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좀 알려주세요
"길 좀 알려주세요"
해질녘 길가에서 키가 큰 여자가 말을 걸었다.
다 낡은 옷차림에 다리가 이상할 정도로 가늘어서, 중심이 잘 안 잡히는지 비틀거리고 있었다.
나한테 물어본 게 분명한데 시선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저... 그러니까, 어디로 가시는지...?"
수상한 사람 같다.
나는 빨리 답해주고 지나가야지 생각했다.
"카스가타니 1-19-4 201호요"
"......"
우리 집 주소였다.
게다가 방 번호까지 맞췄다.
"모, 모르겠어요"
빨리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말했다.
그랬더니 여자는 꾸벅하고 허리가 부러질 정도로 숙여서 인사하더니
다시 비틀비틀하며 길 안쪽으로 사라졌다.
"무셔라..."
나는 일부러 길을 삥~ 돌아서 집에 왔다.
잠겨 있는 걸 확인하고 얼른 문을 열었다.
"길 좀 알려주세요"
어두운 방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