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할아버지께 들은 이야기_도깨비불
게시물ID : panic_415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포동포덕
추천 : 53
조회수 : 2284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3/01/24 19:07:51


안녕하세요! 포동포덕입니다. 저번에 제 꿈 얘기를 하려했는데 더 재밌는 얘기를 들어서요 ㅎ...제 꿈은 그다지 유쾌한 얘기가 아니기때문에 넘기도록 할게요. 


어제 시골을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가니까 되게 많이 변했더라구요. 그래도 할머니랑 할아버지를 뵈서 기분이 좋았어요.

아. 제가 말하는 할아버지는 친할아버지가 아니라 저희 할머니의 동생이예요. 저는 고정할배라고 부르긴 하지만요.

할머니께 들었던 도깨비얘기를 할배한테 하니까 할배도 그런걸 본 적이 있다면서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구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도록 할게요.


고정 할배는 지금도 굉장한 미모(본인의 말로는 우주 최강이래요.)를 자랑하시는데요, 젊었을때는 동네 처녀들이 자기만 보면 이마를 짚고 쓰러졌을만큼 굉장히 잘생겼다고 하시더라구요. 고정할배는 인맥도 넓어서 읍내에 나가면 거의 반은 아는 사람이더라구요. 

이 이야기는 할배가 읍내에서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생긴 일이랍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할배는 인맥이 넓어서 굉장히 도움이 되는 분이예요. 그날은 친구가 결혼을 한대서 할배가 이리저리 도와주고, 뒷정리도 해준 뒤 잔치 음식을 좀 얻어서 기분 좋게 길을 가고 있었대요. 읍내에서 할배네 집까지 올려면 언덕을 두어개 넘어야해요. 지금이야 터널이랑 포장도로로 정리되서 걷기도, 차를 타고 다니기도 편하지만 그때만해도 차는 커녕 길도 울퉁불퉁해서 걷기도 힘들었대요.


결혼식은 일찍 끝났는데 친구들이랑 논다고 해가 떨어진 늦은 시간에 집으로 가게 된 할배가 무서움을 조금이나마 없애보려고 노래를 한곡조 뽑으셨대요. 사실 이런말 하면 좀 그런데, 솔직히...노래는...좀...네. 좀...그래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노래실력을 자랑하는 할배가 노래를 부르면서 길을 걷는데 왜 노래는 부르다보면 제 흥에 겨워서 몰입하게 되잖아요. 할배도 막 노래를 부르다보니 몰입하게 되서 어깨춤을 추면서 길을 걷는데, 뒤에서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래요.


"거 노래 참 못부르네."


라구요. 자기 노래에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할배가 듣기에는 엄청 자존심 상하는 말이라 뒤로 확 돌아봤는데 거기에 사람은 없고 왠 불빛만 동동 떠다니더래요. 근데 그 불빛도 사람이 가지고있는 것은게 아니라 되게 일렁거리는 불빛이라고해야되나. 온통 어두운 산길에서 사람이 불을 들고있다면 모습이 비쳐야되는데 모습이 비치기는 커녕 엄청 커다란 불빛이 이리저리 움직이더래요. 색도 하늘색이라고하기에도 뭣하고, 파란색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불빛이 할아버지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노래도 못하는기. 내가 불러도 그거보다는 잘부르겠다."

"고마 입다물고 내리가라. 다른아들 시끄러버가 깨겠다."


이러면서 툴툴거리더래요. 할배가 아 저게 도깨비구나 싶어서 도망갈려고 하는데, 갑자기 불이 확 할배 앞으로 오더니


"니 그 손에 든기 뭐꼬? 고거 술이제? 술 맞제?"


라면서 막 술병을 흔들더래요. 할배가 무서워서 달달 떨면서 고개만 끄덕거리니까 되게 호탕한 웃음이라 그래야하나. 만화에서 나오는 웃음소리 있잖아요. 하하하! 이런 웃음소리를 내더니 너무 무서워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그냥 장난친거라고, 술좀 나눠주면 안무섭게 말동무 해주겠다고 하더래요. 산길에 도깨비랑 가는것도 무섭지만 혼자 가는거보다야 낫겠지 싶어 술병을 건네는데 고맙데이, 라고 인사하는 소리랑 술을 들이키는 소리만 들리고 할배 손에는 그대로 술병이 들려있었대요. 


"니는 저 아래 마을 사는갑네?"

"그라모 와 저기로 가겠는교. 저그 사니까 가제."

"맞다맞다. 니말이 맞네."


대화는 대충 이런식으로 도깨비가 질문하면 할배가 대답하고, 웃는 식으로 이어졌대요. 평소 걷는 시간보다 훨씬 빨리 집에 도착한 할아버지가 고맙다고 인사하니까 도깨비가 오랜만에 잘 먹었다~ 라고 인사하고는 엄청 빠른속도로, 슉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산으로 돌아갔대요. 오래 걷기도 하고 말도 많이해서 피곤해진 할배가 술 한모금을 마시려고 뚜껑을 열고 술병에 입을 댔는데 술병 안에는 남은 술이 한방울도 없었대요.



여기까지가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네요 ㅎㅎ

저는 역시 말재주가 없는듯 ㅜㅜ...실제로 들으면 되게 재밌는데 제가하니 뭔가 재미가 반감되는 느낌...

ㅎㅎ...다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구미호이야기랑, 물귀신얘기가 있는데... 둘다 되게 재밌는 얘기라 엄청 고민되네요 ㅜㅜ...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