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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게시물ID : panic_864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은빛미리내
추천 : 23
조회수 : 246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2/21 22:11:07
조그마한 시골동네....

정월대보름날 밤이되면 아이들은 참 바빴어

큰대접을 준비해서 동네 곳곳 집들을 돌아다니며 오곡밥과 찰밥을 얻으러 다녔거든

십수명의 아이들은 바가지며 냄비며 손에들고 우루루 몰려다니면서 밥을 얻으로 다녔지

언제부터 이런 풍습이 생겼는지는 몰라

아이들의 아버지들도 그랬었고 아버지들의 아버지들도 이렇게 했었다더라고

암튼 그렇게 집집마다 돌아다니면 아주머니들은 미리준비해둔 오곡밥과 나물들을 조금씩 담아주셨어

그러면 아이들은  "이집에는 복도 많네~"  라고 단체로 외치고 다른집으로 이동을 했지

물론 모든집들이 다 밥을 주는건 아니었어

시끄럽다고 가라고 하는 집들도 있었지

그럼 아이들은 "이집에는 복도 없네~"  라고 외치고 다른집으로 갔지

그렇게 동네 집들을 돌아다니다가 밥이 어느정도 모였다싶으면 큰다라이에 모은 밥과나물 그리고 고추장을 넣어서 섞었지

그때는 그렇게 먹던 밥이 왜그리 맛있던지

그렇게 배를 채운 아이들은 동네 쓰레기장을 뒤져서 깡통과 철사를 모았어

그리고 못과 돌맹이를 이용해서 깡통에 구멍을 촘촘히 뚫어 

그리고 양옆에 철사를 묶어서 손잡이를 만든다음 구멍뚫린 깡통안에 나무를 넣어서 불을 붙이지

그리고는 막 돌리는거야

그럼 깡통에 뚫어놓은 구멍속으로 바람이 들어가면서 "웅~~웅~~" 소리를 내며 불이 잘붙었어

십수명의 아이들이 큰 보름달안에서 뻘건 불이붙은 깡통을 돌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지

어른 들도 그날만은 불장난한다고 그누구도 뭐라고 하지않았어

그리고 다놀았다 싶으면 아이들은 마을앞 바닷가로 가서 불붙은 깡통을 바다로 날려보냈지

불붙은 깡통들은 긴 불꽃꼬리를 남기며 포물선으로 날아가 바다로 "쉭~~~~" 소리를 내며 빠져서 사그라 들었지

그런데 그럴때가 있었어

분명 바다로 떨어져서 꺼져야할 불들이 꺼지지않고 공중에 둥둥 떠있는거야

그 불들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그 불색깔도 이상했어

분명 아이들이 날려보내는 불빛들은 빨간불색인데 공중에 떠있는 그불빛들은 파란불색인거야

그렇게 둥둥 떠있던 파란불들은 어느새 하나 둘 숫자가 늘어나서 나중에는 셀수도 없을정도로 늘어나

그리고는 아이들을 향해 날아오지

그럼 아이들은 "으아~~~~도깨비불이다~"  라고 소리치며 동네로 달려갔어

그러면 그 파란불들도 아이들을 따라 동네 어귀까지 왔다가 동네 당산나무 앞에서 더이상 들어오지 못하고 둥둥 떠있어

아이들은 당산나무 아래에서 그러고 있는 파란불들을 보며 놀려대고는했지

나중에 어른들에게 물어보면 아이들이 불놀이 하는게 재밌어보였던 도깨비들이 하나둘씩 같이 놀자며 모여드는거래

그리고 불놀이가 끝나면 더놀고 싶은 도깨비들이 아이들에게 더놀자며 달려드는거래

근데 그렇게 도깨비불에 홀려들게된 아이들은 넋이나가서 도깨비불을 따라가다가 바다에 빠지거나 절벽에서 떨어져서 죽거나 다치고는 했데

그래서 어른들은 동네 어귀앞 당산나무에 제를 모셔서 동네 아이들을 지켜주는 수호령을 모셨어

도깨비보다 단계가 높은 령을 모셔서 도깨비들이 그 수호령이 무서워서 동네까지는 못들어오는 거였어

그리고 다음날이 되면 동네 바닷가에는 못쓰는 다닳은 수수로만든 빗자루나 싸리빗자루 다낡은 채 나 키들이 떠밀려와 있었데....

어른들 말로는 도깨비들이 깡통들을 건져서 가지고놀라고 하다가 물에 빠져서 이렇게 변한거라 하더라고...

만약에 정월대보름날 밤에 공중에 둥둥 떠있는 파란불을 보면 신기하다고 계속쳐다보지말고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야해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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