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단편] 야경
게시물ID : panic_891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13
조회수 : 91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7/12 23:11:53
옵션
  • 창작글
서울의 밤은 정말 아름답다.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자신을 뽐내듯 흔들린다.
 
 

덜컹 덜컹소리에 저멀리 철교를 바라본다.
 
 
전철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것을 생각하니
알고 있었지만 다시 또 신기해진다.
 
천천히 볼수있는 기회를 얻으니
 
사람들에 치어다니던 끔찍한 전철마저 아름답게 보였다.
 
 

덜컹 덜컹 소리에 63빌딩을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63빌딩에 올라가본것은 언제일까.
 
생각해보지만 시골토박이인 나에게는 사진으로만 봤었다.
 
그 시절, 랜드마크로 말하면 63빌딩이던 시절.
 
이젠 빛바랜 금색건물일 뿐이다.

다시 63빌딩을 보니 조그마한 아쉬움이 생겼다.
 
 
 
덜컹 덜컹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의 목소리에 저멀리 십자가들을 바라본다.
 
어지러운 세상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서울은 십자가로 빼곡했다.

나는 비록 무교이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이다.
 
신은 있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덜컹 덜컹 소리에 사람들의 목소리가 덮힌다.
 
 
 
빵빵거리는 자동차들을 본다.

이렇게 많은 자동차들은 서울에 와서 처음으로 보았다.
 
나는 이렇게 턱턱 막히는 자동차들은 싫다.

하지만 다리 특유의 덜컹거리는 소리는 마음에 들었다.
 
 
 
덜컹 덜컹 소리에 다리를 보았다.
 
 

서울은 다리마저 반짝였다.

빛이 변하는 다리도 있다고 한다.

나는 서울에 올라오고 나서 그런걸 볼 시간따윈 없었기에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조금의 후회가 남아버린다.
 
 

덜컹 덜컹 소리와 하하 웃는 소리에 강변을 보았다.
 
 

강변에는 청년들이 캔맥주를 마시며 청춘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나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그들을 바라보며
 
청춘을 즐기고 있는것을 부러워하진 않았다.

나는 그들에겐 같이 술을 마실 친구가 있다는 것이 정말 부러웠다.
 
저멀리 수백키로 멀리 떨어진 고향 친구들이 그리울 뿐이다.
 
 

정장 속주머니에서 디스 한개피를 꺼냈다.

오를대로 오른 물가는 더이상 숨조차 쉬지 못하게 했다.

하루에 한갑씩 피던 나는 하루에 한개피만을 피게 되었다.
 
 

이미 아침에 한대 피웠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한대 더 피우기로 했다.
 
 

잿빛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가만히 연기를 쳐다보고 있는데 돌연 밤하늘이 보였다.

광활한 밤하늘엔 별하나 안보였다.
 
 

서울은 반짝였지만 어두웠다

어두움은 너무나도 차갑게 느껴졌다.
 
 

나는 푹 한숨을 쉬었다.
 
 
 
저 하늘에서 총총 박혀있던 수많은 별들은 어디로 간걸까.
 
저 어둠속에, 잠들고 있는걸까.
 
 

끝없는 어둠에 둘러쌓인 서울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다시 또 덜컹거릴 것을 안다.
 
다시 또 별은 나타나지 않을 것을 안다.
 
다시 또 화려한 도시는 불켜진다는 것을 안다.
 
 
결국은 서울은 허울이란것을
 
알기에
 
 
덜컹거리는 소리와
 
술렁이는 소리와
 
빵빵거리는 클락션 소리와
 
뭐라 외치는 사람들 소리를 듣는다.
 
 
일어나 하늘을 향해 팔을 뻗는다.
 
 
한번 눈을 감고 세상이 눈을 감기를 바래본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역시 변하지 않았다.
 
 
 
서글픈 마음이 올라온다.
 
 
 
 
또다시 덜컹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나는 마치 기계처럼 떨어진다.
 
 
 
그곳마저 어둠이었다.
 
가라앉으며 눈을 떠본다.
 
난반사된 서울은 흔들린다.

무언가가 어슴푸레하게 보였다.
 

나는 마음속에 그 모습을 담았다.

반짝이는 별들과 반딧불이가 있는, 풀벌레 소리가 따뜻하게 들리는 그곳을.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