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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따라왔다.
게시물ID : panic_802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옆집에엄친아
추천 : 11
조회수 : 2031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5/05/30 21: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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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시작은 2008년, 대구에서 군복무를 할 때였다. 
큰 키도, 근육질도 아니지만, 나름 튼튼한 몸에 체력이 아주 저질인것도 아니어서 군대의 가혹한 스케쥴을 그럭저럭 소화해냈다. 

아마 일병 말때, 태어나서 처음 가위를 눌렸다. 몇주 동안 이어진 작업과 야근으로 피로가 누적된데다가, 군대가 아닌가. 가위에 눌리기 최적의 조건이었다. 

누워 자고있는데 누군가 양 발목을 '덜컥'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발목쪽은 관물대인걸? 그 순간 무언가가 몸을 눌렀다. 눌린다는 느낌보단, 바닥이 날 삼키려고 당기는 것 같았다. 지구의 중력이 갑자기 강해진듯한, 근원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힘이 온 몸을 조였다가 사라졌다. 

처음엔 무섭기도 했지만,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귀신이나 그런 영적 존재를 전혀 믿지 않는 사람인데, 가위는 경험담이 심심찮게 있지 않은가. 그런데 내가 직접 겪으니, 깨고 나서는 호기심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후로 종종 피곤할때면 '덜컥'하는 느낌과 함께 가위가 찾아왔다. 가위 눌리기 직전의 그 느낌은 꼭, '지금부터 널 누를거야...'하고 도발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말년에 아침점호를 받고, 생활관에 다시 뻗어 자고있을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덜컥...

누군가 내 양쪽 발목을 잡아당겼고, 내 몸은 순식간에 통나무처럼 굳었다. 그리곤, 몸이 묵직해졌다.
가위에 익숙해진 나는 무서운줄은 모르고 귀찮게만 생각했다. 눈을 뜰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이왕이면 여자였음 좋겠네.. 남자면 내려가라.'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한심해서 속으론 피실피실 웃기까지 했다.

그 때, 지금까지와는 달리 얼굴 앞에 무언가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내 위에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내 골반과 하반신이 묵직해지기 시작했다.
이전까진 바닥에서 당기는 느낌이었는데, 그 땐 확실히 무언가가 내 위에 '올라타고'있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야릇하지만 '위험하다'는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압박이 점차 강해질 무렵, 행보관이 'OO아~'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행보관이 생활관 문을 열면서 가위에서 풀렸다. 음탕한 처녀귀신도 행보관은 못 당한다고 농담으로 흘리면서 말년휴가를 나갔고, 무사히 전역을 하면서 '그녀(?)'와는 이별을 했다.


고... 생각했었다.

복학하고 과제에 찌들어 있을 무렵, 다시 가위에 눌리기 시작했다. 그저 가위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내 발목을 잡아당기기 전까진 말이다.

난 원래 (군대 침상이 아닌 이상)벽쪽을 보고 새우잠을 잔다. 그런데 그 날 잠이 얼핏 깨었을 땐 반대쪽을 보고 있었다.
어떤 힘에 이끌리듯 이불을 부여잡고 팔짱을 끼고있던 내 왼팔이 스르르 하고 침대로 떨어졌다.
그리고는 왼팔 위로 무언가 묵직한 느낌이 들더니, 어깨부터 옆구리와 골반까지 서늘하지고 야릇하지만 소름끼치는 '어떤 느낌'이 닿아왔다.
'그녀'는 내 왼팔을 베개삼아 내 옆에 바짝 붙어 누워있었다.

가장 끔찍했던건, 평소완 달리 정신 말똥말똥했단것이다. 눈꺼풀에 아주 살짝 힘을 주면 분명히 앞이 보였을 것이다.
아주 살짝이면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주 살짝...
눈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본능적인 공포가 눈꺼풀을 짓눌렀다. 등에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숨을 쉬기 힘들었다.
침이 목에 걸려
'꿀꺽' 하고 넘기는 순간,
내 팔엔 훗~ 하고 콧김이 느껴졌다.

나는 눈을 뜰 수 없었고, '그녀'는 나를 비웃었다.

내 등엔 식은땀이 비오듯이 솟아났고, 알람이 울릴때까지 40분동안 '그녀'를 끌어안고 식은땀으로 샤워를 해야 했다.  '그녀'는 알람소리와 함께 사라졌고, 얼마 후 우리 집은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한 후로는 '그녀'가 따라오지 않았다. 아직까진...
출처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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