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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게시물ID : panic_853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늰자
추천 : 23
조회수 : 5695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5/12/31 16:47:11
어미도 없이 가슴만으로 키운 아들이지만, 그래도 이런 일이 생기면 마음 한구석이 바늘로 쑤시는 것처럼 아파온다.

의식을 잃은 아들의 손을 잡고 부자간의 추억을 회상하다보니, 아들을 처음 만났던 날이 생각났다.


몇년전인진 기억 안나지만, 어떻게 만났는지는 확실하게 기억한다.

나는 그때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으니까.


이런 결말이 됬지만, 당시엔 꽤나 신중하게 조사했다.

어린아이들의 하교시간.
사람들이 없는 외진 곳.
그리고 언제나 혼자 놀이터에 남아 밤 늦게까지 놀고 있는 남자아이.

납치는 처음이였지만, 간단했다.

'너희 어머니가 많이 아프시다. 같이 병원에 가는게 좋겠구나.'

어머니라는말에 화들짝 놀라며, 볼 수 있는거냐고 내게 물어보던 기쁜듯한 그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뒤 나의 차로 유도해서는 어머니와 연락할 필요가 있으니 번호를 알려달라며 내 휴대폰을 내밀었다.

아이는 우물쭈물하다가 '아버지꺼에요..'라며 넘겨왔다.

'왜 아버지 번호를 썼니? 어머니 번호를 달라 했지 않았니.' 라고 좋게 타일러보자

'어머니 번호는 잘 몰라요.' 라며 울상을 짓기에, 어쩔 수 없이 수면제를 넣은 쥬스를 아이에게 주고,
마시고 잠든걸 확인한 뒤 전화를 시작했다.

첫번째 착신에 실패하고
두번째 착신에 실패하고
세번째 착신쯤에 포기하고 장소부터 옮길까 하던중에 겨우 연결 되었다.

"여보세요?"

"방금, 당신의 아들을 납치했습니다."

"허 참, 보이스피싱?"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이 목소리라도 들려줄까요?"

난 그렇게 말하며 자고있는 아이의 뺨을 조금 쌔게 꼬집었다.
'으으으응....으으응!으..'

"잘 들리셨나요?"

"음.. 맞는거 같기도 한데."

"맞습니다. 제 요구사항을 들어준다면, 순순히 그쪽 자녀분을 풀어주도록 하겠습니다."

"아저씨, 이봐요."

"예?"

"저희 집이 부자라고 생각해서 납치한거에요?"

"그런건 상관없습니다. 당신이 돈을 구할수 있든 없든, 다음주까지 1억을 준비하세요."

"안그러면 어쩔껀데?"

"영영 볼 수 없으실껍니다."

"상관없는데?"

??

"뭐?"

"상관없다고."

"당신 아들을 못봐도 괜찮다는거죠?"

"1억이 니미..개새끼 이름도 아니고..장난하냐?"

"그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시면, 진짜 영영 못 보실겁니다."

"아니 그러니까, 아저씨.. 상관없다고요.
하 .참..
우리집 가난해. 그런 애새끼 하나 살릴려고 그런 돈 줄 생각 없어."

"그럼 어쩔 수 없죠. 다음주 쯤이면 해변가에서 다시 재회 하실 수도 있겠네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산에 묻을 생각이였다.

"아니 근데 애초에 아저씨.. 왜 이딴 산동네에서 그런거 하는겁니까?
우리가 사는 동네 씨발..딱봐도 그지새끼들 모여서 사는 곳아냐?"

"........"

"맞지? 맞잖아요. 씨발.. 기껏 재취직결정 나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이딴일로 통화나 하고있고..
아니 뭐 이런 산동네에서 그딴짓을 하고있어.
강남이나 가요 강남.
거기 강남애들 어? 부모들 돈 많을꺼 아니야.
그래 강남. 강남에서 학원 비싼 학원 다니는 애들 납치했음 좋겠네.
그리고 무슨 남자애를 납치하고 있습니까?
뭐 걔가 나이를 쳐먹어서 신장을 빼 팔아먹을 수 있는것도 아니고
집안일도 못하고 공부도 못하는 새끼 대려가서 어따 쓰겠다구요?
나같으면 차라리 여자애 납치했겠다. 하다못해 몸값받은 뒤에도 성매매같은데다 팔아먹으면 팔리겠구만."

"저기, 저기요. 제가 할말은 아닌데 당신 그러고도 이 애 아버지 맞습니까? 어떻게 인간성이 그렇게 더러우세요?"

"뭐? 인간성???
닌 미친.. 인간성 논하는 새끼가 남집아들을 납치해가?
걔한테 들어간 보험금이 얼만데 미친새끼가..
됐고, 죽이든 키우든 팔든 먹든 볶든 니알아서 해라. 이제 걔 내아들 안할테니까."

그 뒤 일방적으로 끊긴 통화 한통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는다.


그렇게 몇 십년이 지나고 공소시효도 지났을 참이지만
내 아들의 얼굴은 한번도 전단지에도 뉴스에도 나온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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