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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저승사자의 논리
게시물ID : panic_591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건전만화
추천 : 47
조회수 : 5441회
댓글수 : 36개
등록시간 : 2013/10/21 22:53:49
안녕하세요. 아직은 인생이 버거운 28살 솔로입니다.
 
요즘 팍팍한 삶을 공포게시판을 통해 위로받고 있습니다.
 
사실 귀신보다 더 무서운게 인생사가 아닐런지... 그래서 현실을 잊기 위해 이곳에 오는걸지도 모르겠네요.
 
 
각설하고
 
예전에 꿨던 쌈빡한 꿈 몇가지가 기억나서
 
그 중에서도 좀 신기했던 꿈 이야기를 하나 풀어 보려고 합니다.
 
 
한창 불타오르던 20대 중반, 그래봐야 3년 전이네요.
 
그 때는 이틀에 한 번꼴로 술을 먹었던것 같습니다.
 
또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새벽 한 두시가 평균 귀가 시간이었죠.
 
 
그 날도 부어라 마셔라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사실 그 당시 오랜시간 짝사랑하던 그 분과 ㅜㅡ 관계가 발전되던 시기라 마냥 옆에 있고 싶은 마음에 자리를 뜨지 못했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술도 좀 과하게 먹었던 것 같고...
 
어느 순간 시게는 새벽 3시.
 
아쉽지만 늦었기 때문에 자리를 파했습니다. 
 
암튼 집까지 오는 10분은 필름이 끊긴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힘겹게 도착한 집.
 
몇 번의 도어락 실패끝에 힘겹게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와 바로 마루바닥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집에 들어오니 정말 꼼짝을 못하겠더라구요.
 
그래도 다행히 마루에 이불이 깔려있었습니다.
 
어느날부터 아버지께서는 마루에서 어머니께서 주무실때까지 기다리다가 새벽쯤에 안방으로 들어가셨거든요. (왜 그러시는 걸까요..ㅎㅎ;;)
 
저는 방에 갈 힘도 없이 애벌레처럼 몸을 꿈틀거리며 겨우 마루에 깔려있는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환복도 못한상태로 바로 취침을 했습니다.
 
 
그렇게 꿀잠에 빠져들 무렵,
 
현관에서 기척이 들렀습니다.
 
순간 머리만 빼꼼히 들고 현관을 처다보니
 
검은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할아버지 한 분이 서 계시더군요.
 
갓을 썼는지 안썻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전형적인 저승사지의 포스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저를 스윽 처다보시더니 이윽고 제 머리맡으로 오셨습니다.
 
얼굴은 분칠을 해서 하얗고 보라색입술은 볼까지 쭉 찢어져있는게 가까이서 보니 좀 쫄리긴 하더군요.
 
하지만 평소 루시드드림에 심취해있던 저는 이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꿈에서도 술에 취해있었는지 몸을 꿈쩍할 수 없었다는거였죠. (정확히 표현하면 그냥 귀찮았습니다.)
 
 
저에게 다가선 할아버지께서는 다짜고자 저에게 가자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정황상 여기서 따라가면 문 밖에 지옥의 스틱스강이 펼쳐있을거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기지를 발휘해... 지금 술이 너무 취해서 못가니까 담에 오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까 좀 화가나셨는지 양반다리로 왼쪽 머리맡에 털썩 앉으시더라구요.  
 
그 때부터 입니다. 저와 할아버지와의 논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가느냐 마느냐... 지금 생각해보니 목숨을 건 매치였네요.
 
정확한 대화내용은 기억안나지만 꿈 속에서의 대화는 꽤나 길었습니다.
 
그래도 요지만 적어보자면
 
1. 사실 이 곳에 태어날 사람이 아니었다.
2. 그래도 불쌍한 마음에 삶을 경험해 볼 기회를 충분히 줬고 이제 누릴만큼 누렸다.
3. 요즘 하는 일마다 잘 되지 않는건 이 곳과의 인연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4. 여기서 나를 따라가면 진짜 인연이 닿는 곳으로 갈 수 있다.
 
대충 이런 맥락이었습니다.
 
사실 정리한다고 저렇게 적었지만 그냥 너는 여기서 잉여에 노답이다, 걍 다시 태어나라 이런 말투였어요.
 
솔직히 엄청 서운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따박따박 말대꾸를 했습니다.
 
나는 지금 가고 싶은 생각이 없고 아직 시작도 안한 창창한 20대인데 기회가 얼마나 많은데 아직 결혼도 못해봐서 억울해서 못간다.
 
이런 말을 속사포처럼 쏴댔습니다.
 
 
그렇게 갑론을박을 하길 한참... 할아버지는 참고있던 화가 폭발했는지
 
그럼 죽여서라도 데려가주마 고함을 치며 주방으로 뛰어갔습니다.
 
그 때 아뿔사했던게 얼마전에 산 신상 부엌칼 세트가 싱크대 위에 꽂혀있는게 생각난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할아버지는 오른손에 식칼을 들고 두발과 한 손을 이용해서 개처럼 저에게 뛰어왔습니다.
 
그리고 제 목덜미에 칼을 쑤셔넣었는데 그 서늘한 느낌과 통증에 놀라서 잠을 깼습니다.
 
 
일어나보니 이미 해는 중천
 
머리는 쑤셨지만 꿈은 너무나 생생했습니다.
 
일어나서도 몸이 으스스 할 정도로 소름이 돋는 참 개떡같은 꿈이었습니다.
 
그렇게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제 배게 뒤 탁자위에 아까 그 식칼이 놓여져 있는걸 봤습니다.
 
정말 너무 깜짝 놀라서 때마침 거실로 나오신 어머니께 이런걸 아들 머리맡이 놓으면 어떡하냐고 다짜고짜 따졌죠.
 
근데 알고보니 어제 아버지께서 사과 깎아드실려고 꺼내놨다가 그냥 두신 모양입니다.
 
어머니께서 너무 쿨하게 말하고 방으로 다시 들어가시길래 저도 어쩔수없이 방으로 들어왔지만
 
목덜미의 그 서늘한 기운은 여전히 남아있었죠.
 
 
누워서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잠자기전에 칼을 보고 무의식중에 그런꿈을 꾼 건 아닐까?
 
하지만 만취상태에서 머리맡에 칼을 보고 잘 정신은 없었던거 같습니다.
 
어디서 듣기로는 칼에는 혼이 있어서 칼을 머리맡에 두고 자거나 하면 좋든 나쁘든 영향을 준다던데
 
그래서 제 나름대로 내린 잠정적 결론은... 닭과 생선과 돼지의 혼령이 칼에 깃들어있는게 아닐까라는 겁니다.
 
농담입니다...
 
 
 
암튼 그 후로 일이 안 풀릴때 종종 그 꿈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그냥 따라갈 걸 그랬나라는 생각을 하는 스스로에 섬뜩함을 느끼곤 합니다.
 
 
사실 그보다 쫌 무서운 게
 
그런 꿈을 만들어낸건 다름아닌 제 무의식이라는 사실입니다.
 
꿈은 무의식의 산물이라는데 저는 스스로를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여기고 있던게 아닐까요. 
 
스스로를 필요없다고 여기는 생각들이 꿈에서 할아버지의 형상으로 나타나 저를 설득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의식과 무의식의 논쟁.
 
다행히 그 때의 저는 스스로가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고 느꼈나봅니다.
 
하지만 다음에 같은 꿈을 꾼다면 저의 무의식을 이길 자신이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ㅡㅜ
 
앞으로는 좀더 자신을 사랑해야겠네요. ㅎㅎ
 
 
 
결론은 스스로를 더 사랑하자! 칼을 머리맡에 두지말자. 고기와 생선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자.
 
별로 재미없을지도 모르니까 이것만 쓸게욤.
 
감사합니다. 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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