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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계약서
게시물ID : panic_884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3
조회수 : 177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6/09 22:58:00
계약서

제 아버지 이야기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택시 우전수입니다.
새벽 2시를 넘었을 때인데 4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한 명이 병원에서 탔습니다.
행선지는 인근에 있는 다른 병원이었습니다.
행색은 잘 차려입은 정장 차림이었고, 수상한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차 안에서 그 사내는 A4 사이즈 서류를 꺼내더니 한 장 한 장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목적지였던 병원에 도착하자 그 사내는
"운전수 아저씨. 죄송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있나요?
 금방 끝날 용건이라서요. 여기가 끝나면 다른 병원도 가야 하거든요"
하고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알겠습니다"하고 승락하셨는데
대신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짐을 두고 가라고 했고
사내도 가방에 들어있던 봉투만 꺼내들고 나머지 짐은 모두 두고 내렸습니다.

사내가 택시에서 내린 후,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사내가 보던 서류가 궁금해서
호기심으로 그만 보고 말았습니다.
그 서류는 어떤 계약서 같은 것이었는데
이상한 점이 이름 옆에 도장이 아니라 지장이 찍혀 있었던 점입니다.
하지만 차 안이 어둡기도 했고, 사내가 정말 금세 돌아왔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보지 못 했다고 합니다.

사내가 황급히 병원에서 나오는 게 보여서, 택시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때 사내 뒤를 어느 여성이 따라오는 게 보였습니다.
아버지는 그 여성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여겼습니다.
사내는 "저 여자는 무시하고 얼른 출발해주세요"하고 냉정하게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시키는 대로, 아니 반사적으로 차를 출발시켰고
백미러도 왠지 무서워서 보지 못 했다고 합니다.

그 후 사내는 작은 소리로 "죄송합니다"하고 한 마디하더니 계속 침묵하며
다른 병원 앞에서 내리더니 급히 병원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사내를 내린 후, 바로 택시 회사에서 무선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급히 집에서 연락 달라고 가족분이 연락하셨습니다"라는 전언이었습니다.
집에 연락할 것도 없이, 아버지는 부인(제 어머니)이 죽었을 거라 순간 예감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제 어머니가 지병인 심장병 때문에 그리 오래 버티지 못 할 거라 의사에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이 이야기를 10년 정도 지나서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어린 저에게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배려하신 거라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 때문에 그 사내에 대해 깊이 생각지 못 했지만
그 남성은 대체 누구였을까?
그 서류 안에 엄마 이름은 없었을까?
쫓아온 여성은 누구일까?
그 "죄송합니다"라는 한 마디의 뜻은 무엇일까?
지금에서야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나도 나대로, 엄마 장례식에 본
엄마의 시신에 있는 엄지손가락이
살짝 붉은 색이었다는 걸 아버지에게 말씀드리지 못 하고 있습니다.
10년 정도 지나면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3638806.html#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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