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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술기운
게시물ID : panic_485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밥먹는남자
추천 : 5
조회수 : 116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5/26 00:00:37
새하얀 달이 밤하늘을 밝힌다. 사람한명 없는 새벽 주택가 골목길을 K가 홀로 걸어간다. 달빛에 생긴 긴 그림자는 부축받을 그림자가 없어 연신 휘청거린다. K는 평소와 달리 친구를 한명도 부르지 않은 채 혼자 동네 술집에서 연거푸 술병을 비웠다.
한병 두병 비워나감에도 그의 기분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몸은 취해나감에도 정신은 더욱 또렷해져 그 사건을 떠올리는 듯 했다. 자신의 발에 걸려넘어지길 두번 전봇대를 친구삼아 껴안기를 세번 하늘과 땅을 한번씩 쳐다보며 한숨을 내뱉는걸 총 열두번 하고 나서야 K는 집에 돌아올수 있었다.
자동차키와 집키를 헷갈려 한동안 씨름하고나서야 겨우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보니 어두운 부엌에 그녀가 앉아있었다.
'.....그래 아무렴 어때'
"다녀왔어" K는 술기운을 쫒아내려는 듯이 힘겹게 내뱉었다.
"술도 못하면서 왜이렇게 많이 마셨어.." 그녀의 목소리가
허공에 울리는 듯 하다.
"그냥 어제 좀 힘든일이 있어서..." 그녀의 부축을 받지만 별로 도움은 안되는 것 같다.  
"어휴 왜 이렇게 무거워! 요새 살찐것 같더니. ."
그녀의 잔소리가 기쁘다. 항상 옆에 사는 사람많이 할수있는 잔소리. 
"흐흐..당신이 약해진게 아니라? "
"뭐? 난 아직 젊고 쌩쌩하거든?"
"그래..그렇지..."
침대에 앉아 자신을 보는 아내의 얼굴은 달빛을 받아서 그런지 더욱 하얗고 아름다워 보였다. 
말없이 손을 들어 그녀의 볼을 쓰다듬고 싶었지만 술에 취해서인지 계속 허공을 휘저을 뿐이었다.
대신 그녀가 K의 볼을 쓰다듬었다.
 10년이넘은 결혼생활이지만 서로를 절실히 사랑했기에
남들 다 겪는다는 그 흔한 권태기도 없었다.
그렇게나 서로는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다.
"나 없으면 어떻게 살래?"그녀가 한숨과 함께 속삭였다.
"못 살거야. ..  나 없는동안 뭐하고 있었어? 얼마나 외로웠니? 얼마나 적막했니?..."
"왜 이래..  취했나봐. 얼른 푹 자. 내일 아침도 회사 가야지."
그녀가 이불을 가슴까지 덮어주고 방을 나갔다.
K는 침대에 몸을 걸친채 그대로 잠들었다.
꿈속에서 그는 너무도 슬픈 꿈을 꾼듯 
자면서도 눈꺼풀 옆으로 눈물을 줄줄흘렸다.

다음날 아침 K는 행복하지만 슬픈 꿈을 꾼 듯한 몽롱한 기분에서 일어났다. 인스턴트 밥을 데우던중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K괜찮아?.. 어제 제수씨 장례식 못 가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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