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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흙길
게시물ID : panic_846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선천적어그로
추천 : 2
조회수 : 118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1/19 21:40:40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SmYBO
 
 
 
 
 
사방이 어둠이었다. 길은 딱 하나.
 
사방에 깔린건 한여름에 녹아내린 아스팔트마냥 시커먼 어둠속일 뿐이었지만
 
흙으로 된 길 하나는 또렷하게 보였다.
 
뒤는 절벽, 양옆은 괴물의 뱃속같은 어둠, 갈 길은 하나 뿐이다.
 
그냥 저벅 저벅 걷는 것 말곤 할 수 없었다.
 
손전등이라도 있었으면 양 옆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있을 것이고,
길 하나 밖에 없는 것 보단 양 옆에 무엇이라도 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스팔트로 포장도 되지않아 자갈이 잔뜩 섞인 흙길.
 
정녕 이곳엔 이것 말곤 없는 걸까?
 
하지만 양 옆에 무엇이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굶주린 곰이 있는지, 애교부리는 고양이가 있을지,
 
아니면 그냥 이 길과 똑같은 흙길일 뿐일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터벅 터벅 터벅.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한 걸음씩 옮겨서 이 길이 어디로 향할지 알아내는 것 뿐이다.
 
가다가 손전등이나 소일거리라도 찾아내면 감사할 뿐이고.
 
 
 
 
 
 
얼마나 걸었을까, 손목 시계도 없는 나로서는 시간도 모른다.
 
느낌 만으론 근 4시간은 걸은 것 같다.
 
물론 변화는 없다. 딱 하나 변화가 있긴 있는데, 그건 진흙탕물 처럼 어두컴컴한 저 곳에 한 사람이 서 있다는 것.
 
대체 누굴까? 그 전에, 사람은 맞는걸까?
 
"저기요!"
 
나는 목청껏 그 사람을 불러보았다.
 
.....
 
 
대답이 없다.
 
일단 두렵지만 유일한 희망이라 믿고, 그 사람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흙길을 뛰어갔다.
 
"저기요! 거기 당신이요! 제 목소리 들리세요?"
 
숨이 차오른다.
 
"저...허억...허허... ㅈ.... 으읍"
 
소리를 지르면서 뛰었더니 숨이 괴로울 정도로 차다.
 
그 때였다.
 
뒷모습만 보여주던 사람이 스윽 돌아봤다.
 
 
희망이 보인다!
 
"저기... 허억허억... 지금.. 어디로....헉헉 가시는거죠?"
 
 
그 사람.... 가면을 쓰고있었다.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그걸 왜 묻는건가요?"
 
어처구니가 없었다. 누가 봐도 썩은물처럼 시커먼 곳을 공중부양하듯이 걷고있는데, 묻고싶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거기 아무것도 없잖아요? 길도 없고, 시커멓잖아요. 그런데 왜 굳이 거기로 가는것인가요? 아무것도 안보이는 것 보단 흙길이 낫지 않을까요?"
 
가면을 쓴 남자가 고개를 갸웃 거리다 이내 웃기 시작한다.
 
"하하...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제가 보기엔 당신이 굳이 걷기 어려운 자갈밭을 걷고있는것 같은데요?"
 
그럼 그 진흙탕은 걷기 쉬운 곳이라고 생각하는건가?
 
"거기 완전 깜깜하잖아요...."
 
"아... 안보이시는군요. 그럼 한번 이쪽으로 와보세요. 무서워하지 말고요."
 
헛소리다. 안무서울 사람이 어디있는가?
 
내가 믿지 못하고 가만히 서있는걸 그 남자가 깨달았는지, 다가와서 내 손을 거칠게 잡아당긴다.
 
"자... 눈 감고 심호흡 하시고........ 잘 보세요."
 
 
 
 
 
 
내가 걷던 길이 보인다.
 
자갈밭.
 
그러나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은 포장도로.
 
 
이게 무엇이지?
 
이젠 자갈밭과 포장도로가 보인다.
 
 
"길은... 당신이 만드는거에요."
 
이 한마디를 남기고 그 남자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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