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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게시물ID : panic_807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부렁부렁똥개
추천 : 10
조회수 : 129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6/12 16: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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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경수는 눈으로만 힐끔, 옆을 쳐다봤다. 아직도 있다.
평소에 귀신 한 번 본 적 없는 자신에게 이렇게 뚜렷하게 보이는 귀신이라니. 


토요일이라 수업이 끝나고 집에서 뒹굴 대던 경수는 어둑어둑한 저녁이 되어서야 엄마의 심부름을 위해 집 밖을 나섰다.
자신의 집에서 마트까지 이어지는 골목길은 가로등은 드문드문 있지만 나름  CCTV도 있고 넓어 여러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었다.
아까 전에 마트를 가기 위해 지나가던 도중, 옆에 하수도가 흐르는 움푹 파인 곳에서 뭔가가 보였다.

손이다

하수도에서 길가로 이어져있는 것은 손이었다.
내가 잘 못 본거겠지. 순간 들은 생각에 그 쪽으로 시선을 두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 마냥 앞만 보고 걸었다.

등 뒤에서 식은땀이 주륵-하고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아냐, 내가 잘 못 본거야. 어두컴컴해서 순간 헛 것이 보인 걸거야.
아무리 그렇게 세뇌시켜도 발은 자기도 모르게 점차 빨라져 마트에 도착할 즈음에는 거의 뛰고 있었다.

마트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경수는 그 골목으로 다시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조금 돌아가야 하는 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
1분이라도 빨리 가고 싶은 유혹에 잘못 본 걸꺼야! 다시 한 번 자신을 세뇌시킨 뒤 눈을 질끈 감고 다시 그 골목으로 들어섰다.

평소에는 적어도 한 두명씩은 다니던 골목길은 오늘따라 사람 한 명이 없다.

쳐다보지 말아야지, 쳐다보지 말아야지. 되뇌이면 되뇌일 수록 자꾸만 나도 모르게 그 쪽으로 시선이 간다.
앞만 보고 걸으면서 시선 옆 쪽으로 자신도 모르게 집중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저 멀리, 아까 봤던 그 자리에 여전히 보이는 손.

무서운 걸 좋아해 공포영화도 많이 보러 다니고 귀신 나오는 집에 찾아가도 귀신 한 번 본 적 없었는데. 귀신 한 번 보고싶다고 생각해왔던 게 후회될 정도로 섬짓하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도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아무렇지 않은 척 앞만 쳐다보며 흥얼흥얼 노래까지 불러본다. 괜시리 봉지도 휘두르고.

그런데 그 때,

끄그극.......끄극..

가래 끓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주온에서 들려오던 목의 울림.

경수는 그 자리에서 으아아아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정신없이 집으로 뛰어갔다. 
도중에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지만 넘어진 순간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나 아픈지도 모르고 미친듯이 뛰어갔다.

이건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어. 그 귀신을 봤다고 입에 올린 순간 저주받을 것만 같았다. 그 하얀 손이 자신의 창문에 걸려 있을 것만 같았다.

경수는 그 이후로 며칠동안이나 그 가래 끓는 듯한 소리가 귓가에 울려 밤새 악몽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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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내는 아이는 없어도 금슬은 좋았다.
그녀는 누구에게나 밝고 친절했으며 결혼한 지 5년이 넘어가도 내게 한결같은 사랑을 줬다.
그런 그녀에게 그 어떤 남자가 반하지 않겠느냐마는 그녀에겐 어느 순간부터 그녀를 따라다니는 스토커가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의 머리카락이나 체액이 들어 있는 협박편지, 아무리 번호를 바꿔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는 전화. 
경찰에 몇 번이나 전화를 해도 경찰은 직접적인 피해를 준 게 아니기 때문에 수사를 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래도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라며 힘없이 웃는 그녀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없었다.

여느 때처럼 회사를 마치고 허겁지겁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집엔 그녀가 없었다.
평소 이 시간에 집 밖을 나간 적이 한 번도 없던 그녀였다. 실종신고를 하려고 하자 사라진 지 열 두시간 이상 지나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지낸 뒤 다음날 오후에 그녀를 찾았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그 미친 스토커는 옆 동네의 하수구에 그녀를 성폭행하고 난자한 채로 버려놨다. 
양 발, 왼쪽 팔은 다진 것처렴 여기저기에 칼질이 되어있었지만 오른 손만은 아무렇지 않았는데, 마치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작품을 누가 보기라도 해 달라는 듯이 오른 손을 도로 위로 올려놓고 그는 떠났다고 한다.
그 살인현장 주변에 CCTV가 있어 유력 용의자였던 그는 쉽게 잡혔고, 순순히 잡힌 그는 자신의 범죄를 자랑하듯이 인정했다.

더 미치겠는것은 범죄를 저지른 시간과 사망 시간이 달랐다.
그 뜻은 그녀가 하수도에서 몇 시간이고, 죽기 전까지 그곳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주길 바라며 그 차디찬 곳에서 참고 있었을 거라는 것이었다.


어렵지 않게 CCTV를 볼 수 있었다. 그 곳에서 본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못 본 체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이제 심판자가 될 것이다. 그들은 모두 그 살인마와 공범이었고 동조자였다.
나라가 안 해준다니, 나라도 그들에게 심판을 내려야지. 물론 가장 맛있는 건 마지막에 남겨놓을 거야. 아주 천천히 손톱까지 으적으적 맛봐줄게.
일단 너희 아홉 명을 먼저 심판해야겠어.

1번. 김경수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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