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단편] 리셋
게시물ID : panic_893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18
조회수 : 130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7/18 00:23:24
옵션
  • 창작글
다시 시작하고 싶다.

멍청한 머리, 못생긴 얼굴, 작은 키.
가난과 고통, 천애고아에 소년 가장.

학교 등록금에도 허덕이고, 수학 여행비 10만원이 없어 가지도 못하는.
그런게 나였다.

당연히 친구도. 애인도. 누구도 나에겐 없었다.

그런 삶이었다.
어떻게든 다시 하고 싶다.

“인생을 바꾸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면접에 떨어져 돌아가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그녀는 나를 보곤 그런 말을 했다.
평소라면 미친 사람으로 생각하고 넘어갔겠지만 그녀는 무언가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마력에 이끌려 나는 그녀의 말에 수긍했다.
 
그러자 그녀는 살짝 웃으며 주소를 적어주었다.
우연하게도 이곳과 꽤 가까운 곳이었다.
 
그녀에게 주소에 대해 물어보려고 고갤 들었을 때는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내 발은 그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 곳은 간판 없는 작은 시멘트 건물이었다.

끼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아무것도 없는 그곳엔 탁자 하나와 전등만이 있었다.

그 위엔 인생 변경 신청서라는 종이가 있었다.

종이는 간단하게 몇 줄이 써있었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
이 계약은 파기할 수 없다.
원래 가지고 있던 기억이나 성격 등의 내면적 요소는 점진적으로 변화 한다.

이런 문구들이 쓰여있었다.

어차피 지금은 최악의 구렁텅이에 있다.
더 이상 나빠질 수 있는 것이 없다.

나는 서명을 마쳤다.

그러자 한 남자가 문에서 들어왔다.
그는 놀라 허둥지둥 대는 나를 보고 앉으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곳의 주인이라고 했다.
그는 회색 머리카락을 가진 단정한 차림을 한 노신사였다.

그는 나에게 계약을 다시 확인했다.
나는 물론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바라보곤 왜인지 살짝 찡그렸다.

그곳에선 행복하시게나.
 
그가 그렇게 말한 순간

갑자기 전구가 깨졌다.
타닥 거리며 튀기는 스파크 만이 보였다.

갑자기 세찬 빛이 들어와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눈을 뜨자 새하얀 천장이 보였다.

뭔가 말하고자 했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애앵 애앵 거리는 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내가 신생아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떤 인생을 보내게 될까.
두려움과 기대감이 섞였다.

결과는 여태까지의 내 인생의 보답인 듯 대단한 것이었다.

나의 새로운 아버지는 대기업의 회장이었다.
나는 재벌가에서 태어난 것이다
나는 복권의 꽝도 5등도 아닌 1등에 당첨된 것이다.

가난이든 고통이든 그딴 건 이제 없었다.
게다가 나는 자라면서 외모마저 훤칠한 청년이 되어갔다.

나는 거의 부족할 것 없을 뿐 아니라 완벽한 인간이었다.

모든 것은 원하면 들어왔다.
그렇게 수일, 수년, 십 년도 넘게 흘렀다.

20대 후반의 나는 이젠 모든 것을 지닌 완벽한 인간이었다.

친구도 애인도 가졌고, 재산도 평생 놀고 먹어도 될 정도로 있다.

그러자 갑자기 떠올랐다.

난 그들에게 구원 받았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너무 오래전의 이야기라 기억은 아주 단편적이지만 그들을 찾아 사례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을 봤다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기억난 주소로 가봤지만 그곳도 텅텅 빈 공터일 뿐이었다.
 
 
그들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그들이야말로 신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구원해준 그들은 신일 수 밖엔 없다.
 
마음속으로 깊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

 

 
아 끝났나요?
 
 
그래. 약물만 투여하면 이제 완료라네.

“인생 리셋” 대망의 1000만명째군요.

난 그 호칭을 싫어한다네. 그건 그저 겉치레일 뿐이잖나.

뭐 그렇죠.

그저 이건 “인간 폐기”일 뿐이라네.

하지만 저는 그래도 이 행동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가.
뭐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은 다르지.

과거와 같이 학살이나 테러 같은 것도 아니고 이 세상에 넘치는 사람들을 줄이기에 이것만큼 행복한 방법이 어디 있나요.

그래. 하지만 결국 그들은 결국 이렇게 뇌 덩어리만 남아 꿈만 꾸는, 사실상 시체가 되어버리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우린 학살자일 뿐이라네.

그래도 그들은 이 세상에서 핍박 받고, 차별 받고, 저주 받은 사람들이잖아요.
그 꿈속에서 그들은 원하는 인생을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것 아닐까요.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그들에게 있어 우리들은 어떤 존재일까요.

학살자이기도 하고 구원자이기도 하지.
 
 
그런 우리는 아마
 
 
신 아닐까.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