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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소설) 테이프
게시물ID : panic_728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쿠밍
추천 : 16
조회수 : 170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9/20 21:42:13
방금 일어난 이상한 이야기(실시간)

오늘 제가 겪은 일이에요. 제가 원래 평소에도 상상같은걸 잘 하거든요. 어제랑 그저께는 추리영화를 봤고 오늘도 지하철 안에서 폰으로 추리만화를 보던 중이었어요. 만원지하철까지는 아니고 사람이 좀 있었는데 벽쪽에 기대 서 있었는데 봉으로 된 손잡이 있잖아요. 그게 빈거에요. 그래서 그걸 잡았죠. 그런데 뭔가가 붙어있었어요. 포스트잇은 아니고 한쪽은 색깔이 있고 한쪽은 조금 불투명한 그런 테이프 있잖아요. 뭐라고 하지? 마킹테이프라고 하나? 아무튼 그런게 붙어있어서 그냥 아무생각 없이 떼었어요. 그런데 거기에 어린애 글씨로 '살려주세요' 라고 써있는거에요.

조금 찝찝하잖아요. 그래서 주변을 돌아봤어요. 그게 붙어있는 위치도 어린애가 붙일만한 그런 낮은 위치였거든요. 그정도 키인 애를 찾았는데 저쪽 구석에서 다른 칸으로 이동하려는 어떤 아저씨와 애를 발견했어요. 그리고 그 애 손에 그 마킹테이프 세트가 들려있는거에요. 호기심에 따라가보기로 했죠. 또 추리만화에 나오는것처럼 들키지 않게 되게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핸드폰으로 만화 보는 척 하면서 미행했어요. 진짜 그 아저씨 애 손을 잡고 한 세칸인가 이동을 하더라구요. 아이는 한쪽 손이 잡힌 채로 그 남자 눈치를 보면서 억지로 끌려가는데 반대손으로 또 지하철 손잡이에다가 슬쩍 테이프를 붙였어요. 그 테이프를 붙이는 순간 저랑 눈이 잠깐 마주친것도 같았는데 저는 오히려 그 애도 눈치채면 위험할 것 같아서 눈길을 피했어요.

몇정거장 지나서 내리더라구요. 저도 따라 내렸죠. 사실 약속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라 별로 할 일도 없었거든요. 사람이 몇명 내리는데 저도 따라 내리고 정말 안들키게 조심조심해서 따라갔어요. 지하철 표 끊고 나와서 동전 반환기에 카드 넣고, 그 아저씨 행동은 되게 자연스러웠어요. 아이도 끌려가긴 했지만 표정이 그렇게 심각하진 않았고. 제가 괜한 일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아무튼 지하철 입구를 나와서도 계속 따라갔어요. 다행히 그쪽길로는 다른 사람들도 많이 지나가서 제가 굳이 숨어서 다닐일은 없었어요. 한참을 가고 나니까 한적한 주택가가 나왔는데 여기서 계속 따라가면 조금 이상할 것 같아서 일단은 두갈래 길이 나오길래 그 사람과 다른 길로 갔어요. 그리고 몇걸음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그 사람이 있는 쪽으로 돌아섰죠. 단독주택으로 들어갔는데 요즘은 새주소라고 해서 크게 번호 붙여놓잖아요. 그래서 주소도 외웠어요. 사진까지 찍으면 웬지 소리가 나서 걸릴것같아서 일단 그 앞에서 조금 서성거렸는데 혹시 아이를 학대하는 사람인가 싶어서 귀를 기울였는데 애가 운다거나 그런 소리도 없었고, 뭐 주택이 심하게 한적한것도 아니고 앞집 옆집 다 있는 곳이긴 했는데, 설마 아이를 납치한다거나 학대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겠죠? 테이프 하나로 좀 과한 생각을 한게 아닌가 싶네요. 어쩌죠? 신고할까요? 아니면 여기에 그 주소 남겨도 될까요?



덧글1 : 그냥 아이가 장난친게 아닐까요? 아니면 그 테이프를 붙인 사람은 딴사람이라거나.
덧글2 : 님 그런 주소 올리면 큰일남.
덧글3 : 애쓰시긴 했는데 뻘짓인듯...


그래도 조금 이상해요. 정식으로 방문해서 물어보려구요. 예의있게 물어보면 나쁜일은 안일어나겠죠?
어떻게 된 일인지 곧 글 남길게요. 


덧글4 : ㅋㅋㅋ 추리만화 너무 많이보신거 아님?
덧글5 : 이상하면 경찰에 신고를 해야지. 혼자 따라가면 어떡합니까? 위험하게시리. 글쓰는거 보니까 여자분인것같은데
ㄴ : 아닌데 경찰에 막 신고하면 허위신고로 난감할것 아니오. 생각하고 글좀 쓰쇼.
ㄴ : 걱정되서 쓴 글인데 되게 뭐라그러네...
덧글6 : 괜히 엄한사람 잡은듯. ㅋㅋ 싸움나지 않게 조심해요. 



"라는데?"

남자가 덧글을 하나씩 읽었다. 마치 연기를 하듯이. 그리고 여자를  쳐다보았다. 여자는 테이프에 묶여 있었다. 입까지 틀어막혀 말도 할 수 없었다. 방금전까지만해도 남자와 여자는 대문밖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남자는 이미 지하철 안에서부터 따라오는 것을 눈치채고는 있었다. 하지만 집앞까지 따라올 줄은 몰랐던 듯 하다. 집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여자가 나타나 아이가 이런 테이프를 붙였는데 혹시 아이를 때리지는 않는지, 당신의 아이가 맞는지 물어봤다. 남자는 정 그렇게 의심되면 우리 애는 저기 놀고 있으니 들어와서 확인해 보라고 했다. 남자는 마구 화를 냈고 경계를 하던 여자가 자신이 착각했다고 생각했는지 무안한 듯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여자가 고개를 들자마자 남자는 여자의 멱살을 잡고 마당 안쪽으로 패대기쳤다. 여자는 정신을 잃었다. 

"괜히 남일에 신경쓰다가 이렇게 되었잖아. 안그래?"

아이는 이미 전깃줄에 목이 졸려 죽어있었다. 아이는 아직도 테이프를 쥐고 있었다. 여자는 두려운 눈으로 아이와 남자를 번갈아 보았다.

"일부러 먼데서 납치를 해 왔는데 이녀석 여간 똘똘한게 아니라서 말이지. 당신도 그런걸 놓치지 않는걸 보면 멍청한건 아닌것 같은데 조심성은 조금 부족하네?"

여자의 핸드백이 방에 널브러져 있다. 남자는 지갑에서 돈을 뺀 뒤 여자의 얼굴에 던지고 말했다.

"걱정마. 바로 죽이지는 않을테니까. 지갑이나 백을 보니까 괜찮은데? 집안에 돈좀 있어?"

남자는 킥킥 하고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긴 회칼을 들고 방을 나갔다. 문이 톡 하고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는 눈치를 보다가 컴퓨터 쪽으로 갔다. 남자가 여자의 아이디를 도용해서 작성한 글. 덧글들은 비관적인 것 뿐이었다. 이런것에 상관해봐야 소용없다는 둥, 망상이 지나치다는 둥 여자를 비난하는 글 일색이었다. 턱으로 F5키를 눌러 새로고침을 했다. 글은 조회수가 꽤 높았다.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덧글이 새로 달렸다.

계속 덧글을 확인하던 여자의 눈동자가 조금 커졌다.

덧글 35 : 우리동넨가? 나 지금 집에가는길에 가로수에 막 붙어있어. 혹시몰라서 이 글 첨부해서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함.


덧글 42 : 지하철 타려고 지하철 입구 들어가고 있는데 파란 테이프가 막 붙어있네요. 이거랑 관련있나?

덧글 55 : 잠깐, 나 지금 우유사려고 집에서 나왔는데 옆집 대문쪽에 이런 테이프가 붙어있었어. 잠깐 가볼게.

덧글 57 : 저도요 비슷한거 봤어요. 가볼게요. 


곧이어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언성이 높아졌다 잦아든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여자는 힘없이 눈을 감았다. 


fin

by .쿠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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