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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와 주세요
게시물ID : panic_780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5
조회수 : 234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3/06 20:05:34

출처 - http://occugaku.com/

와 주세요

저는 편집자인데, 주로 특별한 이벤트나 먹거리 같은 것을 소개하는 기사를 씁니다.
제가 기사를 실을 수 있게 취재 좀 해달라고 가게에 부탁하는 경우도 있지만,
독사들이 보내주는 정보를 참고할 때도 있고
가게 쪽에서도 직접 엽서나 팩스, 전화를 주면서 의뢰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제가 내킬 때만 취재하러 가곤 합니다.

가게를 고르는 기준은
'이 가게는 재밌는 기사를 쓸 수 있겠어'
'이 가게는 좀 별론데~'
이런 식으로 완전 제 육감에 맡기고 있습니다.
어느 날 마감이 지나서 한가했기 때문에 다들 놀러가기도 하고 단골 가게에 가기도 하고,
이래저래 빠져나가 편집부에 사람이 없어서 썰렁했습니다.
저는 딱히 갈 만한 곳도 없고, 재밌는 거 뭐 없나 하고
그 날 도착한 독자 엽서를 읽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어떤 봉투 안에 사진 한 장과 편지가 있었습니다.
사진은 한눈에 봐도 오래된 점포로 보이는 고풍스러운 화과자(일본 과자) 가게 사진이었습니다.

편지는, 잉크 얼룩 같달까...
다 쓰고 미처 다 마르기 전에 문질러서 번진 것 같은 그런...
아무튼 지저분한 글씨로 "맛있답니다. 꼭 와 주세요"'라고만 써 있었습니다.
왠지 불쾌했지만, 반대로 흥미도 생겨서
"한가하니까 한 번 가 볼까?"싶어졌습니다.
"와 주세요"라는 문장으로보아 분명 그 가게 사람일 거라 생각했고
편지에 쓰여진 주소를 보고 대충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평소엔 도로 지도나 인터넷으로 (적어도 가게 이름 정도는) 조사하고 나서 가는 편인데
그 날은 한가한 날에다, 세세하게 조사하는 게 귀찮았습니다.
못 찾아도 상관 없다는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습니다.

1시간 정도 달린 후 목적지 주변에 도착한 저는
근처에 있는 수퍼마켓에 차를 세우고, 거기서부터는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사진을 보여주면서 터벅터벅 10분 조금 넘게 걸었을까요.
이 부근 주소 같은데..하고 둘러보니
정갈한 주택가 같은 거리가 이어져 있을 뿐, 화과자 집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뒷골목인가 싶어서 샛길로 돌아서 가봤더니 한 채의 빈 집이 보였습니다.
빗창은 닫혀 있고, 정원은 엉망친장으로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게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스산한 느낌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려고 하는데, 갑자기 위에서 누가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방향으로 눈을 돌렸더니, 2층에 한 곳만 빗창이 열린 곳이 있었습니다.
설마 이런 데 사람이 사나? 하고 생각하다보니
괜시리 기분이 나빠져서 그 자리에서 빨리 벗어났습니다.

잠시 주변을 돌아다녀봤지만 사진 속 가게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걷다보니 조금 떨어진 상점가까지 걷게 되었습니다.
저는 근처에 있던 잡화점에 들어가서, 주스를 사면서 겸사겸사
가게 주인 할아버지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여기가 어디냐고 여쭤봤습니다.
할아버지는 사진을 보시더니 잠시 생각에 잠기시더니 곧 알겠단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아아, 이거 ○○ 씨네 가게로구만! 그런데 자네 이 사진은 어디서 났는가?"
"아, 저는 A라는 잡지의 편집자인데요. 그 가게를 취재하려고요.
 사진은 그 가게 분이 보내주셨어요"
"응? 무슨 소리야. 그 가게는 10년 전에 화재가 나서 다 탔는데"

"네?! ...그럼 가게 사람들은요?"
"다들 화재로 죽었던 것 같은데"
"...그럼 지금 그 건물은요??"
"화재가 나고 얼마 안 지나서 새로 건물을 세우고 누가 이사왔었는데...
 그러다 그 일가는 뭐라뭐라 하면서 머지 않아 이사 갔으니까 지금은 빈집일 게야.
 누가 했는진 몰라도 참 나쁜 장난질을 쳤구먼"

빈집이라.. 조금 전에 본 그 집일 수도 있지만, 다시 가서 확인하려니 아까 느껴진 시선이 무서워서
할아버지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그대로 편집부로 돌아갔습니다.
가보니 편집장이 돌아와 있길래 그 일을 말씀 드리고
봉투를 보여주려고 가방을 뒤져봤더니 안 보이는 겁니다.
어디에 떨어뜨렸을 수도 있지요.
차 안에 떨어뜨렸나 싶어서 차로 가려고 하는데
"아마 가 봤자 없을 거야"라고 편집장이 절 막았습니다.

"5, 6년 쯤 전인가. 내가 햇병아리 기자 시절에 똑같은 일이 있었거든.
 거기 간 건 내가 아니라 선배였지만"
"그래요? 누가 가셨는데요?"
"지금은 없어. 취재하러 간 채로 돌아오질 않았거든.
 ××마을에 있는 화과자점에 취재 다녀올게 라고 말하고 나간 후로 못 봤어.
 그 당시엔 난리도 아니었다니까. 차까지 없어져서 말이야.
 선배랑 차랑 둘 다 끝까지 못 찾았어.
 그리고 나는 선배가 가기 전에 봉투 안도 봤었는데 네가 지금 말한 거랑 거의 비슷했던 것 같아.
 그때는 "와 주세요"라고만 쓰여 있었던 것 같아.
 장난일 지도 모르지만, 좀 께름칙하네"

...그 후 차 안을 찾았지만 그 봉투는 없었습니다...
누가 그 봉투를 보낸 건지, 그 선배님은 왜 사라진 건지 왜 제가 불린 건지...
그 후 3년 지났는데, 우편물이 올 때마다 그 봉투가 있는 건 아닌가 조마조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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