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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폐병원의 도끼
게시물ID : panic_889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8
조회수 : 195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7/04 20:25:37
폐병원의 도끼

몇 년 전, 대학교 새내기 여름 때의 일입니다.

우리 사이에서 심령 스폿을 탐험하는 게 유행했다.
그날 친구 A(여)와 A의 남친인 B, 그리고 그 친구 C(남) 이렇게 넷이서
관서 지방에서 심령 스폿으로 유명한 U 병원이라는 문 닫은 병원에 가게 되었다.
새벽 1시에 나는 C의 차를 얻어 타고, A는 B 오토바이 뒤에 타고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병원에 도착했다.

넷 다 그 독특한 분위기에 닭살이 돋기 시작했다.
두근 거리며 손전등을 각자 들고, 똘똘 뭉쳐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 병원에 관한 여러 소문이 떠돌았는데
귀신을 봤다는 목격담의 장소는 거의 대부분 2층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바로 2층으로 가기로 했다.
여름이었는데도 2층은 묘하리만치 서늘했다.
소름이 돋은 탓은 아니다. 찬 바람이 부는 느낌이 들었다.
먼지가 가득한 것 같은 공기 때문에 A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그 외에는 넷 다 이상하리만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발소리가 울려퍼졌다.
복도 끝은 손전등을 비춰봐도 비춰지지 않을 정도로 어둠이 깊다.
폐허가 풍기는 독특한 기분 나쁜 분위기였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어두운 복도 끝에서 무언가가 다가 오고 있다..
자꾸만 그런 기분이 들었다.
정신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발이 무거웠다.
발이 땅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갑자기 C가 말했다.
"뭔가 있잖아.. 앞(복도 끝)에서.. 뭔가.."
나는 움찔 했다. C도 같은 걸 느낀 걸까? B도 입을 열었다.
"C 너도 느꼈어? 뭔가가.. 오고 있지?"
이어서 A도 말했다. "바로 앞에.. 있어!! 도망치자!!"
온 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다는 건 바로 이런 느낌일 거다.
넷 다 정신 없이 계단까지 뛰어갔다.
계단을 뛰어내려가서 1층에 도착했을 때, 난간에서 B가 발을 멈췄다.

A가 "뭐하는 거야, 서둘러!"라고 했는데
B는 "잠시만"하더니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난간에서 B가 발견한 건 화재 때 창문을 깬 작은 도끼 같은 거였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로즈가 잭의 수갑을 부술 때 쓴 것 같은)
난간 벽에 유리? 투명한 플라스틱? 그런 게 끼워져 있었는데
그 안에 도끼가 하나 놓여 있었다.
화재 시에는 그걸 깨서 도끼를 꺼내게 되어 있다.
그 유리 같은 건 깨져 있어서, 도끼를 바로 꺼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거 기념으로 가져가자"

B가 그렇게 말하더니 도끼를 들고 계단을 내려왔다.
나는 B 때문에 짜증이 났다.
A와 C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분위기 파악 좀 해.
어쨌든 밖으로 나와 바로 차를 타고 도망치듯 나왔다.

돌아가는 길에는 C는 이 인근 길을 잘 모르기 때문에
B가 오토바이로 먼저 가며 길을 알려주었다.
나도 타고 있던 C의 차는 B를 뒤따라가고 있는데...
B가 너무 속력을 내고 있었다. 점점 간격이 벌어졌다.
커브가 많은 산길인데, B가 오토바이를 잘 타는 것도 아닌데도 폭주족처럼 달렸다.
나와 C가 거의 동시에 같은 말을 했다.
"아까 난간에서 행동도 그렇고 설마 B..."

C는 패닉 상태에 빠져서, 차를 도로변에 세웠고 B도 그걸 깨닫고 섰다.
"너 위험하게 왜 그래? 좀 얌전하게 운전해"
C가 한 마디 했다.
B의 뒤에 타고 있던 A가 벌벌 떨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B가 천천히 바이크 좌석 아래의 짐칸에서 아까 그 도끼를 꺼냈다.
그리고 한 번 휘두르더니 "이 도끼 귀신 씌였나보다 ㅋ"했다.
C는 B의 손에서 도끼를 뺏더니 가드레일 너머 나무가 우거진 벼랑 아래로 던졌다.
"이런 때 농담하지 마! 장난도 정도껏 쳐야지!"라며 C가 화를 냈다.

B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콧노래라도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 반응이 너무 섬뜩했다.
평상시 B는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좀 더 성실하고 다부진 성격이었다.
"A! C 차에 같이 타자" 나와 A는 C의 차를 타기로 했다.
B가 스피드를 내는 일은 그 후엔 없었다.

그 후에 B를 만났을 때는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B는 그날 기억이 거의 안 난다고 했다.
넷 다 그 때 B가 패닉 상태라 이상해진 거라고 결론 지었다.
하지만 나는 어쩌면 B는 병원 2층에 있을 때부터 복도 안에서 다가온
그 "무언가"에 씌였을 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아마 입에 담지 않을 뿐, A와 C도 같은 생각일 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조금 더 이어진다.

그해 여름 끝자락이던 어느 날 밤, 나는 다른 친구 D(여자) E(남자)와 놀았다.
그때 아무 생각 없이 그날 U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줬더니
걔들이 "거기 가보자"며 눈을 반짝이며 난리를 부렸다.
"안 돼, 안 돼! 거긴 위험하다니까"
당연히 나는 말렸지만 그 둘에게 씨알도 안 먹혔다.
"지금 당장 가보자! 응?"
둘이 하도 난리를 부려서 그날 우리도 이런 식으로 갔던 게 기억났다.
너무 끈질기길래 아래와 같은 조건을 달아서 U 병원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기로 했다.

·나는 병원 안에 안 들어감
·2층에는 계단을 올라간 딱 거기까지만 갈 것. 2층 복도엔 들어가지 말 것.
·아무 것도 가져오지 말 것
·돌아올 땐 내가 운전함
이런 약속을 하게 하고 셋이서 U 병원에 갔다.

차 안에 있겠다고 한 나를 두고, 둘이서 손전등을 들고 병원 입구로 걸어갔다.
어두운 산 길에 서 있던 한 대의 차, 조용한 차 안에 나 홀로.
너므 무서웠다. 어쩌면 셋이서 병원에 들어가는 것보다 혼자 차 안에 남는 게 무서운 게 아닐까.
어차피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놈이 있는 2층에만 안 가면 된다.
그게 차라리 혼자 있는 것보다 나았다.
혼자 있으려니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D야, E야! 잠시만!" 나는 차에서 내려 아직 보이는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
"혼자 있으려니 무서워. 따라가긴 하는데.. 제발 좀만 둘러보고 가자!"
"알았다니까" E가 끄덕였다.

역시 병원 안 분위기는 스산했다.
날씨는 27℃는 되었던 것 같은데 닭살 돋은 게 가라앉지 않았다.
심지어 여기서 무서운 체험을 했던 터였다.
전에 왔을 때보다 훨씬 더 격한 공포가 날 덮쳐왔다.
D와 E는 여전히 즐거워보였다.

계단을 거의 다 올라가, 서네 계단만 올라가면 2층이 나온다.
D와 E가 2층 복도를 들여다봤다.
그 기묘한 분위기에 상당히 쫄았던 것 같다.
그때 나는 2층 쪽은 보지 않았다.
2층에서 나는 그 기척을 다시 느끼기 싫었기 때문이다.
"이제 됐지? 그만 가자"하고 둘에게 말했더니 둘이 "응"이라고 순순히 말했다.
쟤들도 쫄았나보다.
그렇게 1층으로 내려가는데 계단 난간에서 내가 말했다.
"이 안의 도끼를 B가 가지고 가려고 한 거야"
E가 말했다.
"아아 이 도끼구나.. 척 보기에도 뭔가 께름칙하네.."
"...뭐?"

나는 조심조심 난간의 벽을 봤다.
벽에 박힌 케이스 안에, 그 도끼가.. 있었다..
D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만... 너 아까.. 도끼는 가는 길에 벼랑에 던져서 버렸다고..."
그 후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없이 차에 올라탄 것까진 기억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E 네 집에서 셋이 벌벌 떨고 있었다.

이게 끝입니다.
도끼를 발견한 순간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겁이 많은 저는 그 후 한 달 동안은 낮에도 혼자 있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장문에, 글재주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47401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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