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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홀리다
게시물ID : panic_777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18
조회수 : 185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2/23 16:43:33

출처 - http://occugaku.com/

홀리다

나는 귀신 같은 건 본 적도 없어서 믿질 않았는데
이 사건을 당한 후 귀신에게 홀리는 건 있지 않나 하고 여기게 되었다.
한밤중이고, 어두운 방에서 일어난 일이라
잠이 덜 깬 걸 수도 있고, 뭘 잘못 본 걸 지도 모르지만...

다음 날이 쉬는 날이라 그 날은 방에서 밤 늦게까지 DVD를 보고 있었다.
아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영화여서 아내는 먼저 잠이 들었다.
두 편을 보고 나니 시간이 꽤 늦었길래 되어서 안방으로 가서
아내 옆에 깔아둔 이불 안에 들어가 눈을 감았지만
영화를 보며 흥분한 탓인지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았다.
30분 정도 지나자 슬슬 잠이 오려고 할 때쯤
옆에서 풍기는 느낌이 평소랑은 다르단 걸 깨달았다.
잘 땐 드르렁드르렁하고 코를 시끄럽게 고는 편인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조용했다.
아내 쪽으로 슬며시 돌아누워서 살짝 눈을 뜨고 보려고 했더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양 어깨를 잡혔다.
깜짝 놀라 눈을 뜨니 내 양 어깨를 잡고 아내가 엄청나게 몸을 뒤로 젖혔다.

엄청나게 몸을 뒤로 젖혀서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보, 잠꼬대도 정도껏해야지.. 하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부웅 꽝
처음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지만 갑자기 격한 고통과 눈 앞에 불꽃이 튀어
아내가 자기 머리로 날 들이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시 눈을 뜰 수 없었지만 아픔을 참으며 아내를 바라봤더니
조금보다 더 심하게 몸을 뒤로 젖히고 내 양 어깨를 또 꽉 잡았다.
나에게 상대 얼굴이 안 보인다는 건, 상대편도 내 모습이 안 보일 텐데도
이상하게 전혀 망설임 없이 내 양 어깨를 찾아냈다.
"잠.. 만..."
부웅 꽝
두 번째는 정말 아팠다. 의식이 멀어졌다. 한 번 더 당했다간 죽겠다. 아내도 죽을 것 같다.
또 뒤로 젖히려고 하는 아내의 턱을 잡고 "그만해!!!"하고 세게 밀었다.
쿵하고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아내 몸에서 힘이 빠졌다. 뒤의 들보에 머리를 부딪힌 것 같다.
아픈 머리를 누르며 불을 켜고 아내를 보니, 흰자를 드러내고 입을 뻐끔거리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입의 움직임을 보니 뭐라 말하는 것 같았는데 말이 나오질 않았다.
"괜찮아?!"
아내를 흔들며 급히 119에 연락했다.
구급차가 오기까지 10분 정도 걸렸는데 그때 쯤에는 아내도 진정이 되어 있었다.

부부인데.. 아내 머리 앞뒤에 타박상의 흔적..
처음엔 가정 폭력으로 의심받았지만 내 머리에도 커다란 혹이 있었다.
아내가 "사귈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맞은 적 없어요"라는 증언도 해주어서
부부 모두 잠이 덜 깨서 그랬던 걸로 결론 지어졌다.
꽤 세게 박치기를 했는데, 다행히 둘 다 뇌에는 이상이 없었다.
물론 아내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 했다.

그리고 한동안은 아내 옆에서 자는 게 무서웠는데, 그 일은 단 한 번 뿐이었다.
아내가 "잠이 덜 깨서 그랬나봐. 미안해~"하고 사과를 해서 피하는 것도 미안해졌다.
다만 지금도
'몸을 뒤로 젖혔을 땐 표정이 어땠을까'
'불을 켰을 때 뭐라고 말하려 했던 걸까'
이런 게 떠오르기 시작하면 이불 속에서 아내와 조금 거리를 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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