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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4월의 감옥 <BGM>
게시물ID : panic_871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13
조회수 : 136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4/10 15: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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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s70a8
 
 
피고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나의 길고도 짧았던 25년의 인생은 이렇게 시한부를 선고받았다.
 
 
 
나는 친아버지를 죽였다.
 
기억나는 것만 해도 20년간 난 아버지에게 맞고, 온갖 폭언을 들으며 살아왔다.
 
살면서 잠이란 것도 제대로 자본적이 없었다. 항상 악몽이었다.
 
중학교때 나는 도피처를 찾았다.
 
그림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그림에 열중했다.
 
집에 들어가지 않고 스케치북에 풍경을 그리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자 안식이 되었다.
 
어느날 집에 돌아오니 숨겨놨던 화구들이 사라졌다.
 
서둘러 스케치북을 찾아봤지만 모든 스케치북들은 사라져 있었다.
 
아버지는 그날 밤, 남자로 태어나서 그림 따위를 그리는것이 아니라고 했다.
 
20년간을 참아온 것이 무색하게 나는 아버지를 죽여버렸다.
 
 
 
시간은 빠르게만 흘러갔다.
 
감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그마한 창살 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눈이 내렸다가, 살이 에는 바람이 불더니 어느새 따뜻해졌다.
 
작은 창살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아름다웠다.
 
감옥에 있다해도 나는 내 그림들이 사라진 날부터 아무런 생각 없이 살고 있었다.
 
심지어 사형 집행일이 오늘 저녁이라고 해도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만 갔다.
 
마지막 점심을 간수가 던져주고 나는 빵을 씹어먹고 있었다.
 
갑자기 타닥 소리가 나더니 조그만 생쥐 한마리가 내옆에서 튀어나왔다.
 
생쥐는 내 발밑을 빙글빙글 돌았다.
 
찌익찌익 소리에 내심 불쾌함을 느꼈다.
 
마지막 점심 정도는 조용하게 먹고 싶었다.
 
휘휘 거리며 쥐를 내쫒았지만 어느새 쥐는 다시 돌아와 발밑을 빙글빙글 돌았다.
 
어쩔수 없이 나는 내 인생 마지막인 남은 빵을 던져주었다.
 
생쥐를 바라보다 차가운 바닥에 누웠다.
 
차가운 바닥이었다.
 
4월이 되었다고 해도 정말 차가운 바닥이었다.
 
혼자 있는 잿빛 감옥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하지만 작은 창에서 내리쬐는 햇살은 따스했다.
 
돌연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벚꽃잎 한송이가 살리이며 들어왔다.
 
문득 20년의 세월이 떠올랐다.
 
무심코 웃고 말았다.
 
앞으로 3시간 뒤면 죽을 시한부임에도 눈물이 날정도로 웃었다.
 
생쥐는 갈갈거리며 빵을 갉아 먹고 있었고, 봄바람은 따스하게 불어왔다.
 
기분좋은 꽃향기가 들어오는 4월의 감옥은 20년의 인생보다 아늑했다.
 
나는 찌익찌익 소리를 들으며 처음으로 행복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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