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어떤 능력에 대해서. (조언이 필요합니다.)
게시물ID : panic_64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티슬
추천 : 13
조회수 : 1878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0/07/23 04:19:01
어차피 오늘 밤은 잠자기 다 틀린 것 같아서 글 올려봅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가끔 오는 무서운 얘기 타임에만 써먹을 뿐이고, - 반응 좋죠 ㅋ

한 친구에겐 술김에 모두 얘기했었는데 

"아 그래? 그거 어떤건지 궁금하네.. 나도 그런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라는 정도의 반응이라서, 도움이 될만한 공감대 형성 불가.



예. 사람들이 흔히들 '귀신'이라고 하는 그 것이 보입니다.



초등(국민)학교 때는 그걸 사람과 구분을 못해서 새 학년이 되어 반이 바뀌면

허공에다 대고 말거는 황당한 짓을 몇 번 한 후로

우리반 아이구나 확신이 들기 전까진 거의 쌩~하는게 습관처럼 되어버려서

친구 사귀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정도였네요.

그 때부터 책을 파기 시작했는데 초등학교 4-6학년때 읽은 책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신곡, 파우스트, 죄와 벌(아동용아니고 완역판) 이런 것들이었으니

인생에는 도움이 좀 된건가...^^;;



그 이후로 중학교, 고등학교 땐 단순히 본다.. 라는 걸 넘어서

같은 현상을 미리 본다든가...

(길거리를 걷다가 도로에서 할머니가 승용차에 치이는 걸 보고 악! 소리질렀는데

같이 걷던 친구들이 깜짝 놀라 왜그래? 이러고 5초쯤 있다가 

할머니가 무단횡단하다 바로 앞에서 차에 치이는 일이라든지.)

저 멀리서 오는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꺼라는 걸 미리 알거나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알게 되는 것...

(데자뷰 현상과는 조금 달라요. 데자뷰는 말을 들은 다음에 이 말 들어본것 같아, 이런거고

제 경우는 저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꺼야, 이런 말을 할꺼야, 라고 생각한 후에 실제로 그런 말을 하는 거고.)

어떤 사람이 어떤 행위를 했던 것을 그냥 알게 된다든지...

이런 일들이 생기더군요.



저는 이과계열에서 석사까지 마쳤고

기본적으로 논리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위에 말씀드린 능력(?)이라는게 대부분 삶에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혼란스럽게 하는 능력들이죠.

일단 어떤 식으로 그런 능력들을 통제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야 할지도 아직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어떤 일관성이 있는 것도 아녜요.

보일 땐 보이고, 알 땐 알지만 보통 때는 전혀 모르는, 그래서 더 혼란스럽죠.

예컨데 인도의 신들처럼 팔이 네 개, 여덟 개가 있다해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면

병신 취급받는 건 차치하더라도 걸리적 거리기만 할 뿐이잖아요.



게다가 다른 건 몰라도 그 귀신을 보는 능력이란 건 정말 짜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무언가 있다, 다른 사람에겐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나는 알고 있고 난 영향을 받는다. 라는 거

(저는 사람이니까 영향을 받지요. 무언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니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실까요. 

많은 경우 상황극에 빠져 있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그냥 무시한다는 것도 많은 훈련이 필요한 일이지요.



어찌 되었건 나름 살아오면서 내린 결론이 '천천히 밀어내자.' 라는 거였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무시하고 의식적으로 밀어내는 느낌으로 행동해 왔습니다.

그렇다고 보이고 들리는 걸 없는 것 처럼 '저건 현실이 아니야, 착각이야.' 이랬다는 게 아니라,

'너희는 너희 일을 해라, 나는 내 삶을 정상적으로 살아야겠다.' 정도겠지요.

'나에게 영향을 끼칠만한 일정 수준 이상의 힘과 관련된 정보만 받아들이자.' 라고 생각했고

이러한 방법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러한 능력이 발휘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었고,

잡다한 것들을 덜 보게 되었고,

다른 능력들은 그저 조금 감이 빠르다 정도로 갈무리 되어간 것 같습니다.



늘상 곁에 있어서 또다른 생활 같았던 보임과 접촉에서

한두달에 한번씩 하는 평범한 경험으로,

다시 1년에 한두번 보는 '이야기꺼리'로 점점 그 빈도를 줄여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위에 친구에게 하게 되었고

그 친구는 직업상 이리저리 출장이 잦았는데 어쩌다 알게된 이모님(영험하신 무당이랍니다.)

에게 제 이야기를 하였더니 

"혼자서 그런 경지로 이르기 힘든데 특별한 경우다, 한번 만나보고 싶다." 라고 하셨다네요.

어찌 되었건 틀린 방법은 아니라니 다행이라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말았지만요.




그런데, 가끔 긴장 풀고 있거나 그러다가 지나가는 것들을 보는 겁니다.

그것도 힘 강한 녀석들만.

오늘 밤 날이 더워서 pc쪽으로 창을 열어두고 멍하니 있었는데

뭐가 지나가는 것 같아서 고개를 들었다가 왠 여자랑 눈을 딱 마주쳤습니다.

제 집, 3층입니다.

이건 간만에 본데다가 눈까지 마주쳤고 그 여자도 다른 사람을 인지할 수 있는 종이었습니다.

두 눈에 어디에 발산해야 할지 모르는 증오를 품고 있더군요.

애써 무시하려는데 창문 밖에 멈춰서서 절 계속 보길래 아무렇지 않은 듯 창문을 닫았습니다.




무섭거나 그런 것보다 짜증이 납니다. 이런 날은 잠도 설칩니다.

가위 눌리고 그런게 아니라 그냥 잠을 못듭니다.




전 그냥 귀신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가끔은 정말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혹 다른 사람들 중 저와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어떤 식으로 대처할까. 이런 능력을 개방하고 발전시켜야 하나, 아님 지금의 저처럼 억눌러야 하나.




과학을 했던 사람으로써 세상에 인간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정말 없다는 걸

공부를 하면 할 수록 느끼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사람이 기대어야 할 것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라고 믿습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 중 혹 저와 비슷한 분이 계시다면 조언 부탁드릴께요.

혹 제 이야기 중 이해 안가는 부분이 있다면 물어봐 주세요.

긴 이야기를 나름 상당히 줄여놓은 거라 문맥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놔. 밤 새워버렸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