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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수
게시물ID : panic_845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선천적어그로
추천 : 10
조회수 : 376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5/11/17 0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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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요즘 모든 것이 두렵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 말고는 모든 그림자에 있는 무엇인가가 나를 쳐다보고있다.
 
촉수 같은 것이 스멀스멀 기어와서 날 붙잡으려고한다.
 
 
책을 펼치면 책의 틈사이에서 촉수가 튀어나와 내 손을 붙잡고,
 
이불 밖으로 나오려고 하면 이불 속에서 촉수가 튀어나와 내 몸을 휘감는다.
 
 
배고파도 움직이려고 하면 촉수가 붙잡는다.
 
촉수를 떨쳐내려고 여러번 손을 휘저었지만,
형체가 없는 연기마냥 통과해버리고 끝이다.
 
촉수는 계속 내 몸을 휘감는다.
 
 
요즘 나에게 왜이리 힘없이 축 쳐져있냐고 묻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이 촉수가 보이질 않나보다.
 
 
 
날이 갈수록 촉수가 더 늘어난다.
 
그리고 굵어진다. 묶어놓는 힘도 강해진다.
 
이대로 있다간 아무것도 못할 것이다.
 
바깥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촉수가 안간힘을 쓰면서 나를 붙잡는다.
 
'가지마. 그냥 여기 있자.'
 
이젠 촉수의 마음이 들리기까지 한다.
 
그래도 아직은 뿌리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힘들다.
 
"너 대체 뭐하는거야? 제발 뭐라도 좀 해. 아무것도 안하는 백수처럼 지내고싶어!!"
 
내가 촉수에 묶여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날에 듣는 소리다.
어머니의 목소리와 함께 그림자에서 촉수가 더 튀어나온다. 나를 묶어놓는다.
 
누가 날 억지로 끌어내야 겨우 촉수가 물러난다. 하지만 완전히 물러나진 않는다. 내 발목 정도는 계속 붙잡고 있는다.
 
왜 촉수가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어느 날 부터 그냥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나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학점이 좋지 않거나, 토익 성적 발표날 노력한 만큼 나오지 않아 기분이 안좋아지면 그 땐 더 기승을 부린다.
 
특히 내가 자는 침대 근처에 촉수가 너무 많다.
 
 
웃긴건 보기엔 꺼름칙하지만, 침대에 있는 촉수에 묶여있으면 답답하다기보단 편안한데다 쾌적함까지 느낀다. 다른 촉수는 날 괴롭히지만, 침대의 촉수는 나를 부드럽게 매만져준다. 이 느낌은 너무 좋아서 벗어나기 싫다. 벗어나고 싶지도 않지만, 벗어나려고 하면 촉수가 거칠게 잡아당긴다. 딱히 해야할 일이 없는 날엔 하루죙일 침대에 있어도 기분이 좋다.
 
 
 
 
 
이젠 사방이 촉수다.
 
연필, 종이, 컴퓨터, TV, 침대, 소파, 의자, 책상.
 
 
심지어는 사람에서까지 촉수가 돋아난다.
 
나에게 핀잔을 주는 사람에겐 더더욱 많은 촉수가 있다.
 
침대에 있는 촉수가 주는 안락함은 식욕과 성욕을 잊어버리게 해줄 정도다.
 
그러나 안락하지만 시계에서 나온 촉수가 문제다.
 
시계 바늘이 똑 딱 움직일 때 마다 늘어나는 뾰족한 촉수.
그것이 나를 향해 다가온다.
 
 
저것에 찔리면 분명히 아플거다. 아픈 것을 넘어서서 과다출혈로 죽을거다.
그런데 침대의 촉수가 너무 안락하다. 여길 벗어나고싶지 않다. 그러나 시계에서 나온 촉수는 지체하지도 않고 나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저것에 관통당하면 분명히 죽는다.
 
 
 
 
 
 
이젠 시계에서 나온 송곳에 가까운 촉수는 내 목을 겨누고 있다.
 
.. 이 촉수에 살짝 찔렸는데 고통에 비명을 지를 정도로 아팠다. 죽기 이전에 굉장히 고통스러울거다.
 
안되겠다. 도망쳐야해. 찔리기전에.
 
그러나 송곳은 내가 도망치는 곳까지 계속 쫓아와 내 목과 심장을 노린다.
 
어디로 도망치지?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옥상까지 가면 분명히 못쫓아오겠지. 거기서 잠시 생각하자.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송곳은 옥상까지 쫓아와 나를 찌르려고 하고있다.
 
어쩌지, 송곳은 내 피부에서 1cm정도 떨어져있는 수준이다. 난간까지 몰렸다.
 
바닥을 힐끗 쳐다봤다.
 
'그 가시는 위험해! 내가 받아줄게!'
 
촉수가 나에게 말을 건다. 그래, 아픈것보단 보기싫었던 저 촉수가 차라리 낫겠지.
 
나는 난간 뒤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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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글을 쓴 것인지 모를 분들이 많을것 같아 해설은 꼬릿말에 넣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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