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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번역] 리스트(上)
게시물ID : panic_465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비스케
추천 : 31
조회수 : 4558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3/04/28 09:28:04

이 이야기는 10년도 더 전,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의 일이다.


나는 가끔 예지몽을 꾼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빈도가 적어졌지만 10대에는 참으로빈번하게 예지몽을 꿨었다.

이번 이야기가 예지몽에 관한 것인지는 확실히 구분 짓기 힘들다.
반은 꿈 반은 현실.
이렇게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 꿈을 꾸며 체험했던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써내려가보도록 하겠다.

 

 

 

 

 

 

 


그 당시 나는 어떤 [기억법]이라는 것에 푹 빠져있었다.
TV에서 본 내용이었다.
이 [기억법]을 사용해면 친밀한 아이템을 100개 이상 순서대로 기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마 이 방법을 알고있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간단히 설명해보겠다.


1. 먼저 친밀한 장소(집이나 방)을 떠올린다.


2. 집을 떠올렸다면 대문 → 현관 → 부엌 →침실 같이 실제로 머리 속에서 연상하기 쉬운 순서대로 상상을 하며 연상 순서를 정한다. 한바퀴 도는데 10~11곳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3. 마음속으로 정한 열군데에, 각각 관련있는 아이템을 하나씩 놓아두는 상상을 한다. 기억해두고 싶은 아이템이 만일 편의점 봉투라고 한다면 대문에 그 비닐 봉투가 걸려있는 광경을 연상하는 방식이다. 그 다음에 놓아두고 싶은 아이템이 귤이라면 현관 문 한 구석에 귤을 놓아두는 연상을 하면 된다.


한바퀴 돌며 열군데 전부 관련 아이템을 놓는 것을 완료했다면, 다시 한번 똑같은 코스를 반복해 돌면서 아이템을 놓는다.
두번째 바퀴 첫 아이템이 호치케스라면 문에 걸려있는 비닐 봉투 안에 호치케스가 들어있는 풍경을 연상하며 기억한다.

대략적으로 이러한 방법으로 진행되는 것이 [기억법]이었다.
이 것을 2~3번 반복하는 것에 의해 누구라도 적어도 100개정도는 기억 하는게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이 [기억법]을 이용해 누가 더 많이 기억할 수 있는지 친구와 내기를 하며 놀았었다.
매일 연습하다보니 기억할 수 있는 숫자도 점점 늘어났고 연상하는 풍경도 점점 현실적으로 뚜렷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을 꾸었다.
나는 집 안을 천천히 걷고있었다.

내가 [기억법]을 연습중이던가.
꿈인지 현실인지 쉽사리 판단할 수 없었다.
내 눈앞에 펼쳐진 우리 집은 묘하게 현실적이면서도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있었다.


천천히 거닐던 나는 문득 거실에서 아이템 리스트를 발견했다.

나는 바로 그 아이템 리스트를 집어들고 당연하다는 듯 [기억법] 연습을 시작했다.
그 리스트에는 고작 40개의 아이템 밖에 적혀있지 않았고, 전부 평범하기 그지 없는 물품들이었다.
나는 아침에 꿈에서 깨어났지만 신기하게도 그 40개의 물품과 암기 순서를 또렷히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학교에서 친구에게 그 꿈에 관하여 이야기했다.
시큰둥하게 듣던 친구는 내 말이 끝나자 물었다.


"그런데 그 꿈속 리스트에 적혀있던 물품들 말이야, 다 너네 집에 실제로 있는 것들이었어?"


친구가 어째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의아했지만 확실히 리스트에 있는 물품들은 전부 집에 있던 것이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만일 내가 이때 친구의 말을 좀더 깊이 생각했더라면 나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텐데....

 

 

 

 

 

 

 


그 후로 며칠 후 나는 또 꿈을 꾸었다.
[기억법]연습을 하는 꿈이었다.
거실로 가보니 예상대로 리스트가 놓여져 있었다.
집어들고 천천히 리스트를 확인해보았다.

 

첫번째 아이템은 신문지였다.
나는 대문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앞에 누군가가 있었다.
유모차를 밀고있는 노파였다.
허리는 굽고 머리카락은 백발이었다.
그 노파는 내가 있는 곳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노파였다.
나는 그냥 무시하고 대문에 신문지를 걸쳐놓기로 했다.

 


두번째는 장도리였다.
재미있게도 꿈속에서는 필요한 아이템은 곧바로 나타났다.
신문지도 장도리도 그냥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내 손에 들려있었다.
나는 장도리를 현관 문옆에 세워두었다.

 

 

세번째는 야구 배트였다.
나는 그것을 현관 안쪽 신발장 위에 올려두었다.

 

 

네번째 아이템을 확인하고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유 였다.
어느새인가 나는 등유가 가득찬 플라스틱 통을 들고있었다.
나는 그 통을 거실에 놓아두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다섯번째 아이템은 식칼이었다.
이상했다.
아까부터 아이템들이 위험한 물품들로만 구성되어있다.
나는 흐릿한 불안감을 안고 일단 부엌에 있는 식탁 위에 식칼을 놓았다.

 

 

여섯번째 아이템을 확인했다.
전기테이프였다.
아, 드디어 위험하지 않은 물품이 등장했구나.
나는 안심하고 화장실 세탁기 위에 그것을 올려두었다.

 

 

일곱번째는 시멘트라고 적혀있었다.
시멘트라고?
나는 시멘트가 들어있는 봉투를 목욕탕 안에 놓았다.
이상하다...
이 시점에서 나는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인식한 상태였다.
어떻게 해야할지 잠시 망설였지만 일단은 한바퀴 돌고 나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다음 차례는 내 방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현실과 다를 것 없는 똑같은 내 방이었다.
여덟번째 아이템은 밧줄이었다.
나는 침대 위에 밧줄을 휙하고 던졌다.


문득 시선이 쓰레기통 쪽으로 갔다.
무엇인가 거뭇한 물체가 그득차있는 것 같았다.
가까이 가서 확인을 해보니, 그것은 검고 긴 머리카락이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방에서 뛰어 나왔다.

복도에서 나는 숨을 몰아쉬며 필사적으로 정말 이상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 꿈 속인데 위험한 일을 당할리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계속해서 [기억법]연습을 진행했다.


 

아홉번째 아이템은 마이너스 드라이버였다.
나는 그것을 2층 화장실 변기 위에 올려놓았다.

 

 

열번째는 가스팬히터였다.
나는 그것을 2층 복도 한구석에 놓아두었다.

 

 

열 한번째는 피아노 선이었다.
열번째 아이템까지는 우리 집에 있는 물품이었지만 분명 피아노선은 없었다.
손에서 피아노선의 미끌미끌하고 팽팽한 감촉이 났다.
피아노 선이 들려있었다.
우리집에 이런게 있던가?
이상했지만 일단은 계단 제일 밑쪽에 그것을 놓아두었다.

 

 

 

 

 

 

 

 


이 것으로 한바퀴를 돌았다.
이상한 부분도 있었지만 꿈이니까 그런거겠지.
나는 두바퀴째를 돌기로 했다.
하지만 그 결정이 커다란 실수였다는 것을 나는 곧 깨닫게 된다.

 

현관에서 나가 대문으로 향했다.
리스트를 보니 다음 아이템은 라이터였다.
그 순간 뭔가 소리가 났다.

 


덜컥 덜컥

대문 밖에서 나는 소리였다.
다가가서 보니 아까 본 그 노파가 내가 대문에 걸어둔 신문지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 하고 있었다.
나는 허둥지둥 대문 건너편에 손을 뻗어 노파에게서 라이터를 빼앗았다.
다행히도 불은 붙지 않았지만 나는 그때부터 이 꿈이 명백하게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무슨짓이야!!!!"


화가 난 내가 소리를 질렀지만 노파는 입을 굳게 다물고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사라졌다.
나는 대문에 걸어둔 신문지로 라이터를 둘둘 말아 우체통 안에 쑤셔넣고, 현관 앞에서 애써 사고를 정리해보려 노력했다.

 

 

이거....꿈 맞나?
이 기묘한 현실감과 정상적이지 않은 진행상태.
내가 [기억법]연습을 계속 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됐다.
마치 나의 감이 경고를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꿈이라는 것을 이미 자각한 상태다.

무슨일이 생기면 잠에서 깨면 될것이라는 생각으로 계속하기로 결심했다.

 

 

 

 

 

 

 


아이템 리스트를 확인해보았다.
눈길용 타이어체인이었다.
현관 문 옆쪽 구석에 그것을 놓아두었다.

 

 

다음 아이템은 인형이었다.
우리집에 인형같은 것은 없는데....?
하지만 어느새인가 내 손에는 인형이 들려있었다.
일본 인형이었다.
어디서 본 것만 같은 기분이었지만 어디서 봤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그 것을 현관문 안쪽 신발장 위에 두었다.

 

 

그리고 다음 아이템이 무엇인지 리스트를 확인해보았다.
다음 아이템은 불이었다.
불?
그런걸 어떻게 놓으라는 소리지?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다음 차례는 거실이었다.
그리고 거실에는 아까 놓아둔 등유가 든 플라스틱 통이 있다.
설마 통에 불을 붙이라는 말은 아니겠지......

 

 

그 순간, 현관에서 덜컥 덜컥 소리가 났다.
나는 조심조심 현관문 밖을 내다보았다.
밖에 누군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아까 내가 현관문 옆에 놓아둔 눈길용 타이어 체인으로 문고리를 칭칭 감고있었다.
나를 가둬둘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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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비비스케(http://vivian9128.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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