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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스압] 등대 8화
게시물ID : panic_883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홍염의포르테
추천 : 15
조회수 : 122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6/06 10: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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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http://todayhumor.com/?panic_88291

1화. http://todayhumor.com/?panic_88292

2화. http://todayhumor.com/?panic_88293

3화. http://todayhumor.com/?panic_88298

4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19
5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24
6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37
7화. http://todayhumor.com/?panic_88342

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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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막을 찢을듯한 싸이렌 소리에 뒤늦게 일어나 귀를 막아보았지만, 이미 그때에는 싸이렌 소리가 멈춘 뒤였다. 갑자기 무슨... 그보다 여긴...

“으윽.”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온몸이 쑤셔왔다. 눈을 떠보니 침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년인과 전태성의 모습이 보인다. . ‘3-4’. 방안이다. 시계를 보니 8. 그래 여긴... 등대였다.

나는 몸 이곳저곳이 쑤시는 와중에도 억지로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자다가 침대 아래로 떨어졌던 걸까? 아니, 그게 아니라 갑작스럽게 흘러나오는 연기로 인해 놀라 일어났다가 그대로 잠든 탓인 듯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잠에서 깨어 일어나고 있었다.

김주성, 김재영, 전태성, 한지혜, 진하늘... 모두 무사하다. 무사히 하룻밤이 지나갔다.

정말 다행이었다.

“하아... 모두 무사히 지나갔네요. 아니 무사하네요.”

긴장감이 풀려서일까 말까지 꼬인다.

“정말 다행이네요. 연기가 흘러나올 때, 또 무슨 일이 생기나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냥 잠만 재우는 거였나 봐요.”

“자리를 잡으라는 게 이런 소리일 줄은... 온몸이 배겼어요.”

“그래도 살아있는 게 어딘가?”

그건 그렇다. 다행히 모두 무사했다. 다만 범인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짐작되는 것이라고는 어제 전태성이 말을 꺼냈던 이 가운데 범인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 뿐. 그 이외에는 계속해서 혼자 행동하는 김주성과 김재영이 의심스럽다는 한지혜의 말이었다. 그러나 나로서는 김주성이 어제 나에게 말했던 것처럼 가장 늦게 합류한 그리고 그 타이밍이 너무 좋았던 한지혜가 의심스럽기도 했다.

“일단 아침부터 먹도록 하지. 나하고 누가 가겠나?”

“제가 가죠.”

나는 마침 김주성이 일어나서 말하는 것을 보고는 나도 따라서 일어났다. 그를 따라가면서 이야기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무언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나가지.”

김주성이 손짓을 하며 먼저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의 뒤를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사실 나는 김재영을 의심하고 있지 않았다. 어제 하루 종일 그 상태로 있었는데, 그가 범인일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첫번째 희생자와 그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럴 수 없다고. 하지만 이것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한지혜였다. 혹시 모르지 않냐고. 그렇다면 김재영이 어제 했던 모든 행동은 연기였던 걸까. 행동이 없었던 이유도, 굳이 할 필요가 없기 때...

.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앞에서 가던 김주성과 부딪혔다. 김주성이 앞에서 멈춰선 탓이다. 나는 당황하여 한걸음 물러서고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김주성이 계단 앞에서 멈춰 서있었다.

뭐지?

“무슨 일 있습니까?”

“저건. 처형대인가?”

“예?”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나는 김주성의 팔을 따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등대의 중심부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사람을 고정시킬 수 있어 보이는... 김주성의 말대로 처형대가 보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저런 건 없었는데...

“내려가 보죠.”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갈 때마다, 처형대의 모습이 점점 자세히 보였다. 마치 십자가의 형상을 본뜬 듯한 모습이었는데, 정확히는 다리 부분이 두개로 나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끝 부분에는 손목과 발목를 고정 시킬 수 있어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몸과 목 부분에도 쇠로 고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어제 보았던 것과 똑같은 mp3가 그 중심에 놓여있었다.

“또 저 거군요.”

“크흠.”

“일단 이건... 이따가 같이 들어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지.”

여기엔 또 뭐가 있는 거지?

 

----------------

 

“그래서 태성씨는 누가 범인 같아요?”

“네?”

갑자기 무슨 정신 나간 소리지? 아니, 물론 지금은 우리 중에서 범인을 찾아내긴 해야 하지만, 이걸 지금 그것도 다 있는 자리... 중년인과 그 남자가 없긴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니지 않나? 이런 말은 단 둘이 있을 때나 몰래 이야기 할 것 아닌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이런 말을 해봤자, 사실대로 말하지도 못하고 사실대로 말한다 치더라도 싸우기나 할 텐데.

“솔직히 태성씨도 의심가는 사람 있죠?”

...”

의심이 가는 사람이라면... 어차피 범인은5명 중에 있을 테고, 내가 가장 의심되는 건 소녀나 중년인, 그리고 이 여자다. 여자가 얼굴을 들이밀며 집요하게 한번 더 물었다.

“있죠?”

... 그 아저씨나, 저 애... 그리고 당신 정도...”

나는 그녀가 부담스러워 얼굴을 살짝 뒤로 당기며 어물거리듯 나도 모르게 대답했다. 실수다. 본심을 그대로 말해버렸다.

“저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여자가 눈을 크게 뜨며 사나운 눈빛으로 말했다.

? 왜냐고 물어보면...

“그... 글쎄요. 그럼 그 쪽은 누굴 의심하는데요?”

“흐응... 태성씨 마음에 안드는데요. 저는 아저씨랑 저 남자. 그리고 태성씨요.”

한지혜가 먼저 두 명을 손에 꼽고는 망설이는 척하더니,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마지막으로 나를 지목했다.

지금 나랑 장난 치자는 건가?

“전 왜요?”

“글쎄요?”

...”

. 진정하자. 진심으로 여자를 때려보고 싶은 기분이 든 건 처음이었다. 그래. 나도 뭐라 제대로 대답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내가 화낼 게 아니다. 화낸다고 무언가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태성씨가 먼저 그랬잖아요.”

“아니. ...”

젠장. 역시 할 말이 없다. 다른 사람들은 뭐하는 거지? 김재영은 멍하니 앉아있었고, 소녀는...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저는 왜요?”

...”

... 잊고 있었다. 뭐라고 말하지? 사면초가다. 뭔가 둘러댈 말이라도 없나? 솔직히 말해볼까.

그때 중년인과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나는 소녀를 무시하고 그 둘을 반겼다.

“아. 오셨습니까?”

“예. 일단 다들 앉으시죠. 이야기 할 게 있습니다.”

“무슨...”

1층에 mp3가 있었습니다.”

남자가 상자를 내려놓고 mp3를 꺼내 흔들며 말했다. 어제와 똑같이 생긴 그것이었다. 죽은 사람은 없었지만... 범인에게는 할 말이 있었나.

“자. 그럼 재생하겠습니다.”

[. . 됐군. 아무 일도 없었던 2일차가 지나간 걸 진심으로 축하해. 솔직히 그 암호를 풀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덕분에 곤란해질 뻔했어. 아무튼 시간을 버는 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니까 유념해두고, 오늘은 말이야. 간단하게 가자고. 처형대에 묶여있는 사람이 죽는 거야. 누군가를 강제로 묶어버려도 상관없고, 자진해서 희생하는 거라도 상관없어. 단순하게 8시에 그 처형대에 묶여있는 사람이 죽는 거야.]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말은 더 이상 이런 행운은 없을 거라는 말인가. 누군가가 죽을 수밖에 없는 건가. 아니, 범인을 찾아낸다면. 범인을 찾으면 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모두 살아남을 수 있다.

[물론 나를 찾아낸다면, 나를 묶어도 돼. 그러면 모든 게 끝이 나겠군. 아 그래. 아무도 묶여있지 않는 경우에는 무작위로 한명이 죽게 될 테니까. 잘 알고 있도록. 선택은 자유야.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 하지만 찾아내지 못한다면. 결국 누군가가 희생하게 되겠지. 누군가를 강제로 묶어버릴만한 사람은 없었다. 돌발행동이라면 모를까. 희생자. 아마 시간이 지날 수록 누가 희생할지 고민하다가 시간을 보내버릴 것이 뻔했다. 그럴 바에는 누가 희생할지를 빠르게 정해버리면, 그걸로 시간 낭비 따위 하지 않을 것이다. 온전히 범인을 찾아내는 데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내가 희생한다면, 내가 희생을 하겠다고 먼저 나서서 이야기한다면 오늘 하루를 온전히 범인을 잡는 데 투자할 수 있다.

만약 못 잡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희생하는 편이 낫겠지. 어차피 나는 살아가는 의미따위 없었으니까. 살아갈 이유 따윈 없으니까.

내가 희생할... ?

“내가 죽겠소.”

“네?”

?

“내가 희생하겠다고.”

갑작스럽게 옆에서 들려온 말에 얼떨결에 반문하자, 김재영이 확인을 하듯이 다시 한 번 또박또박 말했다.

아마. 김재영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한 걸까? 물론 그의 심정도 절망적이긴 하겠지만... 그가 희생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대체... 범인의 말에 흔들린 걸까. 아니면...

김재영은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 손으로 머리를 벅벅 긁어대며 말했다.

“어차피 난 머리 쓰는데 도움도 안되는 놈이고, 괜히 트러블만 일으킬 것 같으니, 내가 희생하겠다고.”

“아니, 그래도 그건 아닙니다.”

“됐소. 어차피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도 없소. 삶의 의미가 없어졌는데 살아봐야 뭣하겠소.”

남자가 말려보지만 김재영이 저렇게까지 말해버리면 다른 이가 뭐라고 더 말하기 힘들었다. 그냥 김재영이 죽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는 건가?

“그만 하게.”

...”

중년인이 그런 김재영에게 다가가 손을 얹으며 말했다, 김재영이 그의 말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

 

솔직히 나는 살고 싶었다. 굳이 김재영이 죽겠다는 걸 말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건 도리에 맞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부터가 도리에 맞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누군가가 희생하는 것이 옳다고는 할 수 없었다.

제기랄. 어떻게 해야 되지? 아무도 희생하지 않고, 무작위로 한명이 죽는 편이 나은가? 아니면 그나마 죽는다고 나서는 이가 희생을 하는 것이 나은가? 무작위로 한명이 죽는다면, 그 하나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말 아닌가?

“일단 먹자고요.”

한지혜가 나에게 음식을 건네며 말을 걸었다. 나는 막상 한지혜에게서 음식을 받아 들긴 했지만, 식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먹어야겠지. 빵을 꺼내 조금 뜯어내어, 빵을 씹었다. 스펀지를 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빵을 조금씩 조금씩 씹어 삼킬 때마다 목구멍에 돌덩이가 지나가는 듯 목이 매였다.

내 신념에 따라 말을 한다면 조금이나마 나을까. 그건 안 된다고, 도리에 맞지 않다고 이야기하면 조금 나을까. 그렇게 이야기하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입을 열어보아도, 살고 싶다는 욕망이 내 목구멍을 틀어 막았다.

“후...”

물을 마시니 목이 조금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가시지 않는 답답함에 방에서 밖으로 나왔다. 어제의 그 모닥불이 있었던 곳까지 걸어 나갔다. 검게 그을려 있는 구덩이가 보인다. 그것을 보니, 다시 김재영이 떠올랐다. 나는 그 앞에 주저앉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내 신념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살고 싶다는 욕망을 따를 것인가.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때도 비슷한 일로 고민했었다. 신념을 지킬지 포기할지. 일이 뭐였는지, 어느 선택을 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괜찮아요?”

어느새 한지혜가 나의 뒤를 따라왔는지, 뒤에서 말을 걸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지혜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목이 메이는 탓에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괜찮습니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왜 그래요?”

“그냥... 힘드네요.”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힘들었다. 솔직하게 살고 싶다고 말을 꺼내는 스스로가 상상만으로도 역겹게 느껴졌다. 내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편할 거예요.”

정곡을 찔렀다. 마치 내 마음을 읽은 듯 했다. 가슴이 아려오는 느낌이다. 솔직하게 말할까?

“그...”

어떻게 하지? ... 모르겠다. 말하자.

“그냥 제 자신이 너무 추악하게 느껴져서요.”

“뭐가 그렇게 느껴지는 데요?”

한지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걸까? 아니, 그녀도 그렇게 느끼는 부분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걸까. 아니, 내가 나쁜 게 아니다. 나의 신념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내가 그 두 가지 사이에서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잘못되었다고, 느끼면서도 살고 싶은 마음에 제대로 말을 못하는 제가 답답하고, 역겹게 느껴집니다. ...”

“흐응...”

일단 말을 꺼내니 조금은 나아진 기분이었다. 말하길 잘했나?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도 없었지만, 마음은 조금 편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이기적으로 변한 것 같아 슬픈 기분이 들었다. 한지혜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위로하듯이 말했다.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요. 하고 싶은 대로 너무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그렇지만, 그러면 마치 제 자신이 옳지 못한 것 같아서. 아무런 생각없이 신념 없이 그냥 하고 싶은 대로만 한다면, 제 자신이 옳지 못한 것 같아서, 제가 제 자신이 아니게 되는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없어요.”

“하지만 살고 싶은 것도 결국 호철씨잖아요?”

...”

그런가.. 결국 그렇게 살고 싶어 하는 것도 나다. 하고 싶은 대로 한다고 내가 없어지지도, 사라지지도, 내가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니다. 나 그대로의 나다. 그렇다면 나는 그가 희생하게 내버려 두어도 되는가? 내가 죽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그가 죽어도 되는 건가?

고민하지 말자. 하고 싶은 대로 하자. 다만 거기서 최선을 다하자. 그래. 당장 오늘 범인을 잡는다면 아무도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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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일어났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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