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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낯선 아내와의 날들 -2.일주일 후
게시물ID : panic_894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수전증오나봐
추천 : 7
조회수 : 94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7/22 01:52:02
1편 : http://todayhumor.com/?panic_89309

이전 이야기에서 이어지므로, 읽지 않으신 분은 한번 1편부터 봐주시고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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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당신이 당신의 낯선 아내와 함께 한지 어느새 일주일이나 지났다. 꽤 답답하게 흐른 그 시간동안 당신은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선 당신의 이름은 강우진. 서른 여섯 남자다. 작은 회사의 사무원이었지만, 사고로 인해 휴직신청을 해둔 상태였다. 물론 그것은 당신의 아내가 당신이 깨어나기 전 모두 처리해둔 모양이었다. 당신의 이름은 조금 익숙한 발음이었지만, 역시나 떠오르지 않는 기억들 사이에서 아주 약간의 익숙함만 다가왔을뿐이다. 이름마저 당신은 멀리 있는 기분이다.

아참, 당신은 과거를 떠올리지 못했지만, 천만다행으로 일반상식정도는 떠올렸다. 당신의 아내는 뭔가 해리성, 역행적, 뭐 그런 단어를 이야기하면서 여러가지를 알려주었지만ㅡ 원인은 어차피 사고로 머리를 다친거고, 결과는 기억을 잃었다는 거 뿐,  어쩐지 그런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보여 듣는둥 마는둥 넘겨두었다. 원래의 자신도 왠지 이런 이야기는 개의치 않는 사람이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당신과 당신의 아내는 결혼한지 벌써 육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뭔가 어색하게 서서 웃고있는 결혼식 사진을 보았지만 역시 와닿지는 않는다. 이 집은 결혼하고 모은 돈으로 얼마전 이사왔다고 아내는 전해주었다. 당신은 그럼 이 방은 누구 방이냐고 물었고, 아내는 당연히 당신의 방이라고 답했다. 이 방을 꾸민게 누구냐고 묻자, 아내는 자신이 꾸몄노라고, 당신의 취향에 맡게 꾸민 것이라고 답했다.

자신의 취향, 취향이라, 잠시 되뇌인 당신은 하얗고 휑한 당신의 방을 둘러본다. 이렇게 삭막하고, 하얗기만 한 방이 자신의 취향이었다는 사실이 뭔가 믿기질 않는다. 아니, 과거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길래 방을 꾸미는 센스가 이따구야, 불평을 내뱉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굳이 입으로 내지는 않았다. 어쨌든 당신의 취향이라질 않는가. 계속 지내야 할 당신 취향의 방.

음, 그러고보니 이것저것 짚어가다 하마터면 당신의 사고가 뭐였는지를 이야기 안하고 넘어갈 뻔 했다.

당신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퇴근길 인적 드문 골목길에서 뺑소니를 당했다고 한다. 범인은 다행히 잡혔다는 모양이다. 그뒤 이야기는 아내도 잘 모른다는 것 같다. 사고로 깨어나지 못하는 당신 걱정과 수발로 바빴단다. 당신은 그 사고 뒤 정신을 잃고 무려 한달 가까이 깨어나지 못했다고 하니 그럴만도 했다. 한달이라는 시간덕에 당신은 좀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어쩐지 양다리가 분지러지는 큰 사고를 겪고도 다른 곳은 큰 이상이 없는 것 같더니...  당신이 일어나지 못한 한달간의 시간과 치료가 다리를 제외한 아주 다행히도 경미했던 다른 부위의 상처를 다 치유해준 모양이었다.

뭐, 불행히도 그 시간이 기억은 되찾아오지 못했지만.

당신을 치료한 의사는 만나지 못했지만, 당신의 아내는 아마도 사고 당시에 머리를 부딫힌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싶다고 했고, 다행히 뇌 자체는 큰 문제는 없을 거라 했다. 애초에 기억을 잃을 정도면 큰 문제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퇴원해 버린 뒤라 뭐라 하기가 그랬다.

이 대목을 문제 삼을 즈음, 당신은 의사 대신 아내에게 문제제기를 했었다. 아니 왜 그리 빨리 퇴원을 했냐고, 다리가 이리 되고 정신이 안 돌아 올 정도면 더 입원하고 있었어야 맞지 않냐고. 그러자 당신의 아내는 조용히 웃으며, 나도 의사예요, 내가 당신을 돌보고 싶어서 그랬어요... 라고 고백했다.

당신은 순간 할 말을 잊었다. 당신에 대한 것만을 계속 다그치듯 물었을 뿐, 아내에 대한 것은 아무 것도 묻지 않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아내의 이름은 이아름. 당신보다 한 살 어리다 했다. 의사고, 당신을 돌보려 현재는 쉬고 있는 중이란다. 당신은 아내가 어려워보이는 단어를 이것저것 척척 알려주는게 신기하던 참이었는데, 그래서 그랬다며 감탄했다. 그리고 자신은 얼마나 잘난 사람이었기에 의사아내를 둔 사람이었을까, 또 감탄했다. 감탄할 정도의 상식이 남아있음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감탄하면서.


그렇게 아내에게 여러가지를 묻고, 들으며 당신은 자신의 과거를 알아갔다. 그 과정에서 뭔가 떠오르기를 기대해 보았지만, 아쉽게도 당신은 아무 것도 떠올리지 못했다. 아내는 기억을 찾는게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라며 당신을 토닥였다. 

그렇게 토닥임을 받는 사이, 며칠이 흘렀다.

당신은 이제 슬슬 참기 힘든 지루함 속에서 몸이 근질거림을 느꼈다. 당신 자신에게 남은 상식으로는 분명 티비와 컴퓨터와 핸드폰이라는 좋은 여가도구가 있음을 아는데, 아내는 그런 것을 전해주지 않았다. 이전의 당신이 싫어하는 전자도구였단다. 아 그래, 하고 당시에는 일단 넘어가고 말았지만... 일주일째 아무 것도 없는 방에서 누워있기만 하다보니, 슬슬 참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아내는 꽤 단호했다. 당신의 요구에 몸도 안 좋은 사람이 그런 도구를 이라는 둥, 이전 당신이 좋아할 리 없는 행동이라는 둥, 칼 같이 당신의 부탁을 거절해갔다.

아니, 그래도 너무 심심한데... 라는 당신의 칭얼거림이 계속 이어지자, 결국 당신의 아내는 차선의 방법을 선택한 듯했다. 산더미 같은 책을 가져다 준 것이다. 얘기로는, 이전의 당신은 독서광이었단다. 한달에도 몇십권의 책을 사고, 읽고 또 읽으며 여가를 즐길 정도의 독서광, 책오타쿠. 그런 것 치고는 방안에 책 한권도 없는게 이상했지만, 서재를 두고 따로 관리했다는 대답에 아 그랬군,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내가 가져다 준 책은 그 서재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일단 지금 뭐가 좋을지 몰라 아무거나 집히는대로 가져왔단다.

어쨌든 당신은 심심함을 달래려 책을 읽었다. 


생각보다 다향한 종류의 책들이 있어(정말 막 집어온 모양이었다.) 이전 당신이 어떤 취향이었는지는 알기 힘든 편이었다. 

어차피 당신은 심심함만 달래준다면 상관없었기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생각보다 책읽기가 재미없어서 집중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할 짓이 없으니까 읽었다.


생각보다 책읽기가 힘들어서 놀랬다. 

다만 이전의 당신 좋아했다고 하니까ㅡ 더 참아봤다.



그리고, 생각보다 책이, 너무나도 새 것 같아서, 아니, 아무리봐도 새 책이 분명해서, 자꾸, 뭔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내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닐까?



왜?

무엇 때문에?


의문 속에서, 첫날과,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의문은 더욱 커져갔다.


그렇게 당신이 혼란해 하는 사이, 조용히 방문이 열렸다.



아내였다.


무슨 일 있어요? 아내가 웃으며 물었다.



어... 아니, 아무 것도. 당신은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그녀는 말 없이 침대가의 당신을 내려다보고, 보고, 보았다.

당신은 그 시선에 일말의 공포를 느끼며, 몰래 몸을 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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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여행지에서 많은 일이 있었고, 돌아와서는 밀린 일들과 오버워치를 하느라 바빠서....(....)

돌아오기 전에 다 마무리 짓겠다고 결심해 놓고는 끝내 지키지 못한 채, 계획했던 내용도 바꿔놓은 뒤에야 한편 올리고 말았네요.

여전히 짧아서 죄송합니다.

이 다음이 아마도 계획상의 마지막 편이 되리라 예상합니다.


다음 이야기까지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전편 링크는 제일 위에 두었지만, 혹시 모르니 다시 붙여두겠습니다.


1편 : http://todayhumor.com/?panic_89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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