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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 죽을 뻔 했던 기억...(실화)
게시물ID : panic_64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따끈따끈콜라
추천 : 13
조회수 : 177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0/07/27 07:40:11
공게에서 베스트 간 글에 12년 전 뱀사골에 물이 불어난 얘기가 나와서 봤더니 그 해가 맞나보네요...

제가 지금 22살인데 3학년인가 4학년이 되던 해 여름이었습니다.

저희 외할머니 집이 예전에 진주 수곡의 덕천강 옆에 있었습니다. 여름마다 피서를 겸해서 찾아갔었는데 

외할머니 집은 마을이랑 약간 떨어져 강 둑 바로 옆에 따로 있었죠. 외할머니집 건너편의 강변에는 

피서객들의 텐트가 좀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덕천강은 지리산의 물이 그대로 내려오는 강이여서 비가 많이 와 지리산 계곡의 물이 불어나면 덕천강의 

수위도 자연히 올라갑니다. 저희야 집이니 알고있었지만 피서를 왔던 그 사람들은 알고있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새벽에 자다가 어른들이 허겁지겁 깨우시더군요. 마당을 쳐다보니 페트병이 마당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홍수라는 걸 겪어본 적이 없던 저는 왜 저기 물이 차 있나 의아했죠.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깜깜한 새벽에 둑 위를 달려 가 차를 타고 마을 인근의 창고(?) 같은 데에 

피신했습니다. 그런 후 그 와중에도 배가 고파 사촌들과 컵라면을 사러 슈퍼에 갔는데 어떤 아저씨가

담요를 덮고 떨고 계시더군요... 얘기를 들어보니 물이 순식간에 불어 가족들은 강 옆의 텐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떠내려가고 아저씨만 빠져나온 것 같았습니다...

아침에 해가 뜨고 비가 그친 후 다시 가본 외할머니집은 처참했습니다... 강물은 둑 꼭대기에 조금 

못 미치게 차 있었고 집 안은 벽지의 자국을 보니 어른 허리만큼 물이 차 있다가 빠진 것 같더군요...

어두운 밤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둑에 계단이 19개인데 평소는 계단 근처에도 오지 못하던 물이 둑 

꼭대기까지 차 올랐었다는 생각을 하니 섬뜩하더군요... 강 반대쪽에 있던 텐트들은 다 쓸려갔을테고

(다들 빠져나오지 못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프라이드 한대가 강바닥에 거꾸로 처 박혀 있고

심지어 덤프트럭까지 강에 박혀있더군요...... 다음날이던가 119 구조대원 한분이 물에 휩쓸려 사망하셨고

그 일은 뉴스에도 났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날 아침에 강 다리 옆에서 물이 불은 강쪽으로 넘어질 뻔

한 걸 사촌형이 잡아줬는데 아찔하군요;;;

그 후에 저희 어머니는 여름에 비가 좀 많이온다 싶으면 외할머니 걱정에 연신 전화를 하셨고 지금은 

외할머니 집이 있던 자리에 무슨 공원인가를 만든다고 하여 외할머니는 진주 시내로 이사를 오셔서 이모와

같이 살고 계십니다.

오유여러분 여름철 물놀이는 부디 안전하게 즐기세요. 물난리라는 게 정말 사람이 생각지도 못할만큼

순식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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