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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보은
게시물ID : panic_875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슈크림빠앙
추천 : 39
조회수 : 4217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6/04/27 01: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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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조선시대 신분사회의 모순으로 고통받던 여인들을 생각하며 글을 써봤어요. 
일곱번째 이야기 입니다.
 
" 오늘은 또 무슨 일로 야단을 맞은 게야? "
 
마을 사람들은 처마 밑에 웅크려 앉아 울고 있는 유진을 보며 혀를 차고는 했다. 유진은 항상 뚜렷한 이유도 없이 계모의
학대를 받으면서 말이나 소처럼 힘들게 일을 했다.
 
" 어린 것을 어떻게 소처럼 일을 시켜? "
 
" 그러게 말이야. 저러다가 천벌을 받지. 밥은 먹었어? "
 
마을 사람들은 유진의 처지를 딱하게 여겨 집에 데려다가 밥을 먹여주고 옷을 주고는 했다. 그러나 유진은 한마디 원망하는
일도 없이 큰 눈으로 푸른 하늘을 쳐다보면서 노래를 지어 불렀다. 유진은 비록 어리고 가난한 촌민 집안의 딸이었으나
노래를 좋아했다.
 
유진은 17세가 되자 인근 마을의 김규리라는 13세 소년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다.
 
" 유진이 시집을 가면 계모에게 구박 받는 일은 없을 거야. "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처지를 측은하게 여겼기 때문에 따듯하게 위로하면서 혼례를 축복해 주었다. 유진은 수줍은 듯이
얼굴을 붉히며 웃을 뿐이었다. 유진은 아름다운 소녀였다.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이니 혼례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고
자신과 평생 동고동락할 신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유진은 혼례를 치루고 시가에서 살게 되었다. 신랑이 불과 13세였기 때문에 애틋한 부부지정을 나누지는 못했다. 신랑
김규리는 무뢰배처럼 포악한 자였기 때문에 유진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그는 걸핏하면 유진에게 주먹질을 하고 발길로
내질렀다.
 
" 나는 니년이 싫으니 친정으로 돌아가라! "
 
김규리는 눈을 부릅뜨고 유진에게 주먹질을 했다. 유진은 김규리에게 매를 맞고 울기만 할 뿐이었다. 신랑이 어려서 철이
없어서 저럴거라며 유진은 신랑이 나이가 들면 나아지겠거니 하고 생각하면서 매질을 견뎌냈다. 시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규리는 유진에게 계속 행패를 부렸다. 밥을 하면 질다거나 모래가 섞였다 하며 밥상을 뒤엎고, 옷을 지으면
맞지 않는다거나 바느질이 잘못되었다고 우악스럽게 발길질을 해댔다. 유진의 여윈 몸은 언제나 푸른 멍이 들어 있었다.
 
유진은 3년 동안이나 김규리에게 온갖 학대를 받았다. 김규리의 성격이 포악하여 시집 식구들도 그를 제어하지 못했던 것이다.
유진은 김규리에게 매를 맞을 때마다 하늘을 쳐다보고 울었다. 김규리의 나이가 16세가 되자 덩치가 커져서 주먹질이며
발길질이 더욱 사나워졌다. 유진은 김규리에게 매를 맞다가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자 친정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김규리의
학대를 참고 있다가는 매를 맞아서 죽을 것 같았다.
 
" 너는 출가외인인데 어찌 시집에서 죽지 않고 친정으로 돌아왔느냐? "
 
친정아버지는 유진이 온갖 학대를 받았는데도 시가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 신랑이 걸핏하면 때려요. 신랑이 무서워서 돌아갈 수가 없어요. "
 
유진은 친정아버지에게 김규리의 무자비한 폭력을 견딜 수 없다고 호소했다.
 
" 신랑에게 맞아 죽어도 그 집 귀신이 되어라! "
 
친정아버지가 차갑게 말했다. 유진은 아버지의 냉대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 너는 시집을 갔으니 우리 식구가 아니다. 너에게 먹을 것도 줄 수 없다. "
 
친정아버지는 유진에게 밥조차 주지 않았다. 
 
친정에서도 냉대를 받은 유진은 자신의 신세가 서글퍼졌다. 유진은 외삼촌이라면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외삼촌을 찾아갔다. 조선시대에 시골의 살림살이는 더욱 궁색했다. 유진의 외삼촌은 조카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으나 딱히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 시집가서 그토록 박대하니 개가를 하는 것이 어떠냐? "
 
외삼촌은 유진에게 개가를 하라고 권했다.
 
" 여자가 한 번 시집을 가면 그만이지 어찌 두 번 시집을 가란 말입니까? "
 
유진은 울면서 외삼촌의 제안을 거절했다. 조선시대에 개가를 하는 것은 자신이나 가족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이었다. 유진은 외삼촌
집에도 오래 머물지 못하고 친정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친정에서도 계모의 구박이 심해 하루도 머물지 못하고 작은아버지를 찾아갔다.
 
" 김가는 성정이 포악하다. 그러니 개가를 해서 너의 일생을 안락하게 살아라. "
 
작은아버지도 유진에게 개가할 것을 권했으나, 유진은 작은아버지의 권고도 거절했다. 개가를 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집안까지도
손가락질을 받기 때문이다. 작은아버지의 집도 살림살이가 궁색한건 마찬가지라 유진은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이년이! 출가외인이 왜 친정에 계속 오는 거야? 한 번 시집을 갔으면 시집 문안에서 죽어야 한다는 것을 몰라? 어서 돌아가라! "
 
친정아버지 마저 유진을 냉대하자 계모는 유진을 더욱 잔혹하게 학대하였고 도저히 친정에서 지낼 수 없었다. 유진은 친정에서도
머물 수 없게되자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다시 시가를 찾았다.
 
" 이 잡년이 친정에 갔으면 그만이지 왜 돌아오는 거야! 이 개같은년! "
 
김규리는 유진을 보자마자 다짜고짜 주먹질을 하고 쓰러진 유진을 발로 짖밟았다. 유진은 김규리에게 무수히 매를 맞고 소리를
죽여 울었다. 그후로도 김규리의 폭력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 더해만 갔다. 유진은 김규리의 매가 그치면 집에서 키우는 개,돼지만도
못한 자신의 부박한 생을 한탄했다.
 
" 네가 이러다가 맞아 죽을지 모르니 친정으로 돌아가라. "
 
시아버지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혀를 차면서 말했다.
 
" 아버님, 친정에서도 저를 반겨주지 않습니다. 저는 어디로 가야 한다는 말입니까... "
 
유진은 시아버지 앞에서 목을 놓아 울었다.
 
" 집에서 여자가 맞아 죽어 나가면 재수가 없으니 당장 친정으로 돌아가라! "
 
" 아버님, 제가 보기 싫으시면 집 뒤에 움막이라도 지어 죽을 때까지 살게 해주세요... "
 
유진은 목이 메어 울었다. 그러나 시부모는 유진에게 움막을 지어주지 않았다. 유진은 김규리가 몽둥이까지 휘두르자 결국
시집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보따리 하나를 들고 시집에서 나왔으나 유진은 갈 곳이 없었다. 그녀는 선산의 산과 들을 방황했다.
 
" 천지는 이렇게 넓으나 내 한몸 어디 가서 쉴 곳이 없구나... "
 
유진은 자신의 신세가 너무나 처량하여 풀숲에 쪼그리고 않아서 울었다. 생각해 보니 자신의 짧은 생이 너무나 서글펐다. 생모를
잃은 뒤에 계모로부터 온갖 구박을 받은 일, 시집가서 매를 맞으면서 살아온 지난 3년을 생각하자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 기구하고 기구하여라... 이렇게 살 바에야 죽는 것만 못하구나... "
 
유진은 자살을 하기 위해 낙동강 강기슭에 있는 길재의 지주중류비를 찾아갔다. 지주중류비 앞에 이르자 유유하게 흐르는 낙동강의
푸른 물결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치마를 뒤집어쓰고 강물에 몸을 던지면 고통 없이 세상을 하직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모질지 않으면 안 된다. 유진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살을 머뭇거렸다. 그때 한 인근에서 올가미에
걸려 울고 있는 얼룩 고양이를 만났다.
 
" 이미 몸을 허락하여 개가할 수 없는 나와 처지가 같아 보이는구나... "
 
유진은 조심스럽게 고양이의 몸을 조이는 올가미를 풀어주며 자신이 시집과 친정에서 학대 받은 고양이에게 하소연 했다. 
고양이가 눈을 깜박이면서 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은 처연하게 웃으면서 고양이를 쓰다듬어주었다.
 
" 홀로 외롭게 가지 않게 해줘서 고맙구나. 네가 이 물가에 와서 울면 내가 마땅히 나와서 반길 것이니,
파도 치는 곳을 보면 그것이 나의 혼백인 줄 알렴... " 
 
유진은 고양이에게 그렇게 말하고 가발과 짚신을 묶어 내려놓고는 저고리를 벗어 얼굴을 가리고 물에 뛰어들어 죽었다.
고양이가 가발과 짚신을 물고 유진의 친정집에 갔다. 친정아버지가 그것을 보고 깜짝 놀라 허겁지겁 달려가 강가를 오르내리면서
시체를 찾았으나 14일이 지나도록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기이하게 유진의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자마자 시체가 물위로 떠올랐다.
 
" 유진이 친정아버지를 보고 싶지 않은 게야.... "
 
마을 사람들이 유진의 시체를 건진 뒤에 장사를 지내면서 탄식했다. 유진이 구해준 얼룩 고양이도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그날 밤 고양이는 유진의 시댁을 찾아가 잠들어 있는 김규리에게 살며시 다가가 그의 눈을 파먹었다. 
김규리는 눈이 불타는듯한 고통을 느끼고 벌떡 일어났다. 느닷없는 고통에 신음하는 김규리를 약올리기라도 하듯이 고양이는
김규리 주변을 뛰어 다니며 울었다. 분노에 가득 찬 김규리는 더듬거리며 몽둥이를 찾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소리쳤다.
 
" 야옹- 야옹- "
 
" 으아아아아악!!! 김유진 이 망한여편네!! 왜 나와보질않는게야!! "
 
김규리의 비명소리에 유진의 시아버지가 달려왔다. 시아버지는 눈이 먼 김규리가 마구잡이로 휘두룬 몽둥이에 머리를 맞고 죽었다.
김규리는 몽둥이를 휘두르며 고양이 울음 소리를 따라가다 유진이 뛰어들어 죽은 낙동강에 빠져죽었다. 
 
" 야옹-  "
 
낙동강에 유난히 푸른 물결이 아릅답게 일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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