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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아빠! 나 임신했어!'
게시물ID : panic_850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키라짐보
추천 : 15
조회수 : 7216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5/12/16 16: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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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아래 멜로디데이님의 글과는 다른 내용입니다.


내가 조금 길었던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날 우리 가족은 작은 파티를 열었다.
일때문에 집을 자주 비우는 것을 종종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아내였지만 
오늘 만큼은 평소 내가 좋아하던 레드와인과 치즈케잌까지 준비하며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좋은 술, 맛있는 음식, 그리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과의 즐거운 시간...
하지만 그런 단란함을 깨뜨린건 몰래 준비한 아내와 딸의 선물을 꺼내려
2층으로 올라갔을 때의 일이었다.


"아빠!! 음... 나 임신했어!"

언제 내 뒤를 따라왔는지 딸아이가 나를 향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임신했다구!"

해외출장으로 집을 오래 비우긴 했지만 7살 짜리 딸이 임신이라니...
허나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겨우 7살짜리 딸 아이가 제 아무리 심각한 표정을 짓더라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부모는 별로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진지한 딸아이의 표정을 대하고도 그것이 그냥 장난이라고만 생각했다.
뭐랄까? 흔한 TV시리즈 중 한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대사를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딸은 원래 흉내내는 걸 잘 하는 아이였으니까
실제로도 에밀리는 기억력이 비상한 편이었다.
전에도 종종 얼핏 들은 만화 주인공의 긴 대사를 줄줄 외워 나와 아내를 놀라게 한 적이 있었으니까...


"아직 배는 불러오지 않으니 걱정은 안해도 돼! 하지만 곧 개구리 볼처럼 부풀어 오르겠지!
빵 하고 터지기 전에 날 좀 도와줘!"

"그래 에밀리... 식구가 하나 늘겠구나 하하하"


난 웃으며 에밀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 나이대의 아이들이 다 그렇기도 하지만, 엉뚱한 구석이 있다고 해서 혼내거나 나무라는 건 
자라나는 아이의 창의적 사고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다.
난 단지 그런 생각만으로 얼굴에 가득 찬 웃음 그리고 장난기를 거둔 채 
에밀리의 어깨를 주먹으로 툭 치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에밀리 내가 뭘 도와주면 될까? 어서 말해봐! 뭐든 말하라고 니가 말하는 건
 다 할께!"


그러자 에밀리가 말했다.


"그 얼간이 자식이 오늘 와! 와인에 수면제를 탈꺼야! 뒤는 당신이 처리해!
 당신 말대로 화재보험은 벌써 들어놨어!"


에밀리는 그것으로 장난을 마친 뒤 늘상 짓는 으쓱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 그것은 에밀리가 무언가 칭찬해 바랄때 짓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기분 탓일까? 갑작스레 밀려든 졸음에 에밀리의 얼굴조차 흐릿하다.
아랫층에선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출처 멜로디데이님의 글 제목을 모티브로 떠오른 것을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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