 아직도 연애를 못 했다고?”

 “괜찮아, 나는 고3인데 고2 때 여자친구 처음 만났어.”

 “정말 그러니? 나도 고2 때 만났는데.”

 

 

 여자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가 똑같다던가

 

 

 “너도 그 영화 좋아하는구나. 그 영화 꽤 된 거 같은데?”

 “에이, 개봉한 지 2년밖에 안 지났을걸요?”

 “? 저 오늘 그 영화 봤는데요?”

 

 

 각자 기억하는 시점은 다르긴 해도, 좋아하는 영화가 같다던가 그들은 같은 점이 많았다. 계속 보다 보니 얼핏 닮은 것 같기도 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도 같이 얘기해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가만히 앉아있던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조용히 머리를 쓰담아주셨다.

 

 

 “어디로 올라가고 싶니?”

 “?”

 

 

 할아버지는 조용히 모두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 질문에 고등학교 1학년, 3학년, 군인 그리고 30대 형 모두 대답하지 못해 머뭇거렸다.

 

 

 “어디로 올라가고 있니?”

 

 

 할아버지는 질문을 바꾸어 다시 물었다.

 

 

 “저는 이번 중간 망했으니까 기말 잘 치고 싶어요.”

 “저는 수능 잘 쳐야겠죠?”

 “저는 사회에 다시 나가면 좋은 회사에 취업하는 게 맞겠죠?”

 “저는 좋은 회사는 못 갔으니 그냥 행복하게만, 행복할 수 있겠죠?”

 

 

 올라가면 될 것이다.라고, 그들 모두는 생각하고 있다.

어디로 올라가고 있는지, 몰라도. 올라가면 그게 맞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올라가면 되는 거예요?”

 

 

 고등학생 둘이 나머지 모두에게 물었다. 자신들보다는 더 올라갔을 어른들에게.

 

 

 “, 그런데 우리는 지금 같은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지 않니?”

 “그래, 우리도 아직 올라가고 있는 거니까.”

 

 

 어른들은 대답해주지 못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아세요?”

 “다 올라가게 되면, 그다음이 있는 게 아니야. 다시 시작하는 거지. 여전히 왜 올라가는지 모르니 처음이랑 똑같은 거란다.”

 

 

 할아버지는 대답해주었다. 하지만 아무도 할아버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 도착한 거 같아요. 우리 빨리 내려요!”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학생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 웃음에는 다음에 대한 설렘이 담겨 있었다.

 

 

 “이제 내려야 하는 거구나.”

 

 

 하지만 할아버지에게는 다음에 대한 설렘이 없었다.

내리면서 할아버지는 지나온 아래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말했다.

 

 

 “다음번엔 다른 사람들을 깨워주렴.”

 

 

 모두 의아해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수능 잘 치면 다른 것도 잘 되겠죠?”

 “취업이라도 해야 다른 것도 잘 되겠지?”

 “취업한다고 잘 되는 건 아니더라, 그래도 계속 올라가다 보면 잘 되겠지?”

 

 

---

 

 

 “학생. 일어나봐.”

 

 

 한때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내가 70대 할아버지가 되어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깨웠다.

 

 

 “할아버지? 여기가 어디예요?”

 “어디냐고 묻는다면, 일단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란다.”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번 기말만 잘 치면, 수능만 잘 치면, 사회로 나가면, 취업만 하면, 그냥 계속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될 줄 알았다.

 

 

 ‘난 어디로 올라가고 싶었을까?’

 

 

 어디로 올라가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디로 올라가고 싶은지, 왜 올라가고 싶은지를 알아야 했었는데.

 

 

 이제는 다시 도전할 수 없다. 다시 맨 아래층에서 다시 올라올 수 없다.

 

 

 “너는 어디로 올라가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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