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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불식인 2막 (자작좀비소설) 브금있음
게시물ID : panic_754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람tago
추천 : 5
조회수 : 188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2/18 21:26:46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Pk0Du


http://todayhumor.com/?panic_75287  범불식인 (1막)



2막 - 고난과 고뇌



숟가락을 든 채,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모두 고개를 숙인 채 고요한 방 안의 정적을 음미하는 듯 하다. 


아무런 이득도 없는 씁쓸한 맛을....... 


밖은 난생 처음 보는 관경으로 난리가 났고, 전화는 불통. 


바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를 지켜주는 현관문조차 얇은 유리문으로 보인다. 


과연 복도는 안전한 가라는 의문과 함께 세상이 두려움에 뒤틀려있다. 


나만 두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그러하니, 내가 정신을 더욱 차려야 한다. 


누구도 말이 없지만, 알고 있다. 


나에게 말없이 의지하고 있음을. 


어제까지만 해도 지루하고 별 볼일 없는 세상이라며 삶을 비참히 바라보던 나란 놈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 한심해 보인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가족을 이끄는 유일한 버팀목으로서 불안함을 끌어안은 채. 


살기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보, 얼마 전에 장 열렸었지? 그때 좀 많이 사뒀어?”



일단 집안에서 버텨야 한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현관문을 다시금 확인하며 물었다.



“많이 못 샀어요.......”



힘없고 떨리는 후회의 목소리. 그녀가 어찌 알았겠는가. 



이런 정신 나간 상황이 일어날 거라는 걸. 



힘없이 떨군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웃어준다. 


아무리 못 샀어도 적어도 2~3일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후. 


다시금 생각나는 아나운서의 말.



‘원인불명의 병. 전국적 확산. 집에 있을 것.’



그리고 겹쳐 들려오는 부산 총각의 말.



‘부산에는 좀비가 없다.’



공적인 방송을 못 믿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실질적으로 카메라에 찍힌 인터넷 방송을 쉽사리 무시하기에는 와 닿는 의미가 너무 크다. 


일단 두 방송의 요점을 정리하자면 나가라 와 나가지 마라. 


간단하다.


하지만 그 간단한 두 가지 중 하나는 우리 가족을 죽음으로 몰 것이다.


“일단, 집에서 나가지 말자. 아무도.”


나갈지 말지,,,,,,, 아직 결정하기엔 내 마음이 굳은 의지를 가지지 못했다. 


그렇다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들에게 어리 숙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노릇 아닌가.


“아빠....... 방법이......”

“철컹”

“다녀오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고 미영이가 나에게 말을 걸 때, 복도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문 열리는 소리. 


그리고 그 평범해야 할 문소리에 우리 가족은 전부 얼어붙었다. 


모두 바깥 상황을 알기에.



“아빠! 저거 옆집 사는 형아야!”



옆집의 학생....... 


옆집에 살지만 서로 볼 일도 적고 인사도 그다지 많이 하지 않은 이웃. 


집만 가까워 이웃이지 사실상 TV에 나오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과 같은....... 


하지만 가금 인사할 때도 예의 바르던, 그의 목소리와 문소리에 짧은 시간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바깥 상황을 모르는 건가? 


알고도 뭔가 일이 있어 저러는 건가? 


설마 벌써 구조대가 온 것인가? 


나갈 방법을 혼자 알고선 도망가는 건가? 


만일 혼자 살려 하는 것이 맞다하면 지금 당장 쫒아 가고 싶지만, 만일 아니라면. 


그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라면....... 


우리 가족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여보, 괜찮을까? 저 학생.......”



순간 정신이 들었다. 


그녀의 눈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순수한 눈 빛. 


구해주라는,,,,,,, 


구해 주는 것이 맞다는 말인가....... 


만일 그가 위험에 처해있고, 내가 그를 구하러 간다면, 


우리 가족이 위험해 처할 지도 모르는데.......? 


문을 염과 동시에 그것들이 우리 집으로 들어 올 텐데....... 


만일 있다면.......



하지만 없다면.......?



그는 안전하게 나가고 밖에 도착함과 동시에 그곳이 지옥임을 알게 된다면? 


그는 그 순간 옆으로 나란히 나열된 집들의 문을 떠올리며 원망할까.......? 


이웃을....... 나를?



타타타타타탓!


타타탓!


그리 생각에 빠져있을 때 문 밖에서 뛰는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의 뛰는 소리가....... 그리고 들리는 정체불명의 소리. 


아니, 익숙한 소리.



캭 ㅡ 캭! 키-이-익!



깊은 생각중인 나를 깨운 소리. 


평소와는 다른 그의 목소리. 


그리고 갑자기 반대편 복도에서 우리 복도 쪽으로 달려오는 소리....... 


복도는 안전하지 못하다. 


물론, 눈으로 보지 않았고 소리로만 들었지만. 


그러나 문득 내 머릿속을 스치는 악마가 준 희망의 목소리.



‘자기만 살려고 저렇게 연기하는 거 아닐까? 탈출할 자리가 몇 개 없어서.......’





‘먼저 나간 건 내가 아니라 다행이야.......’



이 두 가지 생각에 내 마음이 어둠속으로 빠져 아찔해질 때 쯤.



“가람이 아빠....... 저 학생....... 어떻게? 괜찮은 걸까? 우리가 구해야 되는 거....... 인가?”



순간 들린 그녀의 나지막한....... 


걱정이 가득 찬 목소리. 인간다운 소리. 그리고 나는.......



덜컥! 철컹!



“이봐! 학생!”



무슨 용기인지 나는 문을 열었다.


‘분명 저 새끼 혼자 내빼려 연기하는 거야!’


용기 뒤에 숨은 비열한 생각을 감춘 채. 


그러나 내 용기 또한 어디론가 숨을 곳을 찾아 황급히 사라졌다. 


내 얼굴은 사라진 용기에 당황에 사색이 되어갔다. 


내가 문을 열고 그 학생을 찾을 때 그는 이미 그것에 잡혀 허둥대고 있었다. 


복부와 목은 갈가리 찢겨 계속 콜록 되고 있었고, 목소리가 안 나오는지 입만 뻐끔 거렸다....... 


난 문을 연지 1초도 안되어 닫아버렸고 잠글 수 있는 장치는 최대한 조용히 그리고 신속히 잠그고는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분명히 알고 있다. 그의 입모양. 익숙한 입모양.



‘살려주세요.’



아까 소리가 처음 들렸을 때. 


만일 바로 문을 열었다면. 


그는 살았을까? 


간단하게 소리만 쳤어도 그는 살았을까? 


그는 분명 나를 보았고 이미 다 죽어가는 몸으로 나에게 말했다. 


흔들리는 눈으로........ 


살려달라고....... 


그리고 그런 그를 의심했다. 


혼자 내 빼는 천하의 쓰레기라고.......



“가람이 아빠....... ?”



현관에 주저앉은 나를 바라보는 그녀. 무슨 상황인지 대충은 알았겠지....... 


두려워 하는 그녀의 모습.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겁쟁이에 속물로........



“괜찮아....... 자기는 할 만큼 한 거야.......”


나를 안아 위로 해주는 그녀. 


그리고 그런 그녀의 등 뒤로 나를 바라보며 서있는 아들, 딸....... 


나를 위로해주는 그녀는 몸이고 손이고 파르르 떨며 나를 위로해주고 있다. 


자식들 또한 서로 손을 맞잡은 채 떨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런 그들에게 오라고 손 짓 하고선 내 가족들을 끌어안아 주었다. 


정작 가장이고 이들의 기둥이 되어야 하는 내가, 


어리석은 생각에 빠져서는 혼자 바보 같은 생각이나 하고 말이다....... 


이럴수록 더욱더 힘내야지....... 


당연하겠지.......? 


우리는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무의식적으로 식탁에 앉았다. 


하지만 모두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미친 현실. 


시체더미에 같은 사람이 엎드려 짐승처럼 인육을 즐기는 이웃....... 


영화에서 조차 눈뜨고 못 보는 것을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보았기 때문에.......



“아빠, 어떻게 된거야?”



사람이가 침묵을 깼다.



“괜찮아. 괜찮아.”



어떻게 진실을 말해주겠나. 


그저 안심시킬 수밖에. 


창문을 닫고 커튼까지 쳤지만, 비명소리가 아직까지 조금씩 옅게 들린다. 


TV에선 아나운서의 딱딱한 음성만이 들려온다. 


이 모든 소리가 마치 중력에 영향을 받듯 나의 어깨를 짓누른다. 


그렇게 우리는 밥 대신 고요한 불안감을 먹으며 평소와 매우 다른 아침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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