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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스압] 등대 2화.
게시물ID : panic_882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홍염의포르테
추천 : 13
조회수 : 138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6/03 12: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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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잠깐…….”

나와 하늘이는 전태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뒷말을 잇지 못하고, 몸을 떨어 대더니 이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당황한 나는 재빨리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그러나 그는 내 말에 대답하는 게 아니라,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서는 떨리는 손으로 문안을 가리키며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저……. 저기…….”

나는 일단 몸을 떨어대는 그를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에 하늘이와 함께 그를 옆으로 끌어내고는 말했다.

“진정해요. 도대체 문안에 뭐가 있었길래…….”

그는 내 말이 들리지도 않는 듯 그저 떨리는 손으로 문을 가리켰다.

도대체 그 안에 무엇이 있었길래 방금 전까지 멀쩡하던 남자가 이렇게까지…….

나는 소녀에게 전태성을 맡기고는 등대의 문 앞으로 걸어가 살짝 열려있는 문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천천히 움켜쥔 손을 잡아당겼다.

아……. .

머리……. 머리가 보인다.

진득한 피비린내가, 시체의 악취가.

내 숨을 내 목을 죄어온다.

잔인한 참상이 내 시야를 검붉게 물들인다.

검붉은 핏더미, 아니 고깃더미, 시체 위에 있는 여자의 얼굴이 피눈물을 흘린다.

아래에 있는 고깃더미에서 삐져 나온 손가락이 분홍색의 매니큐어가 빛나는 그 손가락 하나만이 그 머리 아래의 고깃더미가 그녀의 시체임을 증명했다.

나는 홀린 듯이 그 손가락 끝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있는 힘껏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한 손으로 벽을 짚은 채 구역질했다. 잔인하고도 기괴했던 참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시야가 아직도 붉게 물들어져 있는 듯한 환각이, 방금 전의 잔상이 나를 괴롭힌다.

“우웨엑……. 쿨럭. 쿨럭.”

몇 번을 토하고 나서야 나는 제정신을 차리고 주저앉았다.

“하아…….”

절로 한숨이 새어 나온다. 몇 번을 토하고 나니 코와 목을 자극하는 쓰라린 위액이 오히려 제정신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절로 욕이 나온다.

“제기랄.”

고개를 돌려보니, 남자는 옆에 있는 하늘이 덕분인지 좀 진정한 듯 보였다. 그의 이름이 뭐였지? 전……. 모르겠다. 하늘이는 다행히도 저 광경을 보지 못한 듯, 멀쩡해 보였다.

“어이?”

뒤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을 바라보니. 건장한 근육질의 남자와 중년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그 남자에게 말을 걸려고 했으나, 그 때 앞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바로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그쪽에는 짧은 스포츠형 머리를 한 건장한 근육질 남자와 머리가 좀 하얗게 되어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남자가 서있었다.

나이가 나보다 대여섯 정도 많아 보이는 스포츠 머리를 한 남자는 내가 당황하여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나에게 다가와 토한 자국을 보고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크음……. 너 괜찮냐? 무슨 일이야?”

“어디 아픈 데라도 있나? 저기 저 청년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는데.”

중년인은 전태성을 흘끗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저기…….”

내가 간신히 말을 이으려고 했으나, 앞에 있던 남자가 나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그것보다 여자 한 명 못 봤냐? 등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색머리에 나이는 이십대 중반정도 되는데…….”

여자? 여기서 본 여자는 하늘이 뿐이다.

나는 그것보단 문 안쪽의 시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

“아뇨……. 그것보단 그. .”

내가 시체에 대해 말하려했으나, 그는 아니라는 대답을 듣자마자 전태성 쪽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에 중년인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 저 친구도 성격 참 급하군. 그래서 자네, 몸은 괜찮나?”

“네……. 근데 저 사람하곤 아시는 사이입니까?”

“오늘 아침에나 만난 사이지, 배에서 몇 번인가 보긴 했지만…….”

“배에서…….”

배에 저 남자도 있었던가? 여자. 여자하고 같이 있던 남자가 있었긴 했는데…….

“그래서 아까 하려던 말이 뭔가?”

“그게……. 등대 안에 여자의……. !”

중년인의 말에 대답하다 무언가 깨달은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하늘이가 문을 가리키고 있고, 남자는 문을 열고 있었다. 불안한 예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기에 나는 그를 향해 소리쳤다.

“열지 마!”

중년인은 뭐라고 말하려다가 내가 소리 지른 것에 당황하여 일순 입을 다물었다. 남자도 내 말에 문을 열던 것을 멈추었으나, 그것도 잠시일 뿐 나에게 역으로 소리쳤다.

“너 나 알아? 니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아뇨.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뭔데!”

“자네, 좀 진정해! 싸워서 좋을 거 없지 않나!”

나는 손을 들어 중년인을 말리고는 그에게 말했다.

“안에 시체가…….”

“시체?”

그는 내 말을 끊고는 시체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걸 말하듯 문을 열어 재꼈다.

“흡.”

그는 생각보다 안의 광경이 참혹했는지 숨을 집어삼켰으나, 물러서지 않고 안으로 계속 들어갔다. 나는 별다른 반응이 없는 그의 모습에 내 불안한 예감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어 안도했으나 그 순간 그가 소리쳤다.

“세영아!”

“…….제기랄.”

“무슨…….”

나는 조심스럽게 문으로 다가가 안을 살며시 들여다봤다. 그곳엔 남자가 피칠갑을 한 채 그것을, 아니 그녀의 머리를 껴안고는 울고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계속 보기 힘들어 문을 닫고는 주저앉았다. 그러자 중년인이 나에게 떠듬떠듬 물었다.

“방금……. 그건 도대체 뭔가?”

“고깃더미, 아니… 남자가 찾던여자. 여자의 시체인 같습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깃더미라는 표현을 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어 여자의 시체라고 바로 정정했다.

그래. 여자의 시체였다. 남자와 함께 배를 탔던……. 여기 이 사람들도 배에 탔었고, 저 소녀와 전태성도……. 그리고 나까지 모두 배에 있던 사람들이다. 어떻게 모두가 이 섬으로 올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물며 그 폭풍우 속에서. 우연일까? 그러기엔……. 누군가가 누군가를 저렇게 죽여 놓은 게 마음에 걸린다. 그것도 그 밤사이에 말이다.

제기랄. 머리가 아파온다.

“하아…….”

한숨만이 입을 비집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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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핏빛으로 물들었던 참상이 눈앞에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린다. 그 속에서 시체더미위의 그 머리가 입을 벌린 채 웃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 순간 문소리가 쾅하고 크게 울렸다. 내가 그 소리에 고개를 들자. 핏빛의 아지랑이가 같이 흔들리며 구토감이 올라온다. 나는 간신히 구토 감을 참으며 고개를 들고 앞을 보았다. 문에서 피……. 피투성이인!

살인마! 살인마다.

나는 피투성이인 그 살인마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며 중얼거렸다.

“피… 피…….”

그 살인마는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뒤로 물러서는 내 모습을 보고는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그 모습에 뒤로 넘어지기까지 했지만 뭐라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고, 그 붉은빛에 한 단어만 반복했다.

“피! !”

“니 새끼지! 니 새끼가 그랬지!”

피칠 갑이 된 살인마가 넘어진 나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흔들며 뭐라고 소리치지만 뭐라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저 그의 몸에 묻은 피가 나를 덮치며 내 시야가 아까처럼 다시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컥! . !”

---! --!”

살인귀가 무언가 외친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그저 목이 막히고, 피로 물들어버린 세상이 날 미치게 만들 것만 같다.

--! ……!”

--!”

갑자기 다른 목소리가 합류하며 살인마가 나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 -!”

세상이 흔들린다. 피로 물들었던 세상이 흔들리며 원래의 색을 되찾는다. 아니, 내 몸이 흔들린다. 누군가 나의 몸을 흔들며 소리친다.

--찮아요? 오빠?”

어느 정도 정신이 들어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하늘이가 내 몸을 흔들며 말하는 게 보인다. 나는 내 몸에 묻어버린 피를 닦아내며 다급해 보이는 하늘이를 진정 시키기 위해 말했다.

“어… 괜찮아. 그것보다…”

“네?”

그나마 몸에 묻은 피를 어느 정도 닦아내자 조금 진정이 된 나는 내 생각이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져 하늘이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저 남자는 살인마야?”

“아뇨……. 오히려 피해자같던데요.”

“그럼 저 피는…….”

나는 한손으로는 피를 여전히 닦아내며, 다른 손으로 남자를 가리키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하늘이는 등대를 눈짓하며 대답했다.

“저 안에 들어가더니, 저 상태로 나왔어요. 그 안에 있는 시체가 아는 사람이었나 봐요.”

“후우...”

하늘이의 말을 듣고 피투성이인 남자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중년인이 그를 진정 시키고 있었고, 이호철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괜찮아요?”

“네... 그나마...”

나는 그가 다가오고 나서도 계속해서 내 몸에 묻어버린 피를 광적으로 닦아내며 대답했다. 그러지 않으면 다시 그 광경이 떠올라 나를 삼켜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그런데 저 사람들은 누굽니까?”

“아. 저분들도 배에 탔던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나는 그의 말을 듣고는 다시 시선을 돌리다 살짝 열려있는 문을 보고는 홀린 듯이 그곳을 바라보았다. 붉은 광경이 있는 그곳을.

열린 틈 사이로 피눈물을 흘리는 여자의 웃는 얼굴이 나와 눈이 마주친다. 여기까지 날 리가 없는 피 냄새가 나를 휘감는다. 핏더미에서 웃는 그녀의 눈빛이, 그녀의 미소가 나를 굳혀버린다. 그 붉은 광경이 나를 집어삼킨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죽은, 그것도 저렇게 처참하게 죽은 사람이 웃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잘못 본 거다.

나는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을 억지로 찍어 누르며, 그녀의 입을 주시했다. 웃고 있는 그 입을…….

순간 작은 불빛이 내 눈을 스쳤다. 그 파란 빛을 보고선 깨달았다.

저건, 그녀의 입안에 하얗게 빛나는 건 치아가 아니라 하얀색 전자기기가 입에 물려있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

“괜찮아요?”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한 손으로 문안을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기. 여자의 입에 뭔가가… 마치 웃는 거처럼… 우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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