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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catessen
게시물ID : panic_360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추천 : 2
조회수 : 118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9/09 17:50:15

Delicatessen


1


아버지는 아이들을 길렀다

당연히 잡아먹으려고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

그건 내 아이들의 통통한 뺨

아버지는 말했다


여동생은 밤마다 잠들지 않으려고

바늘쌈을 베개 밑에 두었다

그래서 여동생은 고슴도치가 되었다

그 애는 입만 벌려도 몸에서 가시가 쏟아졌다

남동생은 박쥐가 되었다

늦은 밤에만 방에서 나와 푸드덕거렸다

아버지가 진지 드실 땐 조용히 해!

어항에선 열대어들이 쑥 내민 입술처럼 떠올랐다

아침마다 엄마는 붉은 열대어로 국을 끓였다

나는 스컹크가 되었다

건드리기만 하면 매캐한 기침을 하루 종일 할 수 있었다


검은 봉지 안에 우리를 담아 들고

아버지가 걸어가셨다

검은 봉지에서 눈물이 질질 흘러나왔다

눈물을 어찌나 많이 흘렸는지 홍수가 졌다

동네 사람들이 고무 다라이로 배를 만들어 주걱 노를 저었다

아버지가 건너가시지 못하게 해!

눈물이 깊어 아버지는 강물을 건너 집으로 오실 수 없었다


2


우리는 자라서 아버지를 길렀다

당연히 빗자루로 쓰려고

우리는 아버지를 들고 나가 마당을 쓸었다

가끔 눈도 치웠다

봉당 아래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 아버지

날마다 머리숱이 적어졌다


저 빗자루를 안에 들여놓아야지!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망측해라 거기 머리숱 적어진 내가

담배를 피우며 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따뜻한 아궁이 속에다

아버지를 길렀다

당연히 잡아먹으려고

 

- 김혜순 [당신의 첫] 2008

 

이 시가 뜻하는게 뭐죠?? 궁금한데 해석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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