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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지옥우화] 3. 초대(3) - 보았어!
게시물ID : panic_1028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헷살따라
추천 : 0
조회수 : 61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7/31 23: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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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맛있어!"


그 갈색의 고기덩이를 처음으로 한입 베어먹은 순간 터져나온 탄성이었어.

인간사회를 탐방하며 단 한번 먹은적도, 먹으려고 생각한 적도 없는 인간의 음식이었어.


인간들도 푸른행성의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유기체로 구성되고 광합성을 할 수 없이 창조된 피조물로 결국 다른 동물들처럼 생명체를 섭취해야만 존재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 


그런데 인간사회를 관찰하며 한가지 재미있었던 점은 인간들은 동물들과 다르게 대부분의 경우 사냥이나 채집을 하고 바로 먹는 것이 아닌 "요리"라는 특이한 행위를 통해 식물과 동물의 사체를 보기 좋게 꾸며 먹는단 말이야. 뜨거운 불을 사용해서 사체를 요리해 먹으니 우리 지옥계에서 창조한 자랑스러운 기생충들과 병균들을 인간들에게 전염시키는게 쉽지는 않았어.


지옥계에서 만든 기생충들이나 천상계에서 창조한 너희 인간들 모두 4개의 염기서열로 설계되어 단백질로 뒤덮힌 단순 유기체일 뿐이지만 이 특이한 행위가 너희 인간들을 푸른행성에서 가장 성공한 종으로 만든 것은 아닌가 싶어. 


물론 살기위해 먹을 필요가 없는 우리가 보기에 불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에너지를 얻기위해 에너지를 소비하는 너희들의 그 아이러니한 모습이 매우 우스꽝스럽고 그렇게 요리되어 나온 유기체 덩어리를 하루에 2~3번은 입에 꾸역꾸역 쑤셔넣는 것이 매우 소모스럽고 멍청해 보이지만 말이야 큭큭...


그런데 이런 생각해본 적 있나?


너희들이 가끔 보여주는 행동들은 동물원에서 이빨을 헤벌쩍 내밀고 끽끽 대며 껑충껑충 뛰는 모자란 침팬지 놈들과 다를바 없어 보일때도 많지만, 그 배만 불뚝 나오고 바나나만 보면 환장을 하는 침팬지 놈들이 불을 너희들 처럼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지. 아니 아마 불을 보자마자 대부분의 그 모자란 영장류들은 흐리멍텅한 눈을 왕방울 만하게 뜨고 자신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생식기가 불에 데일까봐 두려워 가운데를 움켜쥐고 혼비백산 도망을 가겠지 하하.


인간으로 변신한 후 의도치 않게 미각이라는 감각이 생기면서 얻은 나의 경험에 의하면 요리가 되어 나온 인간의 음식은 너무나 맛있었다는 거야. 그리고 내가 인간이더라도 이 맛있는 요리를 먹기 위해서 불을 잘 다루기 위한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으려고 애썼을거라 생각해.


그 요리라는 것을 발명한 것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너희의 그 머나먼 선구자분께 수백만번, 아니 수천만번을 감사하다고 해도 그 감격과 은혜를 표현하기는 부족할꺼야.


왜?


만약 푸른행성에서 두개의 큰 손을 우람한 가슴을 쿵쾅쿵쾅 치는데 쓰는 대신 불을 피우는데 활용한 천재 고릴라 같은 종이 먼저 나타났다면 바로 진정한 지옥에서 고통받는 운수 사나운 종이 너희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거든. 


어찌됐든 그렇게 나도 모르게 "맛있어!"라는 탄성을 악마로서는 부끄럽게 내뱉은 순간 뒤에서 인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어.


"아가씨 맛있죠? 할머니때 부터 전수받은 40년 전통 특제 간장으로 요리한 족발이예요."


뒤를 돌아보니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나온 그 족발집 사장이더라고. 하얀색 요리사복에 인자한 인상의 청년이었는데, 안그래도 궁금한게 있어서 잘됐다 싶어 그 청년 사장을 붙잡고 물어봤어.


"이게 무슨 고기로 만든 음식인가요?"


청년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더니, 다시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어.


"우리나라 말은 잘 하시는데 족발 드시는 것은 처음인 것 같으신 걸 보니 외국인이신가 보네요. 돼지의 다리 부분으로 만든 고기예요.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젤라틴이 풍부해서 여성분들의 피부에도 좋지요."


나는 조금 놀라서 의외라는 듯한 목소리로 얘기했지.

내가 알고 있는 돼지는 길쭉하고 큰 타원형 코를 비쭉 내밀고 땅바닥에 먹을 것을 발견하면 환장하여 그 커다란 두개의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땅을 미친듯이 파는 피둥피둥 풍선같이 살찐 짐승이었거든.


"돼지의 다리로 만든 고기가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나요? 대단하네요."


청년은 내 말에 몹시 기뻤던지 함지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


"그렇게 맛있게 드셔주시니 정말 기쁘네요. 이미 너무 이쁘신데 젤라틴이 풍부한 고기를 드셔서 더 이뻐지시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손님! 맛있게 드시고 또 들려주세요. 서비스로 상추도 많이 드릴께요."


장사꾼답게 아부성이 듬뿍 가미된 말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인간한테 칭찬아닌 칭찬을 들으니 악마로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어. 


하지만 처음으로 인간사회에서 음식을 먹은 정말 색다른 첫경험을 한 순간 난 다른 음식들도 맛보기 위해 여기서 시간 낭비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그 호쾌한 청년 사장에게 인간의 인사방식으로 간단히 미소짓고 목례를 한 다음 발걸음을 옮겼어.


그런데 얼마후 고기가 내 뱃속 어딘가에 도달했을 때였어.


그리고...


"보았어!"


눈앞에 펼쳐진 지옥의 광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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