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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놀이
게시물ID : panic_859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헤알로
추천 : 6
조회수 : 195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1/28 22: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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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여보,밥을 했는데 물을 많이 넣어서 그런지 죽이 되버렸네.미안."

나는 죽이 되버린 그릇을 아내에게 내밀었다.아내는 그릇을 보고도 말이 없었다.나는 더욱더 미안해져 어쩔 줄 몰랐다.하룻밤사이에 아내가 이렇게 힘이 없어져버리다니.어제 난 분명히 퇴근후 아내와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간게 전부다.
그 뒤는 아이가 자기만 빼고 물감놀이를 하냐며 물감을 뒤집어쓰고 기다란 막대기같은 것을 들고 있었던 나에게 툴툴 거렸던 것과 아내는 물감을 뒤집어쓴채 누워서 미동도 없었던 것 외엔,기억이 나질 않는다.
 
 "물 많이 넣지 말라고 했는데 까먹어버렸네.다음엔 맛있게 해줄게.응?"

아내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나는 결국 그릇을 한쪽 구석으로 밀어넣고 아내를 껴안았다.허공만 멍하니 응시하고 있는 아내의 까칠한 얼굴을 만졌다.아내는 그저 내가 하는대로 몸을 맡길 뿐이었다.

 "여보,오늘 재민이가 유치원을 갔다오더니 여자친구가 생겼다네? 그 조그마한 녀석이 자기 키보다 작은 여자아이 손 잡고 노는 모습이 어찌나 찡하던지.나중에 커서 여자 여럿 울리겠어.하하."
 "....."
 "재민이가 당신을 닮아서 당근을 못먹더라고.그래서 카레에 늘 당근을 빼야 애가 먹더라.꽤 힘들텐데 그걸 일일이 다 해준 당신 정말 대단한 것 같아."

꽤 오랜시간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도 아내는 듣기만할뿐 별다른 말은 하지않았다.한참을 혼자 떠들던 나는 결국 아내를 눕혀주고 이불을 덮어주었다.덮어주던 나는 문득 이불이 붉은색인걸 알아챘다.어,아내는 늘 하얀 이불만 덮는데.게다가,이 비릿한 냄새는 뭐지? 여보,나증에 환기 좀 시켜야겠어.

아내가 편안히 잘 수 있도록 불을 꺼주고 방을 나오는데 아들이 거실에서 놀고있다가 나를 발견하고 들어왔다.

 "아빠!"
 "아들,뭐하고 있었어?"
 "그냥 놀구 있었어.엄마는?"
 "응,엄마 피곤해서 좀 잘거래.그러니까 엄마 잘 수 있도록 우리 조용히 놀자."

내 말에 아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아내방문 앞에 섰다.내가 왜 그러냐고 묻자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제 엄마 방안에 벽하구 문에 빨간색 물감이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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