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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금 소설) 요녀 - 5 (BGM)
게시물ID : panic_530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28
조회수 : 324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7/19 01:40:58





마가와 소진이 년이 오른 말은 질풍과도 같았다.
새파란 검사의 말이었다.
단연 가장 달음질이 뛰어나고, 체력도 우수한 말로서,
지금 마가 놈이 그 말을 타고 달아난다면,
제아무리 새파란 검사라 해도, 마가를 붙잡을 수는 없을 듯하였다.
 
새파란 검사가 아니라, 설령 귀신이 쫓아온들,
그 바람처럼 달리는 말의 꼬랑지조차 닿을 수 있을꼬.
 
허나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무엇이 문제인고 하니,
이 천치 같은 마가 놈이 평생 말을 처음 타봤다는 것이었다.
 
마가 놈이 부러진 다리로 말에 오르는 것조차 천지신명이 도우신 일이라 할 수 있더랬다.
 
새파란 무사가 타던 말은 가장 달음질이 뛰어난 만큼 난폭하게 달리는 놈으로,
다른 보통의 말에 비해 근 수가 4,50은 너끈히 넘는 육중한 놈이더랬다.
어떤 이는 새파란 무사의 말을 보고는 그리 묻는 이도 있었다.
 
그 놈이 말이요? 황소요?”
 
새파란 무사의 말이 땅을 구를 때마다 주변에 지진이 이는 것 같았다.
돌멩이들은 사시나무 떨 듯 바들바들 떨었으며, 흙먼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말굽이 땅을 박찰 때는 천둥이 치는 것처럼 무지막지한 굉음이 주변을 울렸다.
 
그 철덩이 같은 육중한 몸이 흔들릴 때마다
마가는 부러진 다리가 뒤틀리고 흔들렸다.
마가 놈은 다리가 엉켜갈 적마다 어린아이처럼 비명을 질렀는데,
그게 그럴 법도 하였다.
 
마가의 부러진 다리는 뼈가 분리되어 살이 늘어져갔다.
날이 선 뼈가 속살을 찌르는 것은 당연하였고,
힘줄이며 핏줄이며 늘어지는 살들은 마가의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
그 고통에 마가는 당장이라도 까무러칠 만큼 눈앞이 컴컴해지기 일쑤였다.
마가는 고삐를 쥐고, 안간힘으로 낙마하지 않도록 버텼으나,
차라리, 태풍으로 요동치는 파도 위를 걷는 것이 더 수월했을 것이었다.
 
마가는 봉춘골 입구의 천하대장군 앞까지도 당도하지 못하였다.
 
마가는 봉춘골 입구 전에 있는 숲길에서 말허리에 튕겨져 하늘을 날았다.
마가는 필시 허벅지로 말을 꼭 쥐고 있어야했으나,
당장은 다리가 부러져있었고,
안장에 발을 올리는 기본조차도 몰랐으며,
심지어는 얼떨결에 고삐까지 놓아버렸다.
밀려오는 고통 탓에 힘을 잃었던 것이었다.
 
새파란 무사의 말은 마가를 하늘 높이 튕겨냈다.
수직으로 번쩍 날아오른 마가는 순식간에 머리부터 곤두박질 쳤는데,
그 것이 마가의 마지막이 되었다.
 
새파란 무사의 말이 뒷발로 마가의 턱주가리를 때린 것이다.
그 일로, 마가의 뺨으로 길게 말발굽 모양이 남았는데,
그 발굽 모양이 박히는 찰나 마가의 모가지는 세 번을 급회전하였다.
흙바닥에 쏟아진 마가의 몸은 눈꼽만치도 움직이질 않았다.
 
소진이란 년은 말 엉덩이 즈음에 묶여 신음하고 있었다.
봉춘골을 붉게 피어오르고 있고,
시커먼 밤하늘은 더 시커먼 연기에 휩싸이고 있더랬다.
 
소진이란 년은 뒤로 멀어져가는 봉춘골을 보며 절로 눈물이 흘렀는데,
그것은 봉춘골을 떠나는 홀가분함 때문도 아니요,
그동안의 설움이 터져나온 것도 아니요,
마가의 죽음이 애통해서도 아니었다.
 
소진은 말이 달릴 적마다 늑골이 부서질 듯 아팠다.
산처럼 솟아있는 말의 등뼈는 소진이를 고문이라도 하는 냥,
소진의 갈비뼈를 찌르고 비볐는데,
그 통증을 이루 설명하기가 애매하다 아니할 수가 없다.
갈려 본 사람이 아니라면 그 고통을 어찌 이해할꼬.
털썩일 적마다 배를 얻어맞는 기분이 드는 것도 그랬다.
소진이란 년은 숨을 쉬기가 곤란했다.
소진이 년은 속으로 차라리 숨이 끊어진다면, 마음이라도 편하리라고 생각했다.
수십 차례나 등뼈에 배때기를 얻어맞은 소진은 고통 속에 혼절을 하고 말았다.
 
고삐를 잡아 줄 사람 없는 말은 정처 없이 내달렸다.
그것은 마치 봉춘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던 소진의 뒷모습과도 닮아있더랬다.
 
붉게 물든 밤하늘이 피에 물들어 그리 뻘건지,
봉춘골을 집어 삼키는 불덩이에 물들어 그리 뻘건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후 소진이란 년의 수배령이 떨어졌는데, 그 수배지가 가관이더랬다.
수도 없는 사람들이 소진이 년을 봤지만,
수배지에 그려진 얼굴을 보고 소진이 년과 닮았다하는 사람은 없었다.
소진이란 년의 설명은 쓰고 고쳐지고, 쓰고 고쳐지길 하다 지쳐, 한 줄로 요약이 되었다.
 
-소진이란 년은 눈빛만으로 남정네를 홀림.
 
귀신 시나락 까먹는 소리 같은 수배지였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른 특징을 콕 짚어낼 자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수배지의 그 한 줄은 전국적으로 파란을 불렀다.
이곳저곳에서 소진이란 년을 보았다는 낭설이 돌았다.
그 낭설을 듣게 된 봉춘골 사람들은 소진이란 년이 대단한 년은 대단한 년이라 입을 모았다.
 
그럴 법도 했다.
 
낭설은 소진이란 허깨비를 만들어 전국을 홀렸는데,
덕분에 애꿎은 아낙들이 피를 보아야했다.
 
소진이란 년의 허깨비 덕에 피를 본 아낙들은 대체로 특징이 진했다.
그 중에는 한 날, 한 시, 다섯 남자의 구애를 받았다는 아낙,
웬 남자와 간통질을 했다는 아낙,
장례가 유망하다 일컬어지던 기방의 최고 미인,
고기 손질을 잘 한다고 소문이 난 여성 도가들
도박판을 전전하는 아낙들,
얼굴이 곰보인 아낙들,
 
그리고 피부가 백옥처럼 하얗다는 처녀들이었다.
이는 대부분이 봉춘골 아낙들이 만들어낸 소진이 년의 소문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시간이 흘러 낭설이 널리 퍼지니,
소진이란 년은 마을 하나를 전부 태워 삼킨 악녀 중의 악녀로 이름이 높아졌고,
어명을 무시한 채 달아난 괘씸한 년의 상징이 되었으며,
불행을 낳는 씨가 된다고 하여 소진이란 자()조차
멀리해야한다는 미신까지 생기게 되었다.
 
전국의 소진이란 처자들은 목숨을 구하려 모두 이름을 바꾸었고,
설사 헛갈려 불리게 되어 봉변을 당할까,
이름 두 글자에 자와 자만 들어가도, 불안을 느끼는 여식이 생기더랬다.
 
그렇게 소진이란 년은 전국 모든 땅에 존재하는 동시에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년이 되었다.
 
세상 사람들은 그런 소진을 일컬어
 
요녀
 
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
 
해가 심드렁하게 떠있는 초여름.
 
기골이 장대한 남성이 허리에 끈을 매고 산길을 걸었다.
허리에 걸린 끈은 중년의 여인의 허리에 가 감겨있었는데,
그 여인의 가슴에는 백자 항아리가 소중히 안겨있더랬다.
 
백자의 항아리에는 成坤 (성곤) 이란 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 남녀의 옆을 지날 적마다, 코가 문드러지는 악취를 느껴야했다.
 
기골이 장대한 남성의 자는 지광.
한 때는 그의 주변의 기운이 온통 푸르다하여,
청검(淸儉) 이라 이름이 높던 자였다.
 
그의 끈에 매달려 걷는 중년은 민씨라 하나,
지광이란 사내도 그녀의 이름 석자를 정확히는 알진 못하였다.
 
그들이 오르는 산은 이름도 없는 야산과도 같은 곳이었으나,
지광과 중년의 여인이 그곳을 오르는 이유는 연유는
저자거리의 풍문에서 비롯되었다, 할 수 있다.
 
지광이 민씨를 끌고 저자의 주막에서 입에 풀칠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들 옆에 앉아있던 왠 상놈이 큰 소리로 떠들었다.
 
, 내 말이 그렇다니까는? 약초 뜯는 장가 말이여. 내가 엄니 좀 얻어다 드릴라고, 그 놈 사는 산골에 잠깐 다녀오는데, 으따~ , 말도 말어라? 아니, 그러니께 말여. 그 장가 놈이 아니 시상에나 저상에나 말이다. 왠일로 여자를 끼고 살고 있더라니까는? , 내말이 그렇다는 거야녀!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더냐고? 그렇잖어? 눈도 멀어가지고, 앞도 안 보이는게 글쎄, 그런 여자를 어서 주워왔는지, 내가 알게 뭐여! 아니 근데, 그 장가 놈 안사람이 나한테 물 한사발을 대접하는데 글쎄………
 
지광은 큰 소리로 떠드는 상놈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호들갑을 떠는 놈의 목소리가 거슬려서가 아니었다.
 
가슴이 막 벌렁거리더라니까는? 아야? 으메? 증말로! 그냥 허연 손목이랑 뒷모습만 잠깐 봤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벌렁벌렁~ 한게, 아따 희안터라니까는?”
 
요녀야. 요녀.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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