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아저씨
어릴 때, 가족과 같이 산에 간 적이 있다.
산에 도착한 게 아침이었고, 안개가 주변에 흩뿌려져 있었다.
나는 부모님 말씀을 어기고 혼자 산에 들어갔다가, 당연히 길을 잃었다.
몇 시간을 헤맸는지..
태양은 이미 중천에 떠서, 점심을 못 먹은 나는 반울상이 되어 주저 않았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우는 내 옆에 사람이 있었다.
부모님인가 하고 기대했는데, 다른 사람이었다.
이상한 차림새였다. 털가죽 같은 옷에 밀짚모자.
그리고 무서우리만치 키가 컸다. 우리 아빠보다 머리 두 개 정도는 더 컸던 것 같다.
나에게 말을 거셨다.
너무 사투리가 심해서 잘 못 알아들었다.
겨우 알아들은 게 "길 잃었냐"라는 대목이었다.
끄덕였더니 잠시 고민하다가 날 데리고 걷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곳이 나왔다.
부모님 목소리도 들렸다.
어느 틈엔가 나 혼자 있었다.
부모님이 금세 날 발견하셨다.
왠지 이때 있었던 일을 잊고 있었다.
최근 오랜만에 이 산에 와서 기억이 되살아났다.
집에 돌아와서 부모님께 여쭤보았다.
부모님은 나와 달리 잘 기억하고 계셨다.
"갑자기 눈 앞 수풀에서 네가 나왔어.
어디 갔던 거냐고 물었더니 네가 이상한 소릴 했었지"
부모님은 묘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키가 큰, 외눈박이 아저씨가 데리고 와줬어
네가 그랬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다. 나는 날 구해준 사람 얼굴이 기억이 안 난다.
정말 외눈박이였던 걸까……
그 후 몇 번 그 산에서 어슬렁거려봤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 했다.
적어도 감사 인사라도 드리려고 내가 발견된 곳에 술을 두고 왔을 뿐이다.
별 건 아니지만, 제가 겪은 기묘한 경험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