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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그네 끈
게시물ID : panic_882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2
조회수 : 1943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6/01 22:33:39
그네 끈

어릴 때, 가끔 놀러가던 신사가 있었다.
집에서 1키로 정도 떨어진 산기슭에 있는 작은 신사였다.
신사에는 대체로 인기척도 없고, 조용했다.
신사 옆에는 작은 수풀이 있었는데,
그 수풀 나무 줄기가 늘어진 게 마침 그네처럼 된 곳이 있었다.
나무 줄기라서 흔들리는 폭이 좁긴 했지만,
자연이 만든 그네라는 만화같은 그 곳은 어린 마음에 흥미를 일으켰다.
이웃 아이들도 그것 때문에 가끔 그 신사로 가곤 했다.

어느 날 그 곳으로 혼자 갔다.
왜 혼자 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놀자고 찾아갔지만 애들이 집에 없었던 것 같다.

신사 안은 평소처럼 손질은 되어 있었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옆의 수풀로 들어가서 줄기 그네로 가려던 때, 이상한 게 보였다.
사람의 얼굴. 이상하리만치 새하얀 얼굴이 그네 조금 앞에 있었다.
수영장에 누워 위를 향한 데다 얼굴만 물밖으로 나와있는 상태를 떠올려주길 바란다.
딱 그런 모양새로 얼굴만 위로 향해 지면 위에 올라와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얼굴을 바라봤다.
가면인가? 만든 것 같아 보이진 않는데.
꽤 깔끔한 인상이었던 것 같다. 여자였다면 미인이라 여겨질 정도로.
그 눈은 하늘만을 올곧게 바라보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과,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며 나는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곧 도망치는 토끼처럼 튀었다.
눈이 갑자기 빙그르르 움직여서 날 쳐다봤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나는 거기 가지 않았다.

실제로 누군가가 묻혀 있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지면에는 나무 뿌리가 얽혀 있어서 파기 어려운 곳이다.
(우리 집 정원이 딱 그런 상태였는데, 자고를 만들 때 파엎었다)
정말 파내려면 장정 몇 명이 파내서 묻어야 한다.
무얼 위해서?
촬영 같은 걸 했더라면 작은 시골이라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을 거다.
장난 같은 거면 너무 수고스럽지 않은가.
하루 종일 기다려도 아무도 안 올 수도 있는 곳이었으니까.

게다가 그 얼굴 말이다.
고생해서 파묻혀서 꾹 참으며 누군가 오길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이 전연 들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하늘만 바라보고 있던, 이상하리만치 예쁜 그 얼굴.
그건 파묻힌 게 아니라 지면에서 떠오른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몇 년 전, 한 20년만에 다시 그곳을 찾았다.
나무 줄기 그네는 늘어져서 땅에 닿아 있었고, 이제 그네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46860226.html#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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