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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마지막 일기장.
게시물ID : panic_482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구름완전자
추천 : 11
조회수 : 272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5/23 23:03:43

 우리 집은 부자였다. 아버지는 내가 정치인이 되길 바라셨다. 그것은 크나큰 가문의 영광이라고 여겼고, 나 또한 그랬다. 그리고 지금 나는 정치를 업으로 삼고 있다. 45살이 넘어서 난 드디어 당선이 되었고, 초선이라 그런지 의욕이 많았고, 그 만큼 칭찬을 많이 받았다.

 

 인생이란 꽤 많이 힘든 것이었다. 10살때부터 20년 동안은 죽어라 공부를 했고, 15년간은 죽어라 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고, 하고 싶지도 않은 자원봉사를 하며 사람들을 만났다.

 

 자원봉사를 하는 곳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왔다. 자신의 사업을 성공시키려는 사업가는 그들의 후원 대상을 찾기 위해 왔으며, 또 기자들은 어떤 거물들이 이런 곳을 찾나 기웃거리기도 했다. 또 나 같은 사람들은 이미지를 높이고 많은 사람들을 접하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모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도움을 필요로 해서 한 곳에 모였고, 그 도움을 주기 위해서 나와 같은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찾았다. 그것이 내가 하는 자원봉사였다.

 

 그러나 오로지 명성만을 위해서 자원봉사를 하진 않았었다. 적어도 나에겐 양심이 있었다.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다. 나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친구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매일같이 거리를 청소하는, 가난한 환경미화원이었다. 그는 돈을 모을 법도 했는데 결혼하지 않고 계속 가난하게 살았다. 아버지가 많은 빚을 남겨 준걸까? 생각했지만 그는 한 번도 자신의 이야길 해주지 않았다. 또 한 명은 마을에서 유명한 초콜릿 장인이었다. 그가 만든 초콜릿은 맛있을뿐더러, 잘난 체하지 않는 그의 태도에 그 밑에는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도 여럿 있었다.

 어쨌든, 그 친구들이 수차례 자원봉사 하자고 권했다. 너한테 도움이 될 것이다. 공부만 하는 것보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해서 처음엔 갔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적어도 명성만을 위해서 갔던 것 보다는 어느 정도 양심이 있었다.

 

 5년 전 어느 날, 환경미화원인 친구가 죽은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그는 슬하의 자식도 없었기 때문에, 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나와 초콜릿 장인 친구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사인은 심장질환이었다고 한다.

 

 그의 물건을 정리하며 서랍을 열자, 손때가 타 시커먼 일기장이 나왔다. 일기장엔 놀라운 사실이 들어있었다. 그간 10년 동안 우리 마을에는 아무개라는 사람이 매해 크리스마스 날만 되면 우리 시 각지의 고아원 및 양로시설에 거액을 기부해 그간 떠들썩했다. 사람들은 그 사람을 밝히고자 노력했고 기자들도 관심을 보였지만 아무도 그 아무개가 누군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초콜릿 장인 친구와 나는 의아해하며 죽은 환경미화원 친구를 떠올리며 그가 기부했다던 많은 시설에 가서 물었다. 다들 맞다고 했다. 많은 시설에서는 그 분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에 정말 슬퍼하였다.

 

 그러나 다음 해, 기부자가 이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아무개는 기부를 하고 다녔다. 초콜릿 장인 친구와 난 깜짝 놀랐다. 나는 가서 물었다. 기부자 아무개가 우리 친구였단 사실을 아는 사람은 너와 나밖에 없으니, 적어도 나는 아니다. 초콜릿 장인 친구야 혹시 너가 그랬니? 그는 아무 말 없이 웃었다.

 

 친구의 죽음으로부터 5년쯤 지나자, 초콜릿 장인 친구는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며 많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나는 그에게 제안을 했다.

 

 “너가 했던 기부사실과, 죽은 나의 환경 미화원 친구의 기부사실을 내 걸로 만들게 해줘. 내가 널 도와줄게.”

 

 초콜릿 장인 친구는 처음에는 그 말에 힘들어 했지만 이내 내 뜻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는 신문사에 익명의 아무개라는 이름으로 내가 기부자라고 거짓말하여 투고를 하였다. ‘곧 시장후보에 나가는 FRANK씨가 지난 20년간의 우리 마을 최고의 기부자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예상대로 모든 매스컴은 나에게로 돌아왔고, 나는 멋쩍은 듯 인터뷰에 응했다.

 

 “누군진 몰라도, , 맞습니다. 그렇지만 쑥스럽습니다. 제가 가진 부를 나눠주는 것이 그간 자원봉사를 하며 느낀 점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선되었다. 초콜릿 장인 친구는 빚을 다 갚고, 직원들의 월급을 다 주고, 자살을 했다. 아마도 양심의 가책이 심했나보다. 물론 나는 그에게 많은 돈을 줬다. 그러니 어느 정도 내 책임은 지워지지 않을까.

 

 내 이름은 FRANK, 이 지역에 제일 유명한 국회의원이며, 최고의 기부자이다. 시설들에는 이제는 내가 직접 후원을 하며, 내 두 친구가 기부자였던 사실을 입막음 하고 있으며, 여전히 나는 잘나가고 있다.

 

 내 이름은 FRANK, 제일 유명한 국회의원에, 최고의 기부자. 그런데 어딘가 슬픈 기분이 든다. 다른 건 다 얻었지만, 양심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매일 밤 두 친구놈과 얘기를 나눈다. 두 친구 놈이 나를 혼낸다. 미안하다고 많이 얘기하고, 그 친구들은 다시 내게 술을 권한다.

 

 너무나 보고 싶은 나의 친구들아. 미안하다. 허전한 마음이 드는 날이면 더욱 더 보고 싶구나.

 

 내 이름은 FRANK, 내 나머지 모든 재산을 나의 아들이 아닌 우리 마을의 모든 시설에 기부한다.

 

 제일 유명한 국회의원이자 최고의 기부자인 나 FRANK는 다음에 서명한다.

 

 FRANK. 10. 7. 20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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