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단편] 비
게시물ID : panic_882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11
조회수 : 94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6/02 00:27:30
옵션
  • 창작글
옥에서 곡소리가 구슬프게 흘러나왔다.

사실 이 나라의 감옥에서 간수로써 일하다보면 이런 경우는 자주 겪게 된다.
옥이라는게 사실 나랏살이 팔아먹는 놈들이 아닌, 그들의 발에 채인 돌맹이들이나 오는 곳이었다.
그러다보니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죄수 0108번은 나랑 친한 죄수였다.
사실 간수의 입장에서 그런 행동은 용서받지 못하지만 나는 원래 이일에 자부심따윈 갖고 있지 않았다.

죄수 0108번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원래 간수라는 명목으로 태어난 인간이었기에 바깥세상은 티비나 작디 작은 철창 밖으로나 보아왔다.
죄수 0108번은 바깥세상에 바다라는 것, 산이라는 것, 달,별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말고도 썩은 상층부에 대항하다 이곳에 들어왔다라든지, 아이들이 얼마나 귀여운지를 즐거운 표정으로 말하는 사람이었다.

능글맞게 말하는 모습은 그냥 아저씨같았다.
정말, 나에게 있어선 옆집 아저씨같은 존재였다.

어느날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편지 하나를 건냈다.
편지는 유서였다.
그는 사실 이미 이곳이 들어오면 살아서 못나가는 곳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전해달라 했다.
아이들을 위하여, 나를 위하여 한번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오늘 그는 처형당했다.
이제 나는 다시 죄수 0108번을 말할 일이 없어졌다.
하늘에서 비가 주륵주륵하며 내리는 날이었다.

천진난만한 꼬마 아이들이 뛰어다녔다.
귀여운, 아직 세상을 모르는 그런 아이들이었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 편지 한장을 쥐어주곤 곡소리에 묻힌 그 장소를 떠났다.

그날 밤, 간수의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었다.
고요한 옥은 차가운 공기만이 남았다.
어느새 비가 걷히고 밖은 맑은 어두움에 잠겨있었다.

돌연 밖이 밝아졌다.
새하얀 보름달이 하늘에 떠있었다.
돌연 비구름이 끼었다.
갈곳없이 맴돌던 비구름은 슬쩍 나를 기대왔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날, 갈곳없는 눈물은 세멘바닥을 적셨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