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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불식인 4막 (자작좀비소설) 브금있음
게시물ID : panic_759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람tago
추천 : 4
조회수 : 123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1/04 18:53:47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WBCSJ


http://todayhumor.com/?panic_75817 범불식인 (3막)


http://todayhumor.com/?panic_75468 범불식인  (2막)


http://todayhumor.com/?panic_75287  범불식인 (1막)




4그림자

 



나를 포함한 모두가 분주하게 짐을 싼다


나가야 한다는 확신에 그러는 것은 아니다


언제 떠날지 모를 막연함 때문도 아니다


무언가를 함으로써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있다는 것


그것만을 바라보고 짐을 싸고 있다


그렇게 짐을 싸며 시간은 흐르고, 밖은 한참 어두워졌다


내가 퇴근을 하고 술을 먹는 시간으로


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며, 단순히 반복되던 세계를 비아냥거리며 바라보던 그때로


오직 어둡기만 하다 생각했던 그때


지금은 하늘에 아른거리는 달빛에 살짝 밝은 빛이 맴돌고 있다


지금.......일까.......? 


가족의 생명이 걸린 선택


그것이 나의 발목을 잡는다


나가는 것은 곧 눈앞의 지옥을 향해 발을 내딛는 것이니까.......

 


아빠. 우리 나가는거야?”

 


겁에 질린 목소리로 가람이가 입을 뗀다


그리 말 많은 어린아이도 이 지경이 되면....... 


이리 되는 것인가


본능적으로


가람이의 말에 내 머릿속 사고회로는 미친 듯이 요동친다


나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

!”

 


!”


 

순간 생각을 방해하는 소음


평소의 공장지대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이건....... 


우리 집 벽에서 나는 소리....... 


불길하다....... 


이 소리로 우리 가족은 나를 포함한 모두가 패닉상태에 빠졌다.

 


무슨 소리야 이거?”

 


어안이 벙벙한 채로 미영이가 소리쳤다.

 


일단 짐 싸고 있어봐. 보고 올 테니까.”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난 안방으로 향했다.

 


방의 벽.

 

옆집 거실과의 공간을 막는데 사용하기 위해 설치된 벽


그 벽에 가로막혀 반대편의 공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

 


다시금 울리는 불길한 소리


무언가에 부딪혀 오는 소리.

 


혹시 우리를 구해주러 오려는 무언가 일까?’

 


말도 안 되는 억측에 기대어 벽 쪽으로 귀를 바싹 붙였다.

 


!”

으아악!”

 


이윽고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정체모를 비명소리


그 소리와 동시에 나는 벽에서 멀어지며 엉덩방아를 하고 만다


그리고 흐르는 피


내 귀에서


그리고 쪼개진 벽 틈새로....... 


낡은 아파트의 소음공해 심한 벽에 금이 가고 말았다


방금 전의 그 충격에


아니, 아까부터 계속되어온 충격에.......

 


!”

 


그리고 소음이 들릴 때 마다 그 틈새 사이로 피가 튀긴다.

 


아빠! 무슨 소리야?”

오지 마!”

 


!”

 


!”

 


내가 걱정이 된 미영이가 튀기는 피에 놀라 쓰러지고 말았다


이 소리에 가족들이 모두 안방으로 모이고 말았다.

 


........ 이건 무슨 피에요!? 저 벽은 왜 깨지고! 미영아! 다쳤니!?”

 


그녀는 딸의 얼굴에 튀긴 피를 상처가 난 것으로 오해한 것 같다.

 


여보, 일단 애들 데리고 나가있어요. 걱정하지 말고.”

 


나의 말에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미영이를 일으켜 세우곤 나갔다


그런 우리 가족들을 보며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 벽은 틀림없이 뚫린다


분명하다.


우리는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밖은 너무 어둡다


나간다 한들 어디로 가야하는가


아침의 그 봉고차는 어디로 향했을까


사실상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밖.


진주 밖


진주를 벗어나는 것


실질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아주 진주를 벗어나는 길밖엔 없다.

 


여보! 짐 다 챙겼어?”

잠시만 기다려 줘요. 미영이 좀 씻고 나서.”

그래....... 별거 아니고....... 일단 오늘은 자고 내일 가면 될거 같아.”

그래요.......”

 


이 방의 상황을 말해 줄 수가 없다


옆집에서 정체 모를 것들이 오고 있다고 한다면....... 


벽에서는 피가 튀기고 아버지인 나는 두려움에 손을 떨고 있는 모습을 알게 된다면....... 


그들은 누구에게 의지해야 하겠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벽 너머의 세계를....... 


어떻게 해야 할까


안방 문을 잠가야하나


하지만....... 벽을 부술 정도면 문이라고 못 부슬까


더 이상은....... 


벽을 안치고 있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나.......?

 


얘들아, 일단 오늘은.......”

 


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안방에서 나왔을 때 우리 가족들은 모두 기절한 듯이 자고 있었다


짐을 다 싸놓은 상태로


미친 듯 울려대는 쿵 소리와 밖에서 얌전히 들려오는 음산한 신음


무지의 두려움....... 


그저 그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짐을 싸고 있었을 테지....... 


나는 가람이 방에서 야구배트를 들고 와 안방에서 벽을 지켜보기로 했다


지금 나가는 것은 미친 짓이다


그렇다고 이 위험한 방을 방치하는 것 또한 미친 짓이다


그래....... 


물론 나도........ 


두렵다.


나 혼자서....... 


미지의 생물과 내가 익숙했던 방에 홀로 선 상태로 원인모를 소리를 들으며....... 


어찌 될지 모를 피가 흐르는 갈라진 벽 틈새를 지키는 것이....... 


그래도 내가 해야 한다


지켜내야 한다


더욱이 배트에 붙여진 이름표가 나의 다짐을 더욱더 굳건하게 만든다.

 


[ 이 가 람 꺼

and 아 빠 꺼]

 


가람이가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기에 내가 사주었던 배트가....... 


천진난만한 우리 아들의 꿈을 상징하는 이 물건이....... 


이딴 상황에 쓰일 줄이야.......

 


!”

 


이건 정말 거지같은 상황이다.

 


!”

 


벽 너머에서는 미친 듯 두드릴 뿐이다. 내 가족의 희망을.......

 


!”

 


거침없이....... 자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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