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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 단편선] 나는 자연인이었다 #2
게시물ID : panic_1030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마행자
추천 : 13
조회수 : 293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23/04/22 12: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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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

먹을 것이 없어 일단 가지고 온 라면을 끎여 먹었다

산 생활이 심심할것 같아 데리고 온 진돗개 한마리에게 황구란 그저 그런 이름을 지어주고는 사료통에 사료를 부어주었다.

그렇게 산생활의 첫날밤이 찾아왔다. 밤은 정말 고요했다. 정말이지...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고요했다. 그 적막함을 뚫고 풀벌레 소리와 산새가 우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온다

바람이 가끔 불어 나무들끼리 부딪히며 기괴한 소리를 내었다. 슥삭스삭스사삭...

그러다가 새벽 1시쯤...그 모든 소리가 딱 끊겼다. 내가 잠에 들었나 생각을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로 소름끼칠 정도의 적막이 찾아왔다. 그러다가 밖에서 갑자기 황구의 애처로운 낑낑 소리가 들렸다.

짖지도 못하고 깨앵 깨앵 거리는 소리가 수상했다. 그래서, 문을 열고 황구쪽에 랜턴을 비춰보았다. 녀석은 무언가에 겁을 잔뜩 먹었다.

황구가 쳐다봤을곳이라고 의심되 방향을 랜턴으로 비춰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싱거운 녀석...진돗개는 용맹하다던데 똥개랑 피가 섞였는지 전혀 진돗개다운 면모가 보이질 않았다.

겁을 잔뜩 먹고 제 집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적잖이 한심해 보였다.

그렇게 나온김에 담배를 한대 피우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이상한 첫날밤이 지나갔다.

 

둘째날...

라면만 먹을수 없어 쌀을 씻어 밥을 하고 고추장을 꺼내 비벼 먹었다

그리고, 미리 구입했던 약초사전을 찾아들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뭔가를 캐거나 따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TV에서 보면 이것저것 먹을게 많던 산이지만...막상 산을 오르기를 여러시간이 지났지만 아무 소득도 없었다. 게다가 약초사전을 보며 산을 오르기는 더욱 힘들었다. 결국 등산 2시간만에 하산하여 집에 누웠다. 겨울인데도 온몸이 땀에 흥건히 젖었다. 몸이 녹초가 되었다

사회에서 운동이라고는 담을 쌓고 지낸 나였다. 간만에 오른 산은 그런 나에겐 너무 벅찬 운동이었다.

내일이면 좀 나아지겠지 생각하면서 일단 낮잠을 좀 자기로 했다.

한참을 자던중 황구가 짖는 소리가 나고 곧이어

 

"저어기요~~~ 저어기요~~~"

 

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나름 깊은 산중인데 사람 목소리가 들려 처음엔 놀랐다. 몸을 잽싸게 일으켜 보니 어느 노인이 서 계셨다.

 

"누구...시죠?"

"...난 산밑 동네 이장인데...여기 누가 들어와 산다고 해서 한번 들러 봤어요."

"..."

" 가져올건 없고 해서 집에서 먹는 김치랑 좀 가져왔어요."

 

가뭄에 단비가 내리는 듯한 소리였다.보자기에 쌓여 있는 음식통들을 건네시며 이장님이 한말씀 덧붙이신다.

 

"...어지간하면...밑에 마을로 오시오."

"?"

"산에 혼자 산다는게 쉽지가 않소, 우리같은 촌사람들도 그게 쉽지가 않거든..."

"...하지만, 오늘 둘째날이고 한번 정 붙여 살아보려고요."

"...그나저나 밤에 잘떄 조용하든가요?"

"...아주 조용하던데요?"

"...알겠소. 혹시 진짜 TV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휴대폰도 안들고 온건 아니죠?"

"...휴대폰 있습니다."

"이게 내 번호라오. 급한일 있거나 하면 이리로 전화해요."

", 감사합니다."

 

그렇게 이장님은 전화번호를 주고는 담배 한대 물고 산을 내려갔다

황구는 대화하는 내내 짖더니 이장님의 등뒤에 대고 한참을 짖어댔다.

전화번호...어차피 잘 터지지도 않는 지역인데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뉘엇뉘엇 해가 지고 있었다.

산이라 그런지 해가 금방 지기 시작한다.

이장님이 가쟈다 준 반찬에 아침에 해 놓은 밥으로 대충 끼니를 때웠다. 그리고, 내일 할일을 계획하며 커피를 한잔했다.

그렇게...둘째날의 밤이 찾아들고 있었다.

둘째날 밤...

밤이 찾아오고 적막한 가운데 풀벌레 소리가 한창이다. 자리에 누워 담배를 한대 물고 있자니 이렇게 편할수가 없다

술한잔이 생각이 나서 들어올때 가져온 양주를 꺼낸다. 잔에 채워 한잔 마시니 몸이 따뜻해 지고 좋아진다. 황구녀석은 자는지 소리도 없다. 녀석도 심심할텐데...

 

그렇게 서서히 잠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황구녀석이 갑자기 낑낑거리는 소리를 낸다

잠에서 깨어 눈을 비비며 문밖을 나갔다. 황구녀석이 자다 깨서는 집안에서 낑낑소리를 내고 있고 난 그런 황구녀석을 

보려고 슬리퍼를 신고 집앞에 나섰다. 그런데...산이 너무 고요했다. 이렇게 고요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리고, 황구녀석의 집을 보니 황구녀석은

몸을 잔뜩 웅크리고는 애처롭게 낑낑 거린다.

 

"황구야!! 왜그래?? 무서워?"

 

하며 말을 붙이는데 등뒤에 뭔가가 느껴졌다. 그건 마치 소름같았는데 뒤를 돌아봤다

저 멀리 산중턱에 하얀 무언가가 아른거린다.

 

"...저게 뭐지?"

 

하는데 황구녀석이 더욱 애처롭게 신음 소리를 낸다.

뭔가를 잘못 보았나 싶어 눈을 비비는데 그 하얀것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스윽하고 나와 황구가 있는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것이 내 얼굴앞까지 오는데는 정말 찰나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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