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머리가 들러붙어
중학 시절부터 긴 머리카락이 손에 들러붙는다.
다들 경험한 적 있겠지만, 세탁한 수건이나 옷에 머리카락이 붙어 있는 그런 거다.
엄마나 동생 머리카락이라고 생각했다.
한 가닥이 반드시 옷을 입거나, 수건을 쓰거나, 얼굴을 닦으면 손에 휘감기는 거다.
고등학교는 남고여서 빡빡머리 밖에 없었다.
교복에 긴 머리카락이 하나, 지하철이나 뭐 어디에서 긴 머리 여자가 있었나보다 했다.
이래저래 긴 머리카락이 한 가닥 손에 붙는 생활을 20년간 했다.
전근을 가게 되어서 위클리맨션(주 단위로 빌리는 집)에 살 때,
몸을 닦는 수건에 긴 머리카락이 붙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베개에 긴 머리카락이 한 가닥 떨어져 있던 때가 있었다.
노트북 키보드에 긴 머리카락이 한 가닥 떨어져 있던 때가 있었다.
별스러운 일은 없지만,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벌어지는 일에 공포를 느꼈다.
나는 내 생활권 안에서 긴 머리의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닫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