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을 갓 넘은 듯한 청년이 배를 틀어쥐고 찾아왔다
의사 선생님, 뱃속이 너무 가려워요, 뱃속이 너무 가려워서 미칠 것 같아요,
엑스레이에 씨티까지 찍어 보았지만 뭐가 문제인지 발견되지 않았다
엠알아이도 찍어 보실래요? 보험이 적용 안되서 비싸긴 할텐데...
몇 번 권해 보았지만 끝내 거절했다
배를 너무 긁어서 복부에 피고름이 생겼다.
상처는 간단히 치료를 해 주었지만 원인을 제거할 수는 없었다.
복부의 바깥이 아니라, 그 안쪽. 뱃속이 간지럽다는 것이다.
뱃속이, 뱃속이 너무 가려워요, 죽을 것 같아요, 미칠 것 같아요,
더 이상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고, 결국 그에게 신경정신과 동료를 소개시켜 주었다
세 달쯤 지났을까.
문득 생각이 나서 그의 상담을 맡았던 동료에게 그의 소식을 넌지시 물어보았다.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했지만 효과는 없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는 상담 시간에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서부터는 오프 더 레코드.
원래 의사가 환자의 신상명세를 함부로 거론하는 것은 금기다.
예전에 그 청년의 여자친구가 임신을 했었던 모양이다
청년의 강요로 인해 불법 낙태 시술소에서 싸구려 수술을 받았고...
거기까지만 얘기하고 동료는 입을 다물었다
무허가 낙태 시술을 받고 감염이나 합병증에 시달리는 것은 흔한 일이다
때로는 그 증세가 심각해져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였을까, 그 청년의 간지러움은
나는 아직도 가끔 그 청년을 떠올린다.
너무나도 간지러워서 견딜 수 없어 하던 그의 표정을. 그 간절한 얼굴을.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뱃속을. 긁지는. 말았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