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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저주
게시물ID : panic_716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없대연봉
추천 : 5
조회수 : 182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8/14 17:47:43
옛날 괴담이긴 하지만 지인들에게 해줬더니 재미있다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갑니다.

윤정은 매우 불행했다. 그녀는 부모 없이 자라 항상 빈곤했다. 외모도 평범해서 남자들에게 인기도 없었고, 최근에는 직장에서도 승진에 여러 차례 밀렸다. 얼마 전에 나이 30 넘어서 처음 사귀었던 남자친구에게 버림받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축복을 당신에게"라는 이름의 상점을 봤다. 윤정은 자신도 모르게 그 상점에 들어갔다. 문은 마치 매우 오래 된 골동품가게의 문처럼 끼이이익 소리를 내며 열렸고 안에도 먼지와 거미줄 투성이었고 골동품처럼 생긴 물건들이 즐비했다. 잘못 들어왔다 생각해서 나가려 하는데 어떤 목소리가 불렀다. "아가씨..."
놀라서 뒤돌아보자, 인자한 얼굴을 한 할아버지가 미소를 머금고 그 뒤에 서 있었다. 그가 말을 걸었다.
"불행한가봐."
"네? 아니요. 괜찮아요."라고 하며 윤정이 나가려 하자, 그가 또 말을 걸었다.
"실연을 당했구나. 아이구... 힘들겠어. 직장에서도 잘 안되고. 금전적으로 어렵기도 해 보이네. 보통 한 가지의 문제만 갖고 오는데..."
윤정은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할아버니까 선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내가 아가씨 축복을 줄게."
"..."
"세 가지 축복을 줄게."
"돈이 없는데..."
"돈은 필요 없어. 어차피 돈도 없는 것 같은데. 세 가지 축복을 주는 대신, 그 대가는 하나의 저주야."
"저주요?"
"그래, 축복이 세 가지지만, 저주는 하나니까 크게 손해보는 건 아니잖아?"
윤정은 숨을 가다듬고 생각했다. 맞아, 어차피 말도 안 되는 제안이고, 되기만 한다면 축복이 더 많으니까...
"네, 할게요."
"네, 그럼 눈을 감고 이 주문을 외워..."
어떻게 주문을 외웠는지도 모르게 상점에서 나와서 그녀는 뒤돌아봤다. 그 가게는 불도 켜져 있지 않았고, 마치 자신이 다녀온 것이 꿈처럼 느껴졌다. 한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윤정은 그날의 일을 완전히 잊었다. 

한달 뒤
"과장이요? 상무님 제가 진짜 승진하는거에요?"
"그럼, 김윤정 대리가 일 열심히 하는거 우리 다 알고, 이번 프로젝트건도 잘 끝나서 김윤정 대리를 승진시키기로 합의했다네.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윤정은 실적이 나빠 승진을 생각하지도 못했고 프로젝트에는 특히 자신의 무능함이 드러났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일이 잘 풀려서 잘 해결된 프로젝트 하나로 승진을 하게 됐다. 월급도 많이 올라서 윤정의 삶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윤정은 그때 기억났다. 이게 하나의 축복일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리고, 얼마 뒤, 윤정은 법무팀의 인기가 많은 박윤철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 
"김과장님, 내일 저와 저녁이라도 하실래요?"
"아... 좀 뜬금없는데..."
"네, 지난 번에 엘리베이터에서 제가 미끄러져서 다쳤을 때 부축해주셨잖아요. 그때부터 좋아했어요."
윤정은 그때의 사건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검사 출신에 대형 법무법인의 자리를 고사한 사람으로, 왜 윤정이 다니는 회사 규모의 회사에 다니는지 모두 의아해할 정도로 능력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외모도 뛰어나고 성품도 좋아 모든 여직원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둘은 데이트를 했고, 또 만났다. 그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윤정을 사랑해줬고, 관계는 깊어져 결혼하게 됐다. 윤정은 모든 것이 행복했다. 그때는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 할아버지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다는 것에 대해...

결혼생활은 행복하고 순탄했다. 남편은 결국 대형로펌으로 이직해서 높은 급여를 받았고, 윤정 역시 또 승진했다. 모든 것이 갑자기 잘 풀리는 듯 했다. 그리고... 윤정은 임신했다. 그들은 너무 행복했다. 그렇지만 출산일이 가까워지자 윤정은 이제 저주의 시간이 아닌가 해서 크게 걱정이 늘었다. 잘 먹지도 못했지만 윤철의 지극정성 덕분에 윤정은 건강한 딸을 출산할 수 있었다. 아기는 매우 건강했고, 또 예뻤다. 

셋은 행복했다. 남편도, 윤정도 직장에서 모든 것이 잘 풀렸고, 아기는 건강하게 잘 자라줬다. 하지만 세 가지 축복을 받은 윤정은 할아버지와 했던 이야기 때문에 불안에 떨었다. 윤철이 매일 다정한 말로 안심시켜줬지만, 윤정의 근심은 점점 커갔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해고통지를 받았다. 이유는 윤정이 새벽에 경쟁사에 내부 자료를 건내는 이메일을 보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고 기록에 나왔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고, 자기가 그렇게 행동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윤정은 해명할 수 없었고 해고되고 말았다. 윤정은 내부에 그녀를 시기하는 사람이 꾸민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윤정은 오히려 행복했다. 윤철이 돈을 잘 벌었고, 어차피 아이가 학교를 가야 할 나이가 곧 될 것이기 때문에 아이를 챙기기로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윤정은 하나의 저주를 벌써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근심도 덜고 편할 수 있었다.

얼마 뒤, 밤에 자다가 일어났는데 윤철이 없었다. 남편을 찾아 집안을 돌아다니다 보니 화장실에서 신음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로 뛰어가보니 윤철은 목과 머리에 큰 상처를 입고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는 윤정을 보자 슬픈 눈으로 윤정을 쳐다봤다. 윤정이 바로 구급차를 불렀지만 결국 남편은 숨을 거두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윤정은 아이와 함께 생활했지만, 윤철의 월급이 없자 금방내 생활은 다시 빈곤해졌다. 단칸방으로 옮겼고 윤정은 정상적인 직장을 얻지 못해 매우 힘들었다. 그리고 의아해했다. 하나의 저주가 아니고 두 개의 저주였던가. 하지만 회사에서 해고된 것은 어쩌면 저주는 아닌, 단순한 불운이었을 수도 있었다. 윤철이 그리웠고 생활은 힘들었지만 그녀의 소중한 딸을 잘 키우기로 결심했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학교에 가게 되었다. 초등학교 입학식 전날, 윤정은 또 자다 일어나 보니 딸아이가 없었다. 그녀는 불안한 마음을 이끌고 화장실로 향했다. 문을 열어보니 아이가 목이 졸려 숨을 거둔 채 쓰러져 있었다...

그 뒤, 윤정은 불행했다. 성공과, 남편과, 아이를 모두 잃었다. 애초에 축복으로 받았던 모든 것들이 다 사라진 것이다. 집에서 혼자 울다가 윤정은 할아버지가 있던 상점으로 돌아갔다. 주변이 다 개발되고 건물이 바뀌었지만, 그 가게는 그대로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또 다시 끼이이이익 하고 문이 열렸다. 마치 자기가 처음 온 그날같이.
"할아버지!"
아무 답이 없었다.
"할아버지!"
윤정은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때, 어디선가 그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그날의 인자한 미소를 띈 채.
"아가씨 왔네."
윤정이 말했다.
"할아버지... 세 가지 축복과 하나의 저주를 주신다고 했잖아요." 눈물이 쏟아져나와 말을 이어가기 힘들었지만 윤정은 소리질렀다. "그런데! 그런데 왜!!"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에게 세 가지 축복을 줬지. 성공, 사랑, 그리고 아이."
흐느끼는 소리로 윤정이 말했다.
"하지만 저주는 하나라고 하셨잖아요..."

할아버지가 갑자기 정색을 하고 무서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나의 저주야. 딱 하나. 아가씨가 다중인격이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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