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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포장마차 - 1
게시물ID : panic_892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10
조회수 : 54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7/16 13: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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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헤헤 조심들하렴"

바보같은 웃음소리에 저절로 발이 멈춰 그쪽을 바라보았다.

우리 동네에 괴상한 인물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남자는 여러 소문이 얽혀있었다.
국가부도때 아버지가 자살해서 저렇게 미치게 되었다,
천애고아가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고 자라 저렇게 됐다는 둥 여러 말만이 있을 뿐이었다.

확실한건 그는 어린애들이랑 만 논다 말은 맞다.

"헤헤 흙은 퍼먹으면 안된다니까는!"

그 남자는 지금도 꼬마애들과 어울려 놀고 있었다.
흙장난을 하는 모습이 어째 애보다도 애같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놀이터의 시계판이 눈에 들어왔다.

벌써 버스가 도착해있을 시간이었다.
난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갔다.

어찌어찌 버스에 타서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람이 이렇게나 많아도 딴짓하기도 힘든 회사였다.

오늘 하루도 상사에게 치이고 잔업에 치였다.

버스를 타고 다시 정류장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어둠이 절정에 달했을 때였다.

오늘은 평소보다도 고된 하루였다.

문득 포차가 눈에 들어왔다.
사락하는 소리와 함께 포차에 들어가 후레쉬 한병과 닭발을 시켰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갑갑한 웃옷을 벗으니 조금은 숨통이 트였다.
술을 홀짝이며 주변을 보니 좁은 포차에 꽤나 사람이 있었다.

거의 만석인 상태였는데 이곳이 이렇게 인기가 좋은줄은 처음알았다.
닭발이 나올쯤 사락소리가 들렸다.

한 남자가 내앞에 앉았다.

"죄송합니다만 합석해도 될까요? 헤헤"
특유의 웃음소리에 올려다보니 아침에 봤던 괴상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나는 상관없다고 말한후 닭발을 쪽 빨았다.

"어디서 오셨어요? 여기선 처음뵙는것 같은데"'

"나는 이근방에서 살고 있지만 말그대로 포차에 온건 오랜만이지."

"그러시구나 헤헤"

이런 일련의 의례적인 문구들만이 돌았다.
남자와 나는 그런 의미없는 대화를 어느정도 이어갔다. 

술이 어느정도 들어가자 아침의 일이 문득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자네를 아침에 정류장 옆 놀이터에서 봤네만 어린 아이와 굳이 어울려 노는 이유는 뭔가?"

"헤헤,, 그 말씀드리기 뭐합니다. 헤헤"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면야 말하지 않아도 되긴하지마는... 말하기 힘든 이유라도 있나?"

"아니 뭐,, 그런건 아니지만요. 좀 부끄러워서 그렇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제 스승이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헤헤"

"그게 무슨소리인가? 어린아이는 말그대로 어린아이인데 아이들을 스승으로 삼는다니."
남자는 슬쩍 웃으며 답했다.

"헤헤 길가의 돌멩이 하나에도 배울 것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늘위에 떠있는 달과 별에도 배울것은 있겠죠.
그렇다면 어린아이에게서 배울것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군, 하고 납득했다.

말하다 보니 남자는 소문과는 다르게 미친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술김인지는 몰라도 남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제가 어렸을때 말이죠.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뭐, 돈도 없고 빽도 없으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 어린 나이에 철이 안들래야 안들수가 없었죠."

"초등학교 때부터도 학교 끝나면 우유배달,신문배달 하면서 돈을 벌었습니다.
친척집에서 살았지만 친척이란게 말도 못할 쓰래기였죠."

"말그대로 그냥 잠자는 곳이었습니다. 거긴. 숨쉴만한 곳이 없었죠."

"중학교, 고등학교와서는 우유알바가 막노동으로 바뀐것 말곤 뭐.. 똑같았죠."

"어째 고등학교까진 갈수 있었지만 진학은 당연히 할수 없었습니다.
돈이라는게 그런거죠.
없는 사람 더 물어뜯고, 있는 사람은 발이라도 햝는 그런거죠."

"그렇게 살다보니 어째 취업도 안되다가 학창시절 친구 소개로 같이 공장에 들어갔었습니다."

"자립하려고 그땐 돈을 워낙 모아댔으니, 아침이 밤이고 밤이 아침이었죠."

"그래도 친구덕에 꽤나 벌었습니다."

"어느날이었습니다. 기계가 갑자기 덜컹 하더니만 비명소리가 들리더래요."

"허둥지둥 달려가보니 글쎄.. 친구가 그곳에 있는겁니다."

"팔이 없었습니다. 오른팔이 싹둑잘린것도 아닌 동물에게 뜯어 먹힌듯."

남자는 한번 멈추더니 술을 한잔 홀짝였다.
그는 바닥을 보더니만 깊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돈이라는 짐승새끼에게 뜯어 먹힌것이죠. 돈이라는 새끼한테.."

"친구는 병원에 들어갔지만 돈이라고 없는 친구였죠.
근데 너무 또 착해서 내가 돈을 내겠다고 해도 안받는 친구였습니다.
근데 공장은 산재처리도 안해줬습니다."

"너무나도 열이 올라서 간부에게 항의 했건만 한다는 말이 뭔줄 압니까?"

"그놈이 잘못했다라는 말도 아니고 내가 잘못했다라는 말도 아닙니다."

"다들 그렇게 한다 입니다."

"난 그날 공장에서 나왔습니다. 간부새끼 한대 후려치고 말이죠."

"그리고 친구몰래 병원에 수술비를 보내고 나왔습니다. 덕분에 여태까지 벌어온 돈을 전부 써버렸죠."

"아무것도 없는채로 집을 나왔습니다."

"세상은 너무나도 절망적이고 썩어있었죠.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없이 걷다보니 어딘지도 모르는 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놀이터 처럼 보이는 곳에서 그날은 누워 잤습니다."

탁. 소리와 함께 술잔을 내려놨다.
술이 떨어졌다. 안주도 슬슬 떨어질것 같다.

추가로 주문하려고 했는데 남자가 말했다.

"오늘만 날입니까 헤헤. 내일도 있잖아요. 내일 또 봅시다.
제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면야 오시겠지요 헤헤."

남자는 사락 하며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멍한 얼굴로 남은 술잔을 비웠다.
출처 내일 2편이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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