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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보살핌 당번
게시물ID : panic_777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0
조회수 : 251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2/24 18:48:55

출처 - http://occugaku.com/

보살핌 당번

부모님 댁이 있는 지역에서는 "보살핌 당번"라는 게 있어서
해당하는 집은 1년 동안 지역 관리를 맡게 된다.
올해는 우리 집 차례이고 제사에 쓸 사당 청소를 여름에 한 번 하게 되어 있어서
할머니와 나 둘이서 산에 올라가 청소를 했다. (청소 도구를 짊어지신 할머니를 내가 업고 올라갔다)

사당에 온 건 십 년 만이었다. (지역 행사는 거의 빼 먹던 애라서)
옛 생각도 나고 해서 사당 주변을 돌아다녔더니 줄기 부분이 묘하게 마른 큰 나무가 있었다.
"할머니, 이 나무 왜 이래요?"
옛날부터 이랬던 기억이 난다.
"아.. 내가 얘기를 안 해줬던가? 청소하면서 말해주마"
"재밌는 얘기예요?"
할머니가 짊어지신바구니에서 청소 도구를 꺼내며 여쭤봤더니 할머니는 빙긋하고 웃으셨다.
"글쎄다. 아주 옛날에 이 일대를 다스리던 영주님 이름은 들어봤지?"
당연히 알고 있다. 누구나 아는 유명한 사람이다.
"어느 날 말이다, 그 영주님의 부하라는 사내가 이 마을에 왔단다.
 마을 사람은 당연히 그 부하를 대접했고,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이 사당에 재웠단다.
 그런데 그러다가 그 부하가 가짜란 걸 깨닫게 되었단다. 영주님과의 싸움에 진 병사였던 게야"
"패잔병 같은 거네?"
"『영주님의 적군을 대접한 게 들키면 어쩐다』하고 마을 사람들이 겁을 먹어서 말이야.
 그 적군을 죽이기로 했어.
 술을 잔뜩 먹여서 취하게 한 후 저 나무 앞에서 죽였단다"
아까 그 줄기가 마른 큰 나무를 가리켰다.
"『적군의 잔당을 무찌른 걸 칭찬해주실 지도 모르겠구만』하고 머리만 남기기로 했단다.
 날을 잘 갈아둔 낫으로 머리를 자르려고 했지만 암만 해도 잘리질 않는 게야.
 그래서 이번엔 도끼를 가지고 와서 한 번에 둘렀더니 머리가 잘렸단다.
 그런데 그 머리가 웬 일인지 하늘을 날아 저 나무 줄기가 갈리는 곳에 떨어진 거야.
『이건 안 될 일이지』라며 남자들이 나무에 오르려고 했지만 목에서 흘러나온 피 때문에 미끄러워서 못 올라간 거야.
 그럼 장대로 떨어뜨리려고 했더니 이것도 무엇 때문인지 좀처럼 떨어지질 않아.
 『꼭 끼었으면 어쩔 수 없지』하고 마을 사람들은 몸만 따로 처리하고 머리는 그대로 둔 거야"
"으.. 징그러"
얼굴을 찌푸리는 날 보며 할머니가 웃으셨다.
"이 사당엔 거의 안 오니까 몰랐던 게지?"

  그리고 조금 지난 후 지금까지 건강했던 남자가 갑자기 쓰러지고 그대로 죽었다.
  물론 그 적군 병사의 목을 벤 사내였다.
  그땐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해 농작물이 전혀 자라질 않는데다 이상한 역병이 돌아서
  그 목이 저주를 내렸구나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액막이를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곤란해진 마을 사람은, 그 나무 줄기에 금줄을 치고 부적을 붙인 후
  목 잘린 남자를 그 나무에 봉인한 거야.

"액막이도 안 통했는데?"
"이유는 모르지만 그렇게 했더니 재앙이 그쳤단다. 사람은 무서운 존재야.
 액막이로 안 되니까 봉인해버린 게야.
 그리고 매년 교대로 부적을 새로 달아주고, 금줄이 낡으면 새 걸로 바꾸고 하는 거지.
 그렇게 어떻게든 살아 남았어.
 그런데 점점 이 관습도 줄어서 말이다.. 금줄이나 부적도 갈지 않게 되었지.
 나무는 오래 사니까 금줄을 만 곳만 저렇게 마른 거야"
"그럼 이제 저주는 풀린 거야?"
"아니야 가끔 이상한 일이 일어나거든.
 ○○집 아들 머리가 좀 이상하잖아? 예전엔 괜찮았거든"
"왜 그 집만...? (우리 집은 뭐야)"
"그 집만 그런 게 아니야. 아랫집의 ○×네도 그래"
그러고보니 ○×네 집 아줌마랑 딸이 정신이 나가서 몇 년 전에 이사갔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세 집 정도. 다 머리가 이상해졌다)도 있고"
"다른 집은? 아니, 우리 집은?"
"다른 집은 원래 여기 살던 사람들이 아니야.
 말 안 했던가?
 우리 집은 원래 장사를 하던 집인데 적당히 오래하긴 했지만 계속할 수가 없어서 말이다.
 나랑 너희 할아버지가 양자로 들어 와서 결혼하고 이은 거야."

지금 우리 집은 평범한 일반 가정이다.
증조부 시대에 장사를 관둔 것 같은데 지금도 아직 가게 이름은 남아 있어서
할아버지 할머니 때 사람은 아직 그 가게 이름으로 우리 집을 부른다.
가게 이름은 어느 집에나 다 있는 거라고 생각했더래서 몰랐다.

"그 집 피가 끊어진 후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것 같구나"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어디 사람이야?"
(빙그레 웃으며) "더 오래 전이야"
왜 친척이 적은지 알 것 같은 기분이...
"의붓 어머니께 들은 이야기야. 사실인진 몰라"
"지금 시대에 무슨 ㅎㅎ"
"뭐 어쨌든 우리 집은 괜찮아. 걱정할 것 없단다. 하지만 괜시리 다가가진 말렴"

자세히 보니 큰 나무 줄기의 갈라진 부분에는 사람의 머리 크기 쯤 되어 보이는 혹 같은 게 있었다.
저 안에는 설마..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야기 자체가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는 거라.
이런 말 해서 미안하긴 하지만, 사실 고향의 집 몇 채 중에서 몇 몇 집 사람들이 이상한 것도 사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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