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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꿈도 환각도 아니었다.
게시물ID : panic_815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當▼當
추천 : 11
조회수 : 101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7/14 12:44:49
음...
벌써 20년 정도 지난 일이지만 그 날 일만은 그토록 생생하다.
분명히 무슨 존재인가를 두 눈 부릅뜨고 뼛속까지 느꼈기에 꿈도 환각도 아님을 단언할수있다.
'그' 경험은 그 전에도 그 이후로도 한번도 없다, 다행히.
 
내가 13살, 그러니까 6학년 무렵이었던것 같다.
미술학원을 다녔었는데, 친구가 어디서 귀신 이야기를 들었다며 내게 들려주었다.
무서운 이야기 듣는 것을 어릴때부터 좋아하던 나는 매우 기대 했지만
친구의 이야기가 너무 짧고 싱거워서 무섭지도 않았고, 지금 그 내용도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이야기가 끝나자 나는 피식 웃으며 "에이~ 그게 뭐야." 하고 친구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런데 그 무섭지도 않고 싱거운 귀신 얘기를 하던 친구가
자꾸 주변을 의식하면서, 벌벌 떨면서 내게 속삭이듯 얘기를 했던 기억은 난다.
 
친구가 그 이야기를 들려준 날 밤,
(나는 항상 방 불을 켜놓고 잠을 잤다.)
새벽에 갑자기 눈을 뜬 나는
내 위, 천정에 있는 빨간색 귀신을 보았다.
나와 같은 방향으로 누워 천정에 붙어
팔과 다리는 형체가 없고 붉은 스카프 느낌이었는데 마구 허우적 대고 있었다.
얼굴도 눈코입이 없는 둥그스름한 형태 뿐이었는데,
나는 분명히 느꼈다.
여자이고, 웃고 있고, 허우적 대며 춤추고 있다는걸.
나는 고요하게 경악하고 있다가 아아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면 부모님 방으로 달려들어갔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그 날'의 '그' 경험이 아니다.
 
내가 이 이야기를 먼저 한 까닭은,
이 일이 '그 날' 내게 일어났던 일과 연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즈음에 이렇다 할 특별한 일은 미술학원에서 귀신얘기를 듣고
그 날 밤, 귀신 같은 형체를 봤다는 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짜 사건은 며칠 뒤 새벽에 일어났다.
나는 빨간 귀신 사건은 꿈이라고 치부해 버리며 머리 속에서 지워가고 있었다.
갑자기 자다가 눈을 떠서 눈이 부셔서 헛것을 본것이라고.
 
그 날 밤,
나는 자다가 새벽에 눈을 번쩍 떴다.
무슨 소리가 난 것도, 무언가 나를 건드린 것도 아닌데
쿨쿨 자다가 별안간 눈이 번쩍 떠졌는데.
참 지금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눈을 뜨자마자 나는 우리 아파트 단지 입구로 무언가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고 있었는데
피부에 땀구멍 하나하나, 털 하나하나로 무언가 우리 아파트 단지로 들어와
곧장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도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치 내가 새가 되어 우리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보고 있고 누군가 나를 목표로 걸어오고 있는 것을 쳐다보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눈으로 보고 아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뇌와 피부와 뼈가 알려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누가 명확하고도 남게 나 하나를 목표로 두고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속도와 걸음걸이마저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걸음걸이는 흔들림 없고 미끄러지듯 하였다.
그 형체는 검거나 투명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의 (사람도 짐승도 아니므로 '그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음, 심리 상태 또한 뼈와 털과 피부로 느껴졌다.
너무나 무서운, 모골이 송연 해질 정도의 얼음장처럼 차갑디 차가운 '증오'였다.
살의를 품은 '증오'였다.
 
나는 침대에 누워 공포로 인한 것인지, 가위에 눌린 것인지,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고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며,
'그것'이 왜 나에게 증오를 품고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인지
영문을 알아내려 애쓰고 있었다.
 
'그것'은 아파트 입구를 지나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점점 우리 아파트에 가까워져 왔고,
'그것'이 엘레베이터를 탔는지, 계단으로 오는건지
1층.. 2층.. 3층.. 가까워 올 때 (우리집은 10층이었다.)
나의 공포도 증폭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집 현관을 지나 내 방으로 곧장 왔을 때,
나는 드디어 그 실체를 보게 됨에, 두 눈을 크게 뜨고 내 방문을 쳐다 보았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사람 모양인지, 짐승 모양인지, 외계인인지 보려고 했으나,
분명 내 방 문 앞에 서서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는데도,
나는 그것을 볼 수가 없었다.
그냥 투명하고 아무 것도 안 보였다. 그 존재만이 뼛 속 깊이 느껴졌다.
나는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서 내 방 문 쪽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곧 잡아 먹힐 먹이의 심정이었다.
그 순간, 그 존재의 가장 가까운 느낌은 먹이를 앞에 둔 늑대 같았다.
이상하게 그것이 생각하는 바가 텔레파시처럼 내 뇌에 들어와 박히듯 나는 그것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내 방 문치에 서서 몇초간 나를 증오에 차서 노려보다가
순식간에 1,2초 사이에 슈와아아악! 하고 나를 덮쳐 와,
내 몸 속에 들어왔다.
 
이 때, 나는 사람들이 보통 얘기하는 '가위'라는 것에 처음으로 눌리게 된다.
13살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위에 눌렸다.
몸에 지지징 하며 전기가 흐르는 것 같고, 몸은 움직일 수 없었다.
한참을 그러다 결국 몸부림 치며 가위에서 풀려났다.
아마 이 날은 소리를 지르며 부모님 방으로 뛰어가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냥 기절해서 다시 잠들었었던것 같다.
 
이것이 내가 그 날 경험한 일이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공포스럼 체험이나 괴담 중에 이런 이야기가 가끔 보인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는데 어떤 할머니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분명 문 뒤에 있어 알 수 없는데도 남자이고, 초인종 밑에 서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이런 류의 이야기를 읽으면 나는 그게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다.
얼마나 자세하고 세세하게 나에게 느껴지는지 나도 느껴보았으니까.
꿈도 환각도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다행히, 그 경험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나는 그 한번뿐인 경험을 결코 잊지 못한다.
아니, 잊혀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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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경험에서 가감없이 적어보았습니다.
허무맹랑하게 느껴졌다면 죄송합니다.
혹시 이런 경험에 대해 아시는 분이 계시면 얘기를 좀 듣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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