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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탕에 떠다니는 시체
게시물ID : panic_596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천카레
추천 : 18
조회수 : 10509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3/10/31 02:14:09

 

 

 

냉탕에 떠다니는 시체

 

 

 

내겐 동생이 둘 있음. 여자 하나 남자 하나.

모두 세 살 터울임 나-여동생-남동생

나랑 남동생은 귀신을 무서워해도 속으로만 벌벌떨고 겉으로는 내색안하는 스타일임

 

여동생=연시

남동생=감 이라고 하겠음

 

 

연시가 워낙 겁도 많고 감정표현이 풍부한애라서 무서운 걸 보면 무진장 시끄러움

별의별소리를 다 내면서 도망가다가 그래도 들리면 귀막고 주기도문 외움

 

 

연시가 초2때, 난 나름 고학년이라고 자부하는 5학년이었고 감이는 6살이었음

하루는 엄마와 우리 삼남매가 목욕탕을 갔음

감이는 남자지만 6살 아기니까 같이 여탕에 들어갔음(싫다고 난리를 쳤지만 아빠가 출장가신터라 남자는 감이 혼자였음)

 

 

 

다들 그러시겠지만 목욕탕가면 일단 뜨거운 물에 들어가서 피로도 풀고 안정을 취하잖음?

하지만 초딩은 아님실망.. 때밀기 전까지는 고통의 시간

뜨거운 물에 들어가있으면 5분도 안돼서 뜨거운 열기에 숨이 막힘

후다닥 뛰어가서 목욕탕 문 열고 바깥공기를 마시고 있으면 곧 엄마손에 의해 다시 입수

 

 

 

아무튼 어리면 어릴수록 뜨거운 물을 오래 못견딤

그래서 제일 나이많은 내가 제일 오래 때를 불려야 함

엄마께서 막내부터 때밀어주심

막내 원래 때미는거 아프다고 소리 빽빽지르는데 여탕이라 그런지 고개 푹 숙이고 조용함

 

 

 

내가 얼굴 빨개져서 숨 못쉬고 있으니까 연시가 열탕을 나가더니 바가지를 가지고 냉탕으로 가서 물을 한바가지 퍼옴

찬 물로 세수하라고 그러면 숨 쉬기 편하다고

열탕에서 올라오는 김때문에 앞이 뿌옇게 보였는데 그거 때문인지 연시가 엄청 예뻐보였음 짱 (안경을 안썼었기 때문일수도 있음..)쨌든 그렇게 견디고 있는데 연시가 때밀러 감

 

 

 

 

연시 엄살 최고..정말 우리집 최고

몸도 마음도 약한 우리 연시 ..참을 인자를 오만 번 새기고 때미는 시간을 견뎌냄

때미는 시간이 지나가면 목욕탕은 그냥 천국임

냉탕은 파라다이스만족

진짜 넓음 게다가 아무리 오래있어도 숨막힐 일은 없음

그리고 냉탕은 만남의 장소이기도 함ㅋㅋ인내와 고통의 시간을 겪은 아이들이 동질감에 친구먹는 장소임. 같이 수영하고 술래잡기하는 장소.

 

 

 

 

연시도 파라다이스로 갔음

연시와 감이가 파라다이스에서 만나서 재미나다^^좋다^^할 때 나는 인내와 고통의 장소로 갔음 엄마께선 이미 두 마리 양을 천국으로 보내신 터라 지칠대로 지치셨음

때밀이와 내 몸이 한창 마찰중일때 나는 파라다이스의 연시와 감이를 보고있었음

 

 

 

 

근데 연시가 좀 이상했음

분명 감이는 연시 뒷쪽에 있고 연시 앞쪽엔 아무것도 없는데 거기다가 대고 무슨 말을 하는 거였음 내가 안경을 안써서 앞이 잘 안보이긴 했지만 입 뻐끔뻐끔하는 것 정도는 알아봄

하지만 난 지금 인내와 고통의 장소에 있음 그런 거 신경쓸 여유도 없음

 

 

 

 

곧 나도 파라다이스로 가게 됐음방긋

얼른 냉탕에 몸을 담그고 감이랑 재미나게 놀고 있을 때 연시가 잠깐 나와보라고 했음

난 파라다이스에 온 지 얼마 안돼서 싫다고 하려 했지만 연시 표정이 이상해서 그냥 나감

 

 

 

 

연시 - 언니, 나 방금 이상한 거 봤어..

나 - 뭐 ㅋㅋ 아 빨리 말해 나 냉탕 들어가야돼

연시 - 아까 언니 때밀고 나랑 감이랑 냉탕에서 놀 때.. 감이랑 술래잡기 하려고 뒤돌아서 숫자세는데 갑자기 감이가 둥둥 떠있는거야.. 몸이 막 맞은 거처럼 파랬어..

 

 

 

 

이 때 냉탕에서 나왔어서 그런지 몸이 부르르 떨렸음 난 이때부터 연시 얘길 들으면서 냉탕을 흘깃흘깃 쳐다봤음

 

 

 

 

연시 - 근데 막 감이가 떠내려가길래 "감아, 어디 가.."라고 했는데 갑자기 딱 알겠는거야..저건 죽은거다..그래서 너무 무서웠는데 뒤에서 감이가 나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그래서 뒤돌아보니까 감이가 왜 숫자 안세냐고 뭐라고 하는거야. 다시 앞에 보니까 아무것도 없고.. 언니 나 무서워..

 

 

난 이때 알았음 아까 내가 때밀면서 연시 본 게 이때구나..

 

 

그러니까 냉탕에서 연시랑 감이랑 놀 때 감이랑 가위바위보를 하고 져서 연시가 술래가 된 거임. 그래서 뒤돌아서 숫자를 세려고 했는데 분명 자기 뒤에 있어야되는 감이가

온 몸이 맞아서 멍든것처럼 퍼렇고 뻘겋고 살색이 하나도 없이 멍만 있고 몸이 물 위에 떠있었댐.

 

 

 

 

그런 상태로 감이가 냉탕에서 둥둥 떠내려갔다고 함. 연시는 감이가 아닐거라는 생각은 못하고 감이가 갑자기 왜 저러지, 맞았나..하는 생각에 걱정부터 했다고 함

그래서 떠내려가는 감이쪽으로 가면서 어디가냐고 했는데

퍼뜩 든 생각이 '저건 죽은거다..'라는 생각이었다고 함

 

그 때 뒤에서 감이가 숫자 안세냐고 뭐라고 하길래 뒤돌아보니까 진짜 감이가 짜증을 팍팍 내면서 있었음

깜짝 놀란 연시가 다시 돌아보니까 온 몸에 멍이 든 감이는 사라지고 물밖에 없었음..

 

 

 

 

근데 연시가 이런 얘기 한 적도 없고 어릴 때부터 귀신을 본다던가 한 것도 아니고

애가 워낙 마음이 약하고 그래서 엄마께서는 헛걸 본거라고 일단락 지으셨음

 

연시는 굳은 표정으로 냉탕에 안들어가겠다고 버텼지만 감이랑만 놀면 재미가 없었던 나는 연시를 굳이 끌고 들어갔음 (같이 놀자고 한거였지만 이러질 말았어야 했음)

 

 

 

나는 원래 한 번 들은 얘기는 잘 잊어버리는 터라 연시 얘기도 그냥 넘겼었음

감이랑 재미나게 노니까 연시도 어느 새 같이 놀고 있었음

한참 재밌게 놀고있었는데 연시가 덜덜떨리는 손으로 날 툭툭 쳤음

 

 

 

나 - 왜? 꺄하하핳하하ㅏ 물튀기지마! (연시는 보지도 않고 감이랑만 놀았음)

연시 - 어..언니.. 저기 좀 봐봐....빠..빨리..

 

 

 

연시가 그러니까 갑자기 아까 연시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나도 급 진지해졌음

그런데 난 초2때부터 안경을 썼음.. 이 일 이후로는 목욕탕 들어갈때도 안경 쓰지만 이때는 탕 안에서는 안경을 벗고 있었기때문에 앞이 흐릿하게 보였음

하지만 미간에 주름을 잡으면서까지 연시가 가리킨 곳을 보려고 했음

 

 

 

....아무것도 없었음 그저 물뿐이었음 찬 물냉랭

 

 

 

나 - 아무것도 없는데? 왜?

연시 - 흐..흐아아아아ㅏ앙ㅇ......

 

 

 

 

폭풍눈물.. 연시 진짜 무서웠나 봄 ..

계속 울어제끼는데 나는 영문도 모르고 토닥토닥 달래면서 연시데리고 나옴

연시가 계속 우니까 결국 엄마께선 냉탕에 발가락도 못담가보시고 목욕탕을 나오심..

 

 

 

 

집에 올때쯤 되니까 연시가 히끅히끅대는 정도로 진정됨

그래서 내가 물어봤음

 

 

 

 

나 - 아까 나한테 뭐 보라고 했던거야?

연시 - 히끅...으...흐...

 

 

 

 

이 날 연시는 나한테 안말해줬음

물어보기만 하면 울먹거려서 난 말도 못걸었음

나중나중한참나중에 내가 물어보니까 연시가 말해줬음

 

 

 

 

무서워서 정말 들어가기 싫었는데 언니가 자꾸 들어가자고 해서 할 수 없이 들어갔다고..(나 얘 들어오게 하려고 별 말 다했음. 언니도 그런 거 본 적 있다.. 별 거 아니다, 잘못본거다..어쩌고저쩌고) 근데 이미 연시는 아까 본 걸 귀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또 볼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함

 

 

 

 

그런데 한참 놀아도 그런 게 안보이니까 마음놓고 언니랑 동생이랑 놀고있는데

우리랑 불과 1~2m쯤 떨어져있는 곳에서 아까 그 온몸이 퍼렇게 멍든 감이가 머리부터 가슴부분까지만 보였다고 함. 깜짝 놀란 연시가 덜덜 떨면서 날 불렀는데 그 때 퍼런 감이가 슬로우모션처럼 천천히 물 속으로 들어갔다고 함..

 

 

 

근데 그 시간이 정말 느리게 가서 연시가 퍼런 감이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퍼런 감이가 입까지 물 속으로 들어갔을 때 갑자기 연시를 똑바로 쳐다봤다고 함.. 그리고 내가 진짜 감이랑 놀던 건 그만두고 급진지해져서 뒤돌았고 그땐 이미 퍼런 감이가 물 속으로 사라진 후였음..

 

 

 

 

이게 연시가 처음으로 귀신을 보게 된 일임..

그 뒤로도 연시는 꽤나 자주 귀신을 봤고 별 무서운 일을 다 겪었음..

내가 얘기만 들어도 무서운데 나보다 더 겁많은 애가 어떻게 다 견뎠는지 모르겠음...

아무튼 이 얘기는 이게 끝임

이사를 가긴 했지만 이 근처로 왔고 아직도 목욕탕 갈 일 생기면 그 목욕탕으로 감

연시도 계속 안가다가 몇 년정도 지나고 다른 귀신들도 보고 하니까 그냥 그 목욕탕 다님

근데 이 일 이후로 연시는 그 목욕탕에서 귀신본 적 없음..다행임..

 

아 그리고 이 날 이후로 냉탕은 더이상 나에게 파라다이스가 아니었음




출처:네이트 판(http://pann.nate.com/talk/319829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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